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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교육, 지사ㆍ교육감 관심을
인성교육, 지사ㆍ교육감 관심을
  • 한중기
  • 승인 2015.07.27 22: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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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중기 두류인성교육연구소 소장
남명 조식 경의 사상 완성
인성교육 표본이자 문화 자산
아이 포함 어른까지 교육 확대

 그 날 이후 지리산에 다시 빠져들었다. 단속사 터에서 백운동계곡을 지나 덕산 산천재로 이어지는 지리산 둘레길을 얼마 전 다녀왔다. 국립공원지리산사무소, 경상대학교 경남문화연구원, 사단법인 숲길이 진행한 ‘지리산 인문대학’ 참가자들과 함께였다. 지리산 최고의 참나무길과 백운동을 지나 운무 속 선경을 연출한 소나무 숲길 그리고 마근담길을 걷다 보니 어느새 산천재가 나왔다. 산행 후 남명기념관을 들러 ‘신명사도(神明舍圖)’를 보는 순간 잠시 아찔한 현기증을 느꼈다. 그리고 그 날이 남명 조식과 지리산을 다시 만나는 계기가 됐다.

 ‘하늘이 울어도 울지 않는’ 천왕봉 같은 강건한 기개로 ‘붕’이 돼 남쪽의 큰 바다, 곧 남명에 이르고자 했던 그의 철학은 어떻게 완성됐을까. 깊은 학문적 탐구와 숙고하는 삶이 있었겠지만, 지리산 유람을 통한 역사회고와 성찰은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다. 특히 인성교육의 중요성이 절실하게 강조되는 요즘 남명과 지리산이 주는 메시지는 뜻하는 바 크다.

 남명의 산행은 곧 인성수련이었다. ‘물을 보고 산을 보며 사람을 보고 세상을 본다’고 했다. 그리고 산을 오르는 것은 선업을 쌓는 것처럼 어렵고 산을 내려오는 것은 악행처럼 쉽다는 표현을 하기도 했다. 이후 남명은 아예 지리산을 스승으로 삼고자 천왕봉이 올려다 보이는 덕산에 들어가 ‘경의’사상을 완성했는데 오늘날 인성교육의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특히 ‘마음이 머무는 집’이라는 뜻의 ‘신명사도’는 남명 철학의 결정체 평가받고 있는데 인성교육 프로그램으로 당장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소중한 문화 자산이다. 실제 필자는 신명사도를 인성교육 자료로 종종 활용하고 있는데 매우 유용하다.

 때마침 지난 21일부터 유치원을 포함한 전국 1만 2천여 개 초ㆍ중ㆍ고등학교에서 인성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하는 ‘인성교육진흥법’이 시행됐다. 또한 경남에서도 올해 초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경남교육청 인성교육진흥 조례가 제정되는 등 인성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인성교육의 대상이 학생들에게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아이의 인성은 가정과 사회에서 형성되는데도 학교에서만 인성교육을 잘하면 된다는 논리나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다양한 문제 대다수가 어른들의 잘못된 인성으로 빚어지고 있는 점을 생각해 보면 뭔가 잘못된 것 같다. 물론 아이들의 인성교육이 가장 중요한 과제이지만 인성교육에 관한 한 사회 구성원 모두의 문제로 다루어져 한다.

 굳이 세월호 사건을 말하지 않더라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쏟아지는 각종 사건사고를 보노라면 정말로 우리나라가 ‘아포리아(Aporia)’상태에 빠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위기보다 더 심각한 아포리아를 벗어나려면 잠시 모든 걸 내려놓고 자신부터 돌아보아야 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대한민국 모든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인성교육이다.

 인성교육진흥법과 경남인성교육진흥조례가 몇몇 법안 발의자들의 치적용으로만 남지 않고 제대로 성과를 거두려면 학생뿐 아니라 사회교육차원에서 박종훈 교육감은 물론이고 홍준표 도지사를 비롯한 자치단체장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자치단체장의 인성교육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열정이 정말로 필요한 시점이다. 인성교육은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인성 관련 법안들이 이미 시행됐는데도 상당수 학교나 교육 기관 조차도 교육부의 세부지침만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보니 자치단체에서는 이 같은 사실을 아예 모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국 최초로 만들어진 경남인성조례가 화려한 꽃을 피울 수 있도록 교육감과 자치단체장의 인성교육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거듭 촉구한다.

 ‘피어슨과 니콘슨’이라는 학자는 21세기 적합한 인성교육 방향으로 ‘자아-타자-사회’의 교육모델을 제시해 인성과 관련한 핵심 가치를 잘 녹여내고 있는 것으로 평가 받고 있는데 남명은 이미 500년 전 지리산자락에서 ‘신명사도’라는 훌륭한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완성하고 후학 양성의 좌표로 삼았다는 사실을 상기하면서 경남이 인성교육의 메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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