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덫에 걸린 골프의 이중 잣대
덫에 걸린 골프의 이중 잣대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5.07.05 2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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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본사 전무이사
 “짐이 무거워 비행기가 못 떴다.”

 지난 2008년 대구공항에서 골프채 등 탑승객의 화물 중량이 초과, 운행하지 못한 일이 있었다. 정서(情緖)란 게 묘하지만 동남아로 골프관광을 떠나려다 발생한 실제 상황이다.

 또 부산국제부두에는 일본의 유명 골프장을 찾는 내국인들을 태운 뱃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2시간 남짓이면 도착하는 가까운 탓에다 국내에 비해 크게 저렴한 비용때문이다.

 1998년 US여자오픈 때 박세리의 맨발 샷은 외환위기로 고통받던 대한민국 국민에게 희망과 자신감을 불어넣어 줬다. 2009년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를 침몰시킨 아시아 최초의 메이저 챔피언 양용은, PGA 대회에서 8승을 거둔 최경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63년 만에 메이저대회 3연승을 올리고 여자골프 세계 랭킹 1위인 박인비를 비롯한 골프선수들에게 줄줄이 체육훈장까지 주는 나라다.

 또 전국 곳곳에는 골프고등학교가 존재하고 24시간 방영되는 골프방송은 인기채널이며 올림픽 경기종목인 국내 골프인구는 500만 명, 연인원 3천만 명에 달할 정도로 급증추세로 대중화됐다지만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은 여전하다. 특히 골프에 대한 이중 잣대 때문이지 공직자에 대해서는 유난스럽다. 이 때문인지 경남도가 전국 최초로 경남지역 18개 시ㆍ군 공무원 골프대회를 열기로 했지만 논쟁이 보통 아니다. 홍준표 경남 지사는 “관피아 논란과 연금개혁, 현안발생 때 공무원동원 등으로 (공무원)사기가 많이 떨어졌다”며 “공무원 사기가 죽은 나라는 융성하기 어렵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족구, 축구대회 등 계획에도 골프논쟁에 매몰된 것은 공무원골프대회란 것에 더한 것 같다.

 이는 과거 정부에서 골프 금지령을 내리면서 부정적 이미지가 덧씌우진 탓도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골프선수에게는 훈장까지 주는 나라지만 우리 사회 전반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자신이 하면 건전한 스포츠고 남은 접대나 검은 거래로 보는 시각에서다. 경남 관가도 골프로 인해 공직자들이 옷을 벗거나 징계 등으로 홍역을 치러 왔다. 지난 일이지만 전 창원시장과 골프를 친 경남경찰의 수장을 비롯해 39사단장 등 도 단위 기관장들이 골프 때문에 직을 떠난 사례도 있었다.

 이 때문에 동남아를 찾거나 경북, 전남북 등 정부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접근처의 골프장을 두고 주말이면 원정 골프에 나서 비상상황이면 역작용이 우려될 정도다. 또 신분을 숨기려고 가명을 쓰는 등 ‘몰래 골프’가 늘어나는 등 단속망에 걸리지 않으려고 온갖 수법이 동원되기도 한다. 설사 자기 몫을 지불해도 괜한 오해를 살까 봐 신경을 곤두세운다. 이에 대해 홍 지사는 “공무원이 죄지은 것도 아닌데 가명으로 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업자와의 골프 외에는 문제 삼지 않으려 한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또 골프산업의 중요성과 이중 잣대의 옳지 않음도 수시로 지적한 바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골프장이 500여 개를 넘었다. 시장ㆍ군수들도 세수확보 등을 위해 골프장 유치에 적극 나설 정도로 적극적이며 많은 공을 들일 정도로 골프는 고급스포츠 차원을 넘어 대중화ㆍ산업화 돼 용품과 의류 등 연관 산업을 포함하면 20조 원 산업을 형성,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이젠 골프에 대한 관점, 인식전환이 요구된다. 이미 골프가 대중화된 마당에 사치성보다는 내수 활성화, 고용창출 차원에서 각종 빗장도 풀어줘야 한다. 골프를 즐기는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스포츠에 사치 이미지가 덧씌워진 것은 정부의 징벌적인 과세 탓이 크다.

 골프장 개별소비세는 내국인 카지노의 4.2배에 달하고 재산세는 일반 세율에 비해 20배에 달할 정도여서 골프장은 세금 폭탄의 현장이나 다를 바 없다. 20달러에도 즐기고 500달러에도 찾는 다양한 골프장이 존재하도록 탄력적인 운용을 위한 정부의 재조정도 시급하다. 기관단체장, 국회의원은 물론이고 업체 관계자 심지어 지방의원들마저 외유 때면 일정을 조정해 골프를 즐기는 게 현실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으로 인식되는 정서의 덫에 걸린 탓이다.

 1502년 제임스 4세의 골프 합법화 업적을 기리기 위해 영국에는 킹 제임스 4세 군주 이름을 새긴 골프클럽이 있다. 금지령이 해제되기까지 45년 동안 불법이었다. 할아버지 제임스 2세가 ‘장정들이 쓸데없는 짓에 푹 빠져 군사 훈련을 등한시한다’는 이유로 골프 금지법을 만들었지만 골프장에 커다란 초상화까지 걸린 제임스 4세를 보면 할아버지보다 현명했다는 사실이다.

 외국을 찾는 골프관광객이 매년 넘쳐나는 큰 원인은 골프에 대한 국민들의 이중적인 잣대가 한몫 한듯하다. 따라서 낙관적인 변화를 기대하기에 앞서 색안경의 덫을 하루빨리 거두도록 하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골프 금지령이 있는 사회, 정말 한국적이지만 우리 사회가 5년마다 소동을 빚는 청와대발(發) 골프지침은 슬픈 현상이다. 정권 초, 군(軍) 골프장 사태 후 경남도 감사관실은 한술 더 떠 ‘스크린 골프’도 금지시켰다. 이래서야 덫에 걸린 한국사회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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