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3 17:54 (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이지 않는 길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이지 않는 길
  • 황주화
  • 승인 2015.07.20 22:2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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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주화 진주보훈지청 보훈복지사
 나는 어릴 적부터 아이를 가르치는 것이 꿈이었다. 유년시절부터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있던 나의 꿈. 하지만 나의 꿈은 나이가 들어 조금씩 변해갔고 현재 나는 복지사라는 이름표를 달고 어르신들을 만나러 간다.

 난 국가유공자의 자녀였지만 유공자라는 것에 대해 생소했으며 국가유공자 대상자로 분류된다는 것을 알기에도 시간이 필요했다. 배우고 알아야 할 것 많은 보훈청이 낯설고 어려워 처음에는 많이 힘들어했다. 시간이 흘러 지금의 편안함이 묻어나기까지 많은 경험과 노력이 필요했다.

 보훈청에 입사하고 세 번째 맞이했던 6월 호국보훈의 달, 나라와 겨레를 위해 희생하신 국가유공자의 고귀한 살신성인의 정신을 기리고, 순국선열과 전몰장병의 숭고함을 추모하는 달이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 씁쓸함이 맴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희생을 아끼지 않으신 그분들이 계셨기에 대한민국이라는 우리나라가 건재하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그들의 후손으로 자긍심을 가지게도 하지만 보훈청에서 일하다 마주치는 어르신들을 보면 전쟁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가 여전히 묻어 있다. 전쟁의 아픔을 간직한 그들이기에 6월, 7월은 아픔의 상처가 더욱 크게 느껴지는 듯해 어르신들을 위로해 드리고 조금이라도 더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게 된다.

 어르신을 만나러 가는 길은 설렘과 아픔이 공존한다. 어르신들을 뵈러 가면 그들은 하나같이 가슴 아픈 전쟁의 이야기 보따리를 푸신다. 이런 이야기를 영화나 학교에서가 아닌 어르신들에게 듣다 보면 마치 처음 접하는 생소한 이야기처럼 전해졌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듣다, 그 당시 어르신들의 상황을 상상하고 생각해보니 그 당시의 참혹했던 상황이 마치 파노라마처럼 그려지며 나에게도 각인돼 가는 것이 느껴진다.

 잊지도 못한 군번과 생과 사를 넘나드는 가슴 시리도록 생생한 전쟁속 이야기. 전우의 죽음을 지켜보며 다음은 내 차례가 되지 않을까 가슴 졸이고 공포에 떨어야 했던 시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가슴 속에 박힌 총알 같은 그 아픈 이야기를 그저 들어 드리고 그래도 살아서 이렇게 계신 게 어디시냐고, 살아계신 동안 건강하시라고 말씀을 전해드릴 수밖에 없어 항상 미안하고 죄송하기 그지없다.

 이제 90을 앞두고 있는 참전유공자 어르신들 대부분은 국가에서 나오는 보조금으로 생활하시다 보니 한 달이 빠듯할 터인데도 나라에서 이렇게 매달 챙겨줘서 고맙다고 하신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어르신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해드리지 못하는 것에 대해 죄스러워 마음 한 켠이 무겁다. 참전 유공자 어르신들을 위한 법은 1993년에 제정됐다. ‘참전군인 등 지원에 관한 법률’로 명명된 법은, 2002년 1월 법률 제6649호로 개정되면서 현재의 명칭인 참전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로 바뀌었다. 이 법에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참전유공자에 대한 예우와 지원을 위해 참전유공자의 명예를 선양하고 호국정신을 계승하며, 복리를 증진하고 6ㆍ25전쟁 참전국과의 우호를 증진하기 위한 사업을 수행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참전유공자로서 이 법의 적용을 받고자 하는 자는 국가보훈처장에게 등록을 신청해야 하며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유공자로 등록된 자, ‘고엽제후유의증 환자 지원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고엽제후유의증 환자로 등록된 자는 이 법에 따른 참전유공자로 등록한 것으로 간주된다.

 이런 법률적 도움 이외에도 내가 어르신들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큰일은 어르신들의 말동무가 돼 드리고, 웃어 드리고, 때로는 친구가 되고, 손녀가 돼드리는 것이다.

 보훈청에서는 어르신들을 위해 한 달에 한 번 정도 영화를 관람하실 수 있는 기회를 드린다.

 어르신들 중 많은 분이 영화를 보는 것을 낙으로 삼으시고 매달 영화관람하는 날만을 기다리신다. 평균 2시간 정도 영화가 상영되는데 한자리에서 보는 것이 허리며 다리가 아플만 하신데도 누가 이렇게 늙은이를 매달 데리고 와주겠냐고 하시면서 피곤한 기색 드러내지도 않으시고 즐겁게 영화를 즐기는 어르신들. 그들을 위해 따뜻한 식사라도 하실 수 있도록 식당을 연계한 사랑의 건강 밥상은 내 마음도 따뜻하게 데워준다.

 또한 돈이 아까워 보약 한재 드시는 것이 힘드셨던 어르신들을 위해 매달 한의원에서 정성 들여 진맥해서 달여 드린 한약을 드시고는 기운이 난다는 어르신을 뵈면서 참으로 감사하다.

 아직 우리 사회가 베풀려고 하는 마음 따뜻한 사람이 많기에 힘들고 어려운 어르신들의 마음 또한 푸근해 질 수 있으니….

 10개 시ㆍ군의 440여 명의 재가 어르신들께 더 많은 문화혜택과 더 많은 사랑의 나눔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는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이 나의 일임을 알기에 아직도 부족하고 갈 길이 멀다.

 그렇기에 나는 오늘도 어르신들을 위해 따듯한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품은 채 유공자분들에게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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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수현 2015-08-02 19: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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