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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의 정치 결말이 궁금하다
배신의 정치 결말이 궁금하다
  • 박춘국
  • 승인 2015.07.09 22: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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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춘국 논설위원
‘배신의 정치’가 지난 2주간 우리나라 정치계 화두였다. 배신(背信)은 믿음이나 의리를 저버린다는 뜻의 명사로 배반이나 변절이란 유의어가 있다. 또 배신(背臣)은 배반한 신하를 의미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가 의결한 국회법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를 지칭해 ‘배신의 정치’와 ‘심판’이란 표현을 했다. 대통령의 쓴소리가 있은 지 2주만인 지난 8일 새누리당 의원들은 의총을 통해 ‘유승민 사퇴 권고 결의안’을 박수로 의결했고 유 원내대표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는 말을 남기고 물러났다.

 유승민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자신이 믿었던 가신이 자기편을 덜지 않은 것에 대한 실망감이 ‘배신과 심판’이라는 격한 단어를 사용케 했으리라.

 ‘배신의 정치’는 경남에도 있었다. 배신(背信)도 있었고 배신(背臣)도 있다. 지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민선 4대 김해시장을 지낸 김종간 전 시장과 김정권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과거 김해신문의 사장과 기자였다. 지역 선후배 이기도 하고 중학교 동문이다. 하지만 시장 재임 4년간 갈등의 연속이었다. 두 사람의 측근들은 서로를 향해 ‘배신의 정치’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다녔다. 결국, 시장 재선에 도전한 김종간 전 시장을 향해 김정권 의원은 ‘공천탈락’이라는 심판을 내렸다. 김 전 시장은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낙선했고 이후 측근의 배신이 이어졌다. 김 시장 측근을 자청했던 이의 배신은 결국 김 시장을 교도소로 보내는 불행을 만들었다.

 김종간과 김정권은 한때는 누구보다 가깝고 의리로 뭉친 사이였다. 이들이 이토록 가까웠기 때문에 배신의 상치는 더 컸으리라. 두 사람의 인연이 악연으로 끝날지, 다시 사랑했던 그 시절로 돌아갈지 아직은 모른다. 깃털같이 남은 세월 동안 또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김정권 전 의원은 홍준표 도지사와도 의리로 뭉친 사이였다. 필자가 국회를 출입하던 시절에 어렵게 당 대표에 오른 홍 지사는 홍 반장으로 불렸다. 홍 반장이 김정권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낙점하자 온 나라가 덜썩였다. 관례상 3선 이상에게 돌아가는 사무총장 자리를 재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한 뒤 재선의원(1.5선)이 된 김 의원에게 주려 하자 당내 반발이 거셌다.

 당시 홍 반장은 “다른 것은 다 양보해도 사무총장은 김정권”이라는 배수의 진을 쳤고 결국 의지는 관철됐다. 당시 모 기자가 홍 반장에게 “왜 그리도 김정권을 고집하느냐? 두 사람 이력을 보니 겹치는 게 하나도 없는데?”라고 묻자, 홍 반장은 “몰랐는갑네 우리 둘 다 방위 출신 아이가?”라는 답을 한 것이 회자되기도 했다.

 이렇게 의리로 뭉친 홍 반장과 김정권에게 사단이 났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홍 반장의 의중을 걷어차고 김 전 의원이 김해시장 출마를 강행하면서 ‘배신의 정치’가 시작된다. 홍 반장은 가신으로 분류된 허성곤 전 실장을 김해시장 후보로 내면서 김 전 의원과 맞불이 붙었고 결국 홍 반장의 힘이 분산되면서 김해시장 자리는 야당 몫으로 돌아갔다. 오해인지 진실인지 모르겠지만 김 전 의원이 홍 반장에게 도전장을 내민 박완수 전 창원시장을 지지한 것이 알려지면서 둘 사이에 골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는 후문도 있다.

 모르는 사이에 배신은 없다. 서로에게 거는 기대가 클수록 배신의 상처는 깊다. 정치판에서 배신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이 때문 일지다. 정치에서 배신이 자주 등장하는 또 다른 이유를 아랫사람 입장에서 항변한다면, ‘내가 당신의 비서나 아랫사람이었던 시절의 잣대로 지금을 재단하지 마요’다. 훌쩍 커버린 아랫사람을 대우해주지 않는 데서 갈등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윗사람 입장에서는 ‘내가 키워졌는데 지가 크면 얼마나 컸다고 배은망덕한 짓을 하고 있어’라는 생각을 하면서 갈등이 시작되기도 한다.

 은혜를 저버리면서 배신이 시작되는 일이 허다하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 유승민의 마이웨이는 배신으로 받아졌을 게다. 하지만 유승민은 현재 일약 차기대권 후보 지지율 2위로 급상승하는 기회를 잡았다. 다수의 국민들이 박 대통령의 유승민을 향한 응징에 동정심을 보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유승민 의원의 갈등을 보면서 문득 경남 정치인들의 ‘배신의 정치’ 결말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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