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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하는 사람들(1) 이대로 둘 것인가?
분노하는 사람들(1) 이대로 둘 것인가?
  • 신은희
  • 승인 2015.07.23 2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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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은희 경영학박사ㆍ인경연구소장 가야대학교 겸임교수
 “우리는 모두 굶주린 걸인과도 같다. 사랑에 굶주리고 이해받는 일에 굶주리고, 안정과 자유에 굶주려 있다.”

 “우리 안에는 고통받는 아이가 있다. 우리 안에는 가만히 있지 못하는 원숭이가 있다. 따라서 누군가 그 아이를 보살피고, 그 원숭이를 돌보고, 그들을 감싸 안을 사람이 필요하다”는 틱낫한의 저서 ‘마음에는 평화, 얼굴에는 미소’에 나오는 대목이다. 또 그는 고통받는 일을 중단하고, 흥분하는 것을 멈추라고 한다. 지금 우리가 딱 그래야 한다.

 ‘참을 인(忍)자 세 번이면 살인도 면한다’는데, ‘욱하는 순간’을 극복하지 못하고, 감정이 폭발해 버리는 이른 바 ‘분노조절장애’로 인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부숴버리는 일들이 허다하다. 폭언, 폭행, 보복운전, 무차별적 범죄 등 나날이 그 정도가 상상을 뛰어넘는다. 저마다 가슴속에 ‘화병’ 하나씩은 담고 있어 어쩌다 ‘툭’건드리면 ‘뻥’터져버리는 폭탄 같다.

 얼마 전, 취업포털 커리어가 직장인 44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화병을 앓은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90.18%가 ‘있다’고 대답했다. 화병이 생긴 이유는 63.80%가 ‘상사, 동료와의 인간관계에 따른 갈등’이었으며, 24.89%는 ‘과다한 업무, 업무 성과에 대한 스트레스’라고 했다. 이러한 마음의 상처나 과도한 긴장, 욕망에 대한 좌절 등은 ‘사이코소매틱(psychosomatic)’질환, 즉 정신적인 문제가 신체적으로 이어져 실제 질병을 유발시키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는 약물치료에도 잘 반응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미 존스홉킨스대학 갈로 박사가 볼티모아주민 2천명을 13년간 추적조사 한 결과에서도 보듯이, 우울증을 가진 여성은 호르몬의 밸런스가 깨지고 면역체계를 무너뜨려, 유방암에 걸릴 위험도가 우울증을 가지고 있지 않는 사람의 4배 이상 된다고 했으며, 하버드대학의 엘리자베스 모스톱스키 박사는 1966~2013년 사이에 발표된 관련논문 9편에 실린 수천 건의 사례를 종합분석 해 보니, 분노가 폭발하면 2시간 내에 협심증을 포함한 심근경색증은 5배, 뇌졸중은 4배나 더 초래될 위험이 있다고 한 결과에서도 나타나듯이 심각하다.

 그리고, 최근 ‘농약사이다’사건으로 모두를 놀라게 한, 80대 노인 피의자는 프로파일러의 수사결과에 의하면 ‘과거 생활에서 겪은 어떤 일들 때문에 분노 등 감정을 한꺼번에 폭발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결과도 나왔다”고 한다. 사건 전날, 마을회관에서 피해자들과 다툼이 있었는데, 이런 사소한 일도 감정다툼에 큰 불씨가 돼 큰 화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억울한 일을 당했거나 한스런 일을 겪으며 쌓인 상처와 화를 삭이지 못한 트라우마가 오랫동안 지속되면 자신은 크게 인식하지 못하지만 만성적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억제한 채로 살게 된다. 특히 요즘 우리 사회는 각 개인이나 가족의 범주를 벗어나 다양하게 얽혀있는 사회관계망 속에서 살아가면서도, 장기적인 경기불황에 먹고사는 생존문제마저 위협받아 팍팍한 삶일진대 국가와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평범한 국민들의 상식선에서조차 받아들일 수도, 이해할 수도 없이 경악케 하는 공직비리, 공포의 대형사건과 망연자실할 사고, 그리고 그 수습과정과 뒤처리를 지켜보면서 집단적 분노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그러다 보니, 서로에게 쌓여가는 피해의식, 배신감과 불신감, 그리고 그로부터 기인되는 불안정한 사회적 감정기류는 개인과 집단의 분노 감정을 더욱 응축시켜가고 있다.

 자, 이대로 둘 수는 없다. 화를 쌓고 분노를 키워 병들거나 폭발하게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 이제 그만 멈추게 하고, 감싸 안아야 한다. 즉, 국가와 사회는 점점 더 기름을 붓고, 부채질을 할 것이 아니라, 안전한 환경과 믿을 수 있는 시스템으로 구성원들을 따뜻하고 편안하게 돌봐야 하고, 개개인은 스스로를 차분하게 달래며 안정을 찾아야 한다. 활화산처럼 끓어오르는 불덩어리가 사그라지고, 평화롭게 미소 짓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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