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07:10 (금)
아름다운 마음의 시선
아름다운 마음의 시선
  • 정창훈
  • 승인 2015.07.19 20: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정창훈 시인ㆍ칼럼니스트
 흔히들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한다. 우리는 상대방의 시선과 눈빛을 통해서 상대방의 마음을 알려고 하고 진실을 말하는지 거짓을 말하는지를 판단하려고 한다. 그만큼 눈의 시선이 중요하다. 시선을 통해서 바라보이는 전망도 눈을 감동시켜야 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그대의 시선은 맑은 호수와 같아야 하고 바라보는 호수도 맑고 아름다워야 한다는 것이다.

 돈이 생기면 전망 좋은 아파트나 주택을 선호하는 이유 중에 시선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래서 산과 바다와 강을 조망할 수 있는 집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그런데 넓게 트인 개방된 전망의 공간에 살게 되면 일시적으로는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가진 느낌을 받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역으로 황량함을 느끼거나 나 홀로 동떨어진 느낌이나 무력감 또는 외로움이 스며들게 된다는 이야기도 있다. 우리가 바라보는 시선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리가 의미를 두는 최고의 시선과 전망은 어떻게 바라보아야 한단 말인가.

 아침편지문화재단의 고도원 이사장은 저서 ‘혼이 담긴 시선으로’에서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던 혼이 담긴 시선으로 살아가야 한다. 혼을 담는다는 것은 마음을 담는 것이다. 마음을 기울여 말하고 혼이 담긴 눈빛으로 바라보고 사랑이 담긴 손을 건네는 순간 세상은 빛이 나고 저마다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다’고 했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선택의 순간과 마주한다. 인생은 매 순간 올바르고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답을 구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자기 삶의 주인공으로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살기 위해서는 깊은 의미가 있는 ‘혼이 담긴 시선’이 필요하다.

 내가 나를 바로 바라보지 못한다면 그 무엇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분노와 고통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모든 대상이 분노와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다는 것을, 사랑으로 가득 찬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은 아름다움의 에너지로 가득하다는 것을 몸과 마음은 알 것이다.

 KBS 2TV 주말연속극 ‘파랑새의 집’의 등장인물 중에 지완은 친구인 현도 아버지로부터 꿈이 뭐냐는 물음에 “아저씨가 서 있는 회사 사옥의 옥상에서 아저씨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꿈이다”고 했다. 멋진 자기 꿈의 시선이다.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내 감정이 낭비될 정도의 마음 쓰이는 시선은 아니더라도 남에게 배려심을 보인다는 건 상대방도 편안하고 자신도 기쁜 일이다. 시작은 어렵지만 나를 사랑하는 아름다운 마음의 시선과 여유로움으로 바라본다면 세상의 시선도 따뜻하게 다가올 것이다.

 매년 산악마라톤과 백두대간을 등산하면서 느끼는 일이다. 우리는 왜 정상에 오르려고 하는가? 정상에 머무르는 시간도 아주 짧고, 정상에서 바라보는 시선도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정상에서 머문 흔적을 사진으로 남기고 정상에서 바라본 세상은 가슴에만 담아두고 온다. 우리의 인생도 그런 것 같다. 정상에 눌러앉기 위해 산에 오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잠시 정상에 머물다가 곧 내려와야 한다. 정상은 절대 오래 머무를 수 없다. 만약 정상에서 오랫동안 욕심껏 눌러앉겠다고 생각하면 곧 어둠이 몰려오고 기온도 내려가고 비바람과 눈보라도 휘몰아칠 것이다.

 정상에 오르려는 많은 사람들은 정상에 가면 정말 근사한 뭔가가 있을 줄 기대한다. 사실, 근사한 것들이 많다. 그러나 그것은 모두 내 것이 아니다. 정상에 오르려고 하는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세상은 누구의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것이다. 정상을 향해 질주하는 삶이 부질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아름다운 시선은 내 마음속에 있는 것이다.

 오직 정상만을 향해 오를 때에는 숨이 차고 힘이 들어서 주위를 돌아볼 여유도 없었다. 그래도 올라갈 때 만나는 친구들은 자연스럽게 눈높이도 맞출 수 있다. 산을 오르면서 잠시 멈추고 주위를 바라보면서, 꽃향기와 풀냄새 를 맡아보면서, 바람소리와 새소리 들어보면서, 길가에 수많은 친구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상상을 하면서, 서로의 안부를 묻고 답하면서 함께 사진도 찍고 추억도 담으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도 지하철의 풍경은 무표정한 얼굴들이 자그마한 휴대폰에 묻혀있다.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동행하는 수많은 군상의 모습들을 서로 쳐다보면서 눈인사하는 상상은 옛날이야기가 됐다. 그냥 무심코 쳐다보다가 눈이 마주쳐도 왜 쳐다보는지 기분 나쁜 표정 아니면 무표정이다. 신문이나 책을 읽거나 창밖의 풍경을 감상하는 사람도 찾아 볼 수 없다. 손바닥에 펼쳐진 세상이 자신을 바라봐 주고 관심을 가져다주길 바라는 사람들뿐이다.

 비록 무심하고 저마다 앞만 보고 살아가는 일상이지만 우리가 만나는 모든 인연에 어머니와 같은 시선을 기대한다. 어머니가 자식을 바라보는 사랑의 눈빛은 세상을 향한 아름다운 시선이다. 언제 어디서나 서로가 서로에게 따뜻한 마음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