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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 때문에…
소신 때문에…
  • 김명일 기자
  • 승인 2015.07.09 22: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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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일 문화ㆍ체육부장
 홍준표 경남도지사, 박종훈 경남교육감 취임 후 1년. 경남은 보수와 진보의 소신(所信) 아래 350만 도민은 무력하다. 1년 전 선거기간 도민의 ‘머슴’을 자처했다. 그러나 지금은 도민을 볼모로 삼은 듯하다. 이들은 자신을 지지한 도민을 볼모로 도민의 소신이 아닌 자신들의 소신대로 도정과 교육을 이끌고 있다. 그래서 화난 도민이 주민소환을 준비하고 있다. 소환 여부는 결과를 봐야 알겠지만, 도정과 교육을 맡긴 지 1년 만에 소환 대상이 된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두 사람 소신 때문에 경남 학생 22만 명이 무상급식을 못 먹고 있다. 지난해까지 28만 명이 무상급식을 먹다가 경남 지자체의 급식비 중단으로 저소득층 6만 명을 제외한 22만 명 학부모는 돈을 내고 있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지자체 급식비 지원이 없는 곳은 경남이 유일하다.

 홍준표 지사의 소신이 바뀐 탓이다. 홍 지사는 2012년 보궐선거 후보 때는 무상급식을 하겠다고 했다가 2013년 도의회에서는 무상급식은 내 공약이 아니고 공약집에도 없다고 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경남 부채를 줄이고 미래 50년 먹거리 전략 산업을 강조했다. 재선 후에는 교육청에 무상급식 특정 감사를 요구했다가 교육청이 거부하자, 감사를 받지 않으면 급식비를 지원할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도와 시군은 식품비 지원을 중단했다.

 박종훈 교육감은 보편적 무상급식에 대한 소신을 거두지 않고 있다.

 교육 철학적 양심으로 보편적 급식을 해야 한다는 그의 소신은 무상급식 해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런 소신 탓에 무상급식 해결은 지체되고 있다. 그러나 도의회가 마련한 중재안 3차 회의에서는 긍정적인 자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여전히 보편적 무상급식에 대한 철학적 소신을 유지하고 있다.

 박 교육감은 도의 무상급식 감사에 대한 소신은 여전히 굽히지 않고 있다. 감사원 감사와 도의회 감사는 수용했다. 그러나 경남도의 감사는 거부하고 있다. 감사법에 도가 교육청에 대한 감사 규정이 없다는 이유다. 도민 중에는 도민의 혈세가 투입된 곳에는 감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나라 경제가 어려움에 부닥쳐있다. 올해 경제 성장 전망치는 3.1%였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메르스로 소비가 얼어 붙어다며 2.8%로 하향 조정했다. 경기를 살려보려고 22조를 푼다고 발표했다. 나라 살림이 어려워 교육부는 교부금을 6.7% 줄였다. 이 때문에 교육청 예산도 8.3%가 줄었다. 학교마다 운영비도 10%가 줄었다. 게다가 급식비 미납액이 매달 20억 원 정도가 쌓이고 있다. 도민 살림도 어렵다. 미래 50년 먹거리보다 지금 2천500원짜리 아이들 점심 한 끼가 더 절박하다. 학교 급식해결 시일을 끌 일이 아니다.

 경남 지사와 교육감은 도민의 소신을 먼저 헤아려야 한다. 자신들의 철학적 소신을 내려놓고, 겸허히 도민의 뜻에 부합하는 행정을 펼쳐야 한다. 간디학교 학생들은 소풍을 마다하고 교육청으로 찾아와 민주주의의 가치는 소통에 있다고 배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도청은 교육주체와 소통하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학생들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소통에 있어서는 교육청도 비난을 받고 있다. 무상급식 중재안에 대한 학부모 의견을 묻는 가정통신문을 발송하고도 회수하지 않았고 학부모 총회도 열지 않았다. 홍 지사와 박 교육감은 경남 미래 100년 주역인 학생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고 답하는 민주적 소통 과정을 몸소 가르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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