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21:43 (금)
목표 좇는 ‘다람쥐 정신’
목표 좇는 ‘다람쥐 정신’
  • 정창훈
  • 승인 2015.07.12 19: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정창훈 시인ㆍ칼럼니스트
 양산시 동면 법기리에 위치한 법기수원지는 주위를 보기만 해도 절로 힐링이 되는 곳이다. 80년 만인 2011년 일반인에게 개방된 곳이라 말 그대로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곳이다. 7월 초의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법기수원지는 하늘, 땅, 저수지의 잔잔한 물까지도 온통 푸른빛이었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편백나무들 사이를 걷다 보면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와 숲 속을 뛰어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친근한 벗이 돼주었다.

 숲 속에서 반가운 다람쥐를 만났다. 다람쥐는 어린이들에게 가장 친근한 자연 속의 포유동물 중의 하나로 설치목 다람쥐과에 속한다. 도시가 개발되지 않고 등산 인구가 많지 않았던 시절의 근교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었던 다람쥐는 최근 인적이 드문 깊은 산속이 아니라면 희귀해졌다.

 전에는 새나 물고기를 파는 가게 앞에서 다람쥐가 쳇바퀴를 돌리고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아련한 추억 속에 남아 있을 뿐이다.

 다람쥐하면 1970년대 통기타 하나 달랑 들고 가요계에 뛰어든 맹인가수 이용복이 부른 ‘어린 시절’의 가사가 생각난다.

 ‘진달래 먹고 물장구치고 / 다람쥐 쫓던 어린 시절에….’

 다람쥐는 주로 땅 위에서 생활을 하다가 위험이 닥치거나 먹이를 찾을 때 나무 위로 올라간다. 발에 날카로운 발톱이 있어 나무 위에서도 자유로이 돌아다닐 수 있고 크고 도톰한 꼬리는 높은 나무에서 뛰어내릴 때 균형을 잡거나 속도를 줄여준다.

 다람쥐는 귀여운 다섯 개의 줄무늬가 있고 암수 모두 색깔과 모양이 같다. 몸길이는 14~18㎝, 몸무게는 80~90g밖에 되지 않는다. 다람쥐는 울창한 바늘잎나무 숲에 많이 살며 넓은 잎 나무숲이나 바위가 많은 곳에도 살고 특히 좋아하는 곳은 쓰러진 나무가 겹쳐져 숨기 쉽고 물이 가까운 계곡 근처에 많다. 다람쥐는 나무사이, 돌 밑, 썩은 나무 그루터기 밑에 굴을 파고 굴에서 파낸 흙은 뺨주머니에 넣어 멀리 내다 버려 남에게 들키지 않도록 한다.

 다람쥐는 굴 안에 방을 여러 개 만들어 잠자는 방, 먹이 저장고, 화장실 등을 각각 만들어 놓고, 밤, 도토리, 땅콩, 잣나무, 참피나무, 개암나무의 씨, 옥수수, 호박, 오이, 수박씨를 잘 먹는다.

 다람쥐에게는 양쪽 뺨에 뺨주머니라는 것이 있는데 이곳에 먹이를 넣어 나른다. 가을이 되면 다람쥐는 겨울잠 준비를 하기 위해 여름에 살던 굴보다 더 깊이 굴을 파고 뺨주머니에 먹이를 넣어 열심히 저장한다. 겨울이 되면 가장 안쪽에 있는 방에서 겨울잠을 잔다.

 다람쥐는 도토리를 입 주머니에 여러 개 집어넣고 나무와 바위틈으로 달아나다 멈춰서 입 안의 도토리 하나를 꺼내 갉아먹는 모습이 귀여워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는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다람쥐 반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있다.

 다람쥐의 귀여운 모습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한때 다람쥐를 일본에 수출하기도 했다. 1962년 4월에는 2천마리를 수출한 것으로 시작해 한때 30만 마리를 포획해 수출했다고 한다. 그 당시에는 너무나 가난해 무엇이든 돈이 되는 것이면 수출을 했을 것이다. 지금은 조수보호법에 의해 보호되고 있고, 야생동물을 잡는 것은 불법이다.

 법기수원지 둑에 있는 커다란 가래나무(추자나무) 위에서 열매가 떨어지는 것이 이상해 나무사이를 쳐다보니 청설모가 추자를 먹고 있었다. 어찌나 게걸스럽게 먹고 주위를 더럽히는지 방금 본 귀여운 다람쥐하고는 비교할 수가 없었다. 크기에서 청설모는 재래종 다람쥐보다 크다. 털색에서 청설모는 온몸이 검은 털을 가지고 있는 반면 재래종 다람쥐는 갈색의 얼룩무늬를 가지고 있다. 청설모는 나무 구멍에 집을 짓거나 나무 위에 나무 가지를 모아 까치집 모양으로 집을 짓고 살지만 재래종 다람쥐는 땅속에 굴을 파고 산다. 청설모는 겨울 식량을 모으지 않고 겨울에도 먹이를 찾아다니는데 반해 다람쥐는 자기 굴의 식량 창고에 먹이를 모아서 월동을 한다.

 켄 블랜차드는 저서 ‘겅호!’에서 “다람쥐의 정신, 비비의 방식, 기러기의 선물로 이뤄진 겅호정신을 실현하기 위해선 가치에 대한 목표가 필요하다”면서 다람쥐 정신이야말로 가치 있는 일을 한다고 한다. 이는 내가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고 목표를 이해하면서 제대로 실행하고 모든 계획과 행동은 가치로 결정된다는 것이다. 즉, 무엇이든 하고자 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우리에게 있어야 하고, 우리 모두가 숙지하고 있는 공동의 목표로 이어져야 하며, 모든 계획 및 행동을 이끄는 것은 가치가 있어야 한다.

 다람쥐는 항상 열심히 일한다. 먹이를 찾고 저장하며 쉬지 않고 일을 한다. 그런데 그렇게 하는 것에는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다람쥐가 식량을 나르는 것은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혹한의 겨울을 나기 위한 가치 있는 일이란 것을 알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 하찮은 일이란 이 세상에 없다.

 다람쥐와 동행한 행복한 하루의 일상을 사색하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