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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사면에 대한 견해차
대통령 사면에 대한 견해차
  • 박춘국
  • 승인 2015.07.16 2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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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춘국 논설위원
 오늘은 우리나라의 헌법을 제정ㆍ공포한 것을 기념하는 제헌절이다. 올해로 67회를 맞는 제헌절을 맞아 대통령의 사면이 논란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3일 청와대 수석들에게 “광복 70주년 사면에 대해 필요한 범위와 대상을 검토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다음날 북한도 광복 70주년 및 노동당 창건 70년을 맞아 대사(大赦ㆍ특별사면)를 시행한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서민 생계형 사범을 중심으로 5천900여 명에게 사면을 단행했고, 북한은 2012년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4월 15일)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70회 생일(2월 16일)을 기념한 특별사면 이후 처음이다.

 사면(赦免)은 죄를 용서해 형벌을 면제한다는 뜻으로 형사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형 선고의 효과, 공소권의 소멸 또는 형 집행의 면제 권능을 가지는 국가원수의 특권이다. 대통령의 사면권을 절대적으로 규정한 미국은 연방의회가 대통령 사면권에 제한을 두는 법안을 제정하는 것을 위헌으로 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사면 없는 법은 불법’, ‘사면은 법의 편에 선다’는 법언으로 사면을 법의 테두리 안에 두고 있다.

 박 대통령의 이번 사면에 대해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 삶이 힘든 시점에서 국민 대통합과 경제회복을 위해 매우 시의적절한 결정”이라며 환영하는 견해를 밝혔다. 같은 날 새누리당 원유철 신임 원내대표도 “국가발전이라든가 국민 대통합 차원에서 대통령께서 (사면을) 하시겠다는데, 이번 사면이 통 크게 대화합적인 차원에서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말해 이번 사면이 큰 틀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여당 지도부의 사면에 대한 견해는 ‘사면은 법의 안전판’이라고 말한 예링과 ‘사면은 법의 바른 활동’이라고 정의한 슈탐러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반면,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번 특별사면에 재벌 총수들이 포함돼선 안 된다”면서 “박 대통령이 재벌 총수에 대한 사면을 강행한다면 국민의 기대와 정반대로 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15일 성명을 통해 “대통령의 사면권이 원칙 없이 남용될 경우 법치주의를 훼손할 뿐만 아니라 국민의 준법정신마저 무디게 한다”며 “재벌 총수와 비리 정치인에 대한 특별사면은 국민 통합을 촉진하기는커녕 국민의 상실감과 분노만 불러일으킨다”고 주장했다. 야당과 민변의 주장은 사면을 대권 가운데서도 가장 음흉한 것으로 비하한 칸트와 같은 맥락을 견지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사면에 대한 여야의 견해차가 있지만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광복절에 대대적 사면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수많은 정치인과 경제인들이 사면을 통해 재기를 해왔다. 지난 2009년 12월 29일 새해를 3일 앞두고 이명박 대통령이 단행한 사면 자 명단에는 이건희 회장이 포함됐다. 결과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성공적이었다. 사면으로 풀려난 이 회장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의 쾌거도 이뤘고 삼성전자를 오늘의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

 경남 정치인 가운데서도 사면을 받아 재기에 성공한 인물들이 여럿 있다. 대표적으로 김맹곤 김해시장이 지난 2008년 8월 12일 광복절을 앞둔 사면을 통해 복권되면서 2년 뒤인 2010년 지방선거에서 김해시장에 출마해 당선된 뒤 4년 뒤 재선까지 성공했다.

 이번에 사면을 받아 10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총선 출마가 가능해질 정치인들도 상당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면을 두고 죄의 값을 끝까지 다 치러야 한다는 견해와 형기나 자격정지가 아직 남아 있지만 조금 일찍 복귀해서 국가와 사회 발전을 위해 자신이 갖춘 능력을 발휘해 달라는 두 가지 의견의 충돌은 쉽게 좁혀지지 않는 분위기다.

 사면 대상자를 바라보는 시각에 변화를 준다면 이견은 다소 거리를 줄일 수 있을 듯하다. 이번 사면 대상자에 포함될 사람이 자신의 가족이라면 어떤 견해를 낼까? 또 자기 일이라면 어떨까? 이도 저도 아니면 사면 대상자들이 사회로 복귀해 큰일을 할 수 있다면 어떤가. 다만 사면을 받아 조금 더 빨리 사회로 복귀하는 사람들이 해악을 끼친다면 문제는 있다. 그러나 우리가 구더기 무서워 장을 못 담그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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