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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의 적당한 거리
인간관계의 적당한 거리
  • 신은희
  • 승인 2015.07.09 22: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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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은희 경영학박사ㆍ인경연구소장 가야대학교 겸임교수
 ‘멀리서 바라보면 울창한 나무가 빽빽이 가득 찬 듯하지만, 건강한 숲일수록 가까이서 보면 나무와 나무 사이에는 적당한 간격이 있다’고 한다. 수목의 종류에 따라 자연스럽게 서로 뒤엉키지 않고, 생존과 성장에 필요한 적절한 햇빛과 영양분을 흡수하며 편안히 호흡할 만큼의 거리가 잘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어디 숲뿐이겠는가? 동물은 물론이고, 사람과 사람사이에도 건강한 관계가 잘 형성되고 유지되려면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에드워드 홀(Edward T. Hall)은 그의 저서 ‘숨겨진 차원’에서 프로세믹스(proxemics) 즉, 인간의 공간사용법에 대해 4가지 유형을 제시했다. 그것은 밀접한 거리, 개인적 거리, 사회적 거리, 그리고 공적인 거리다. 물론 그 거리를 감지하는 감각적 변화는 개인의 성격과 환경, 문화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다고 한다. 그러나 서로 불편하지 않으면서도 친밀감을 형성하는 인간관계에서의 거리의 미학은 그리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가 제시한 4가지 차원의 관계의 거리 유형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밀접한 거리(Intimate Distance Zone)는 0~46㎝ 미만으로 촉감이 소리보다 우선 자각되는 거리다. 그러므로 언어보다 촉각, 후각 등의 감각이 소통수단이 되며, 가족이나 연인처럼 서로의 친밀도가 가장 높은 관계에서의 거리다. 따라서 그렇지 않은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이정도 거리로 좁혀지면 움츠려들고, 긴장하며, 불안해하면서 위협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즉 자기방어를 위한 최소한의 거리이므로 함부로 침범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개인적 거리(Personal Distance Zone)로 46㎝~1.2m다. 팔 길이만큼의 거리로 손을 내밀면 닿을 수도 있는 작은 보호영역이다. 그러나 접촉보다는 주로 대화로 의사소통하며, 친한 친구나 잘 아는 사람들 사이의 일상적 대화의 간격으로 공식과 비공식의 경계지점이다. 적당한 친밀감과 어느 정도의 격식이 필요한데, 좀 더 친밀감을 높이려면, 가벼운 스킨십이나 조용한 목소리로 다가갔을 때 당황하지 않고, 편안해한다면 호감의 표시이기도 하다. 그러나 상대방의 반응을 살피면서 거리를 좁혀가야 관계에 무리가 없게 된다.

 다음으로 사회적 거리(Social Distance Zone)는 1.2m~3.6m로 지배의 한계를 넘어선 거리다. 여기서는 비개인적인 업무가 행해지는 거리로 사무적, 공식적 성격을 띠며, 소통의 통로는 촉각이나 후각보다는 시각적 요소와 다소 커진 목소리가 사용된다. 그러므로 사적인 질문이나 스킨십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대화에도 격식을 갖추는 예의가 요구된다. 사무실이나 넓은 공간에 놓인 탁자를 사이에 둔 소그룹의 회의나 모임 등이 여기에 속한다.

 끝으로 공적인 거리(Public Distance Zone)는 3.6m~7.5m인데, 이는 개인과 대중의 형식적 접촉의 경우로서 좀 더 과장된 목소리 외에도 몸짓이나 자세 등 비언어적 의사전달수단이 필요하다. 교사와 학생, 연극배우나 가수, 강사와 청중 사이의 연설이나 강의 등에 유지되는 거리가 여기에 속한다.

 이렇듯 개개인 간에는 관계와 상황에 따라 감각적 변화를 감지하고 반응할 수 있는 적절한 넓이의 완충지대가 필요한데, 너무 가깝거나, 반대로 너무 멀어지면 그 관계가 손상될 수 있다. 즉 스트레스가 가해져 부적절한 행동, 관계, 감정표출을 강요받는다고 한다. 그러므로 관계의 양과 질을 잘 유지, 증진시키려면 상호 간에 서로 어떤 관계인지, 어떻게 느끼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잘 파악하고 인지해서 상황에 맞는 적당한 거리를 적용해야 하겠다.

 “지금 함께 있는 사람과는 어떤 관계입니까? 그리고 그와의 거리는 어느 정도입니까? 그렇다면 그 거리는 서로의 관계에 적당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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