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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 비정규직 해법 찾아야
노사정, 비정규직 해법 찾아야
  • 권우상
  • 승인 2015.07.09 22: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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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우상 명리학자ㆍ역사소설가
1년 뒤 11%만 정규직 전환
올해 600만 명 고용불안
소비위축 등 부작용 많아

 비정규직의 가장 큰 문제는 신자유주의의 확산을 예로 들 수 있다. 신자유주의의 핵심 골자를 요약하면 이렇다. 현대 사회로 올수록 사회의 작동메커니즘은 다양하고 복잡화되는데 거기에 정부가 나서서 어떤 인위적인 정책을 수행한다는 것은 오히려 경제의 메커니즘을 파행적으로 만들어 교란에 빠뜨리고 마비시키게 된다. 경제 발전의 가장 큰 동력은 경쟁체제다. 왜냐하면 경쟁 시스템이 가동되기만 하면 인간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가난한 사람들을 인위적으로 보호할 것이 아니라 경쟁의 메커니즘을 스스로 돌아가도록 내버려 두면 오히려 사회는 저절로 잘 돌아갈 것이며 그 속에서 가난한 사람들도 나름대로 다 먹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이런 신자유주의가 확산되면서 자원의 효율적 사용과 시장의 확대에 힘입어 세계경제는 지속적인 성장을 하고 있으며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 국가들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국가에서 절대 빈곤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동시에 국경을 초월한 기업간의 경쟁으로 가격 경쟁이 더 치열해짐에 따라 생산비 특히 인건비 절감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게 됐고, 그 결과 거의 모든 나라에서 실업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중이 높아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4년 하반기에 발표한 ‘비정규직 이동성 국가별 비교(2013)’에 따르면 한국은 비정규직 가운데 11.1%만이 1년 뒤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었고, 69.4%는 비정규직에 머물렀으며, 19.5%는 실직 등으로 일을 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3년 뒤에도 상황은 별로 나아지지 않아 비정규직 중 22.4%만이 정규직이 됐고 50.9%는 여전히 비정규직이었으며 26.7%는 일을 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비정규직 10명 중 1~2명 만이 1~3년 뒤에 정규직 자리에 일하고 나머지는 비정규직에 머무르거나 실업자가 되는 ‘불안정 고용’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다.

 한 보도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작년 3월 하루 4-5시간씩 일하는 시간제 창구직원 170명을 모집하는 데 3천여 명이 몰렸다고 한다. 길어야 2년 일할 수 있는 비정규직이고 연봉도 1천600만 원 수준인데도 지원자가 줄을 섰다고 한다. 취업난의 심각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은행, 기업들이 시간제 근로자를 적극 채용하면서 작년 3월 이후 1년 사이에 시간제 근로자가 17만 5천명 늘어났는데 이는 전체 비정규직 근로자는 올해 처음으로 6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런 상황이라면 정부의 고민도 깊어질 것이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증가는 노동시장 전체적인 고용의 질을 동반 하락시키고 있어 문제다.

 지난 3월 기준으로 비정규직 근로자 평균 월급은 146만 7천원으로 정규직의 54%에 지나지 않는다. 2007년 이후 격차가 가장 벌어진 것이다. 또한 정규직. 비정규직의 근속기간 차이는 4년 10개월로 1년 사이에 4개월이 늘었다. 정부가 여러 차례 비정규직 차별 해소 방침을 밝혔지만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비정규직을 첫 일자리로 삼는 청년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20대 비정규직은 103만 명으로 작년보다 3.5% 늘었고 퇴직 후 눈높이를 낮춰 새 일자리를 구하는 경우가 많은 60대를 제외하고는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우리나라에선 비정규직으로 3년을 일한 뒤에도 정규직으로 바뀌지 않고 계속 비정규직에 머무르는 비율이 51%에 이른다. 작년 15~29세 청년 취업자 네 명 중 한 명은 1년 이하 계약직으로 첫 직장을 시작했다.

 비정규직으로 인생을 출발하는 젊은이들 사이에선 미래가 불확실해 연애ㆍ결혼ㆍ출산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며 ‘3포 세대’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 것이다.

 작년 말 정부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 및 복지 격차를 줄이고,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기회를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하는 비정규직 종합 대책을 내놨지만 노동계의 완강한 거부로 노사정(勞使政) 대타협이 무산되면서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기득권 지키기로 인해 노동시장 개혁이 좌초 위기에 빠지면서 청년들이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으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도 더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은 지난 과거 20년을 거치면서 정규직 보호에만 매달리고 비정규직 차별에 눈을 감았다가 경제의 활력을 상실해 버렸다. 임금 수준이 정규직의 60%에 지나지 않는 비정규직 비중이 전체 일자리의 37%를 넘어서면서 소비가 위축되고 불황의 강도가 더욱 심해지는 부작용을 겪은 것이다. 우리도 이대로 가면 일본처럼 될 수밖에 없다. 노사정이 위기의식을 갖고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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