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0:56 (금)
40대 중반의 걱정거리들
40대 중반의 걱정거리들
  • 허균 기자
  • 승인 2015.07.07 2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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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균 제2사회 부장
 치아, 시력, 어깨통증…. 40대 중반을 넘어가고 있는 기자가 또래 친구들과 만나면 함께 고민하고 나누는 대화의 주된 관심사들이다. 최근 20년이 훌쩍 지나버린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약간의 음주를 겸한 저녁자리를 가졌다. 어떤 친구는 치아가 부실해 임플란트 시술을 했다고 자랑했다. 친구는 그래도 자기는 잇몸이 튼튼해 다행이었다며 무용담을 늘어놓았다. 1년에 한 번 볼까 말까한 친구지간이지만 이 친군 한사코 권하는 술잔을 마다했다. 시술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며.

 또 다른 친구는 한참 좋았던 시력이 갑자기 나빠졌다고 하소연이다. 이 친구는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들고 ‘문자가 오면 눈앞으로 가져가 확인하는 것보다 (휴대폰을)조금 멀리해야 더 잘 보인다’며 노안이 한참 진행된 자신의 시력을 걱정했다. 이 친구는 자신의 휴대폰에 깔려 있는 한 어플을 보인다. 초록색 바탕과 빨간색 바탕에 쓰인 검정색 글씨 중 어느 쪽이 더 선명하게 보이는지, 초점은 잘 맞는지 확인을 해 보란다. 바탕색과 상관없이 글씨가 잘 보이고 초점잡기에 힘이 들지 않는다면 아직은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하나둘 친구들이 확인을 해보곤 연신 눈을 껌벅인다. 아무래도 글귀를 읽어 내리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난 어떨까?’ 궁금한 생각에 친구의 휴대폰을 뺏어 들여다보니, 초록색 바탕의 글씨가 빨간색 바탕의 글씨보다 훨씬 선명하다. ‘어이구나 나도 시작됐구나. 노안이’.

 가만히 얘기만 듣고 있던 한 친구는 어깨가 아프다며 된소리를 한다. 이 친구의 말에 따르면 지금까진 전혀 증상이 없었는데 갑자기 어깨에 통증이 찾아왔단다. 처음에는 어깨가 알 수 없는 무언가와 부딪힌 줄 알았단다. 며칠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하고 시간을 보내다 한 달 이상 통증이 사라지질 않자 병원을 찾았단다. 지인들과 이렇게 저렇게 전화 상담을 했지만 원인과 내용파악에 실패해서다. 병원을 찾은 이 친구는 관절염이라는 의사소견을 받아왔다. 쉽게 말해 오십견 초기증세라는 것이다. 오십견이라는 단어는 제 생각에 한참이나 시간이 흐른 후 들어야 할 단어인 줄 생각했지만 이 단어와 갑작스럽게 마주한 친구는 ‘할 말이 없어 말문이 막히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 친구의 입에서 ‘통증’이라는 단어가 내뱉어지자, 여기저기서 자신의 어딘가에 대한 통증을 호소하는 친구들이 나왔다. 앞서 언급됐던 치아와 시력은 관절염이라는 단어에 완전히 정복당한 느낌이다.

 관절염이라는 단어가 모습을 드러내자, 모두들 아프지 않은 곳이 없는 환자들로 변했다. 어떤 친구는 어깨관절염을 토로한 친구와 마찬가지로 어깨가 아프다고 하면서 자신의 오른쪽 어깨를 빙빙 돌려 보이며 어깨 관절 쪽을 만져보란다. 친구의 오른쪽 어깨 관절은 회전을 할 때 ‘우두둑’ 하는 조그만 소리를 냈다. 통증이 없는 왼쪽 어깨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다. 이외에도 무릎이 아프다, 팔목 관절에 통증이 있어 무거운 물건을 쥐지 못한다, 목이 뻐근하다 등 친구들은 정말이지 아주 다양한 아픈 부위를 언급했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눠가며 술잔을 나누다 보니, 어느덧 주점의 벽시계는 자정을 향하고 있다. 오랜 시간 한 장소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소재의 고갈도 우려됐지만 이야깃거리는 터진 봇물이다. 친구들과 나눈 얘기를 가만히 종합해보니, 우리 40대 중년의 관심사는 이 나라를 할퀴고 있는 중동 호흡기 증후군 메르스도, 여야가 양분하고 있는 정치상황도, 친 박과 비박, 신친 박으로 나눠 권력다툼을 하고 있는 여당의 문제점도 아니었다. 올라갈 때도 된 기준금리는 더더욱 아닌 일상과 관련한 일들이 우리들의 관심을 받고 있었다.

 주어진 시간이 자꾸만 없어져 가는 것을 아쉬워하면서 이날 모임은 파했고 각자의 집으로 발길을 재촉하면서 특별한 문제에 날 세우지 않고 소소한 것들에 관심을 두고 사는 것이 과연 올바른 삶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리곤 곧바로 무료하기까지 한 일상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나라의 기성세대로 살아가면서도 무거운 짐 걱정 없이 주변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것들을 고민하며 살아가는 것이 최소한 불행한 삶은 아니라는 믿음이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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