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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특별사면, 사법부 침해 행위
대통령 특별사면, 사법부 침해 행위
  • 권우상
  • 승인 2015.07.16 2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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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우상 명리학자ㆍ역사소설가
절대왕권 시대 통치행태
행정 우선 삼권분리 침해
사법부 판단 뒤집지 말아야

 대통령의 특별사면은 특정 범죄인의 죄를 국회의 동의 없이 자신의 지위적 특권을 이용해 형벌을 완전히 없애거나 부분적으로 줄여주는 것이다. 이런 대통령의 사면 권한은 왕권 국가에서 시행하던 제도다. 세조(수양) 재임 당시 영의정 한명회는 이시애의 반란이 일어날 때 반란을 선동했다는 혐의로 투옥됐다. 하지만 세조는 조사를 해보니 사실과 달라 한명회를 사면해 석방했다. 이처럼 사면은 왕권 국가에서 왕의 특권으로서 억울하게 투옥되거나 죄인 중에서 국가에 공로가 큰 사람에게 왕이 특별히 면죄해 주는 조치였다. 그런데 이런 왕권시대 제도가 21C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시행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는 입법, 사법, 행정 삼권이 분리돼 있어 사법권의 판단(결정)은 존중돼야 한다. 그런데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사법부의 판단을 뒤집는 행위는 사법부의 결정을 침해하는 행위다. 대한민국은 법치주의국가다. 그러므로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에게 특별사면권을 부여한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일종의 권력남용이다. 보도에 따르면 죽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2005년과 2007년 두 차례 대통령 특별사면을 받았다. 한 정권에서 두 차례에 걸쳐 특별사면을 받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특혜를 받았다는 의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또한 2005년 구속된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을 사면시켰다. 2006년엔 최측근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여택수 전 청와대 행정관, 신계륜 전 의원 등이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2008년엔 최도술 전 대통령 총무비서관,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도 석방됐다.

 이명박 정부는 측근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이 사면 받았다. 특히 재계의 사면 횟수가 많았다. 2008년 8ㆍ15 특별사면 때는 정몽구 현대ㆍ기아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 74명이 사면됐다. 2009년 12월에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해 논란이 됐다. 반면 박근혜 정부는 비리에 연루된 정치인과 기업인 등 사회 지도층 인사를 완전히 배제할 뜻을 밝혔다. 감면 대상도 생계형 범죄나 생계형 민생사범으로 제한한 바 있다. 특별사면 대상자도 5천925명이었다. 김대중 정부 4만여 명, 노무현 정부 3만여 명, 이명박 정부 1만여 명이 특별사면 됐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비리로 유죄가 확증된 정치인이나 기업의 임원들은 사면을 받기 위해 청와대 권력 실세들에게 접근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은밀히 돈 거래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대통령의 특별사면은 권력과의 유착을 조장하고 부패로 이어질 개연성이 매우 높다. 지금까지 사례들을 보면 삼일절, 광복절 등에 맞춰서 거의 정기적인 사면을 한다. 문제는 잡범, 정치범 할 것 없이 사면해 준다는 점이다.

 또한 교통법규 위반자를 대상으로 수백만 명을 한꺼번에 특별사면(월드컵때)을 한 것은 법치와 국민의 준법의식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다. 정치인, 고위관료 등 부정부패에 관련된 많은 인사들에게 하는 특별사면은 국가 전체의 이익이 아닌 대통령 개인이나 정파의 이익을 위해 남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처럼 대통령 만에 힘으로 특별 사면을 시켜주는 예는 어디에도 없다. 심의를 거쳐 이것이 통과돼야 하지만 사면이 가능한 것이며 이 과정에서 몰래 돈거래가 이뤄지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다.

 모럴 해저드(Moral Hazard)란 도덕적 해이를 뜻하는 용어다. 이 용어와 최근 몇 년간 남양유업이 보인 행태는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2008년 멜라민 파동 당시 경쟁사 제품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광고를 대대적으로 실었던 곳이 남양유업이었다. 그 파문이 잠잠해지자 2009년에는 멜라민 함유 의심 분유를 베트남에 수출한 사실이 드러나 또 한 번 논란의 중심이 됐다. 2010년에는 자사 제품의 독점 공급을 위해 산부인과 병원에 리베이트를 제공한 일로, 그 다음해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대한 뇌물 상납 의혹이 담긴 녹취록이 만천하에 드러나 잇따라 여론의 질타를 맞았다. 지난해에는 동서식품이나 일동후디스 등을 상대로 한 이른바 ‘노이즈 마케팅’을 펼쳐 소비자들의 불안을 부추기는 행태를 보여 비판을 자초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모럴 해저드’가 2007년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사면 복권 이후 오히려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지 생각해 볼 일이다. 입법, 사법, 행정이 독립된 법치국가에서 사법부의 판단을 뒤집는 대통령 특별사면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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