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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성과급제 왜 문제인가
공무원 성과급제 왜 문제인가
  • 이광수
  • 승인 2015.07.27 22: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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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수 소설가
2003년 전국 시행 성과 미미
명확한 직무분석 선행돼야

 얼마 전 모 광역시 구청 공무원에게 지급된 성과급이 언론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내용인즉 S등급부터 AㆍBㆍC등급으로 차등 지급된 성과급을 공노조와 담합해 일괄 회수한 후 똑같이 재 배분함으로써 성과급 제도의 목적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런 사례가 어디 이 지자체뿐이겠는가. 공무원 성과급제도는 1998년 중앙 부처에서 도입 시행된 후 2003년부터는 전국 지자체에도 동시에 시행하게 됐다. 이 제도는 일 잘한 사람에게는 인센티브를 부여함으로써 공직사회도 기업처럼 경쟁력을 확보해 생산성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목표관리제에 기반을 둔 공무원 성과급제는 시행 당시부터 준비 없는 졸속 시행이었다. 공기업의 민영화와 공공조직의 경쟁력 제고로 공직사회를 혁신시키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성과급제를 실시할 직무분석이 미비한 상태에서 시행됐기 때문에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성과급제를 시행하려면 먼저 직무분석이 명확하게 선행돼야 한다. 지자체 나름대로 직무분석을 용역기관에 의뢰해 실시했다지만 제대로 됐는지 의문스럽다. 그것은 직무평가를 가늠할 제도적 장치인 직위분류제가 시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국책연구기관이나 공기업에서는 직무분석의 계량화로 성과평가가 가능하지만 일반 행정기관은 현행 계급 분류 제하에서는 직무의 난이도와 성과측정의 계량화가 거의 불가능하다. 정부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현행 4등급인 평가등급을 3등급으로 축소 조정해 성과급 미지급 대상인 C 등급에도 일정 비율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못 된다. 미국처럼 직위분류제(일부 지원부서 직렬은 계급분류제 가미)를 실시하면 직무성격과 난이도에 따라 매년 실시하는 평가 결과에 의해 급여액이 책정되고 해당 직위로 자동적으로 보직 이동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실시하는 계급 분류 제하에서는 계층적 구조에 따라 급료가 차등 지급되고 업무 난이도가 결정되기 때문에 직무분석의 계량화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업부서의 경우 직문 분석의 계량화와 난이도 측정은 비교적 용이하다. 하지만 지원부서(총무ㆍ회계 등)의 경우 업무실적을 계량화할 근거가 불명확하다. 그렇다고 그들이 일을 적게 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성과급제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현업부서와 지원부서를 구분해 투 트랙으로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현업부서와 지원부서의 인원 비율에 따라 총성과 금액을 배분한 후 현업부서는 개별 성과급 차등 지급제를, 지원부서는 격무 정도에 따라 부서별(과단위)로 차등 지급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어차피 공무원의 성과급은 중견 대기업에 비해 뒤처진 임금체계의 보완이라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기업과 같이 목표관리제(MBO)의 100% 적용은 평가 결과 수용 측면에서 거부감이 뒤따른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성과를 내려면 전제조건들이 제대로 선행 돼야만 기대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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