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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폭력, 용서 안 될 중대 범죄
데이트 폭력, 용서 안 될 중대 범죄
  • 박춘국
  • 승인 2015.07.02 23: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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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춘국 논설위원
 수년 전 성형외과원장인 친구가 보험사기사건에 연루됐다. 부부간에 고의로 차량사고를 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었다. 지역에서 가장 환자가 많은 성형외과를 운영하면서 제법 부를 축적한 친구가 보험사기를 쳤다는 말이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친구의 변명은 이렇다. “병원 간호사와 함께 차를 타고 가는 것을 목격한 처가 나를 미행하다가 화가 나서 전속력으로 내 차를 들이받았다”는 것.

 보험 청구를 포기하는 조건으로 이 사건은 마무리됐다. 요즘 사회적인 문제로 부상하고 있는 ‘데이트폭력’이 친구의 일을 떠올리게 한다.

 사전은 ‘데이트폭력’을 ‘남녀 간 교제 과정에서 일어난 육체적, 언어적, 정신적 폭력을 일컫는 말’로 정의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랑이 도를 넘어 집착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폭력이 되면 ‘데이트폭력’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사람이 최근 5년간 무려 3만 6천여 명, 연간 7천명이 넘고 이 가운데 목숨을 잃은 사람도 290명, 지난해에만 52명에 이르렀다고 하니 ‘데이트폭력’은 더 이상 사랑싸움으로 치부해서는 안 될 심각한 사회문제로 봐야겠다.

 사소한 일로 시작된 연인 간의 다툼이나 이별 통보에 격분해 연인의 차를 들이받거나 상대방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상황까지 벌어지는 일들이 최근 사회분야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보면, 옛날 연인들의 사랑싸움과는 큰 차이가 있고 요즘 분분히 일어나는 연인들의 싸움은 단순한 다툼이 아니라 상대를 해치는 범죄라는 판단이 선다.

 지난주 거제에서는 좋아하는 이웃 여성에게 다른 남자가 생긴 것에 앙심을 품고 새총으로 쇠 구슬을 쏴 여성 소유의 승용차 등에 손상을 입힌 50대가 구속됐다. 이 50대는 이웃 여인의 아반떼 승용차와 원룸에 새총으로 직경 1.4㎝ 쇠 구슬을 8차례 쏴 300만 원 상당의 재산 피해를 입혔다고 한다. 가수 김현중은 지난해 여자 친구를 폭행한 혐의로 고소를 당했고 청년 진보논객으로 알려진 한윤형, 박가분 씨도 데이트 폭력을 저질렀다고 여자 친구들이 폭로하면서 최근 구설에 올랐다.

 지난 2012년 애인 자매를 살해한 김홍일은 살해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애인이) 보다 좋은 사람 만나려고, 제가 뭐 못났고 돈도 없으니까”라는 대답을 했다. 질투와 자격지심이 살인으로까지 이어지는 참극을 부런 것이다.

 한 데이트폭력 피해자는 “아직도 좀 사랑하거나 아니면 좋은 감정이 있다고 하면 신고는 흔적이 남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인생을 망치고 싶지는 않을 것 같고…”라는 말로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사랑하는 연인이 다른 상대와 사랑에 빠지거나 이별을 통보해 온다면 평심을 유지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잘못된 교육에서 기인한다. 참지 못하고 이성을 잃은 행동을 한다면 그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닌 금수다.

 한때 사랑했던 연인을 폭행한다면 그 사람에게 더 이상의 가능성은 없다. 설령 잘못을 빌고 결혼에 골인한다 해도 그는 살아가는 평생 동안 폭력을 멈추지 않는다. 문제를 폭력으로 해결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설득과 이해보다 폭력이 훨씬 수월한 해결책이라는 착각에 빠지고 그 생각을 평생 동안 바꾸지 못해 자기가 판 무덤 속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자신을 사랑했던 사람이 변심한다면 자신을 성찰하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내가 어디가 못나서 그가 떠났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차분하게 자신을 돌아보는 자세가 옳다.

 봉건주의 사회에 뿌리를 두고 있는 우리는 아직까지 봉건 잔재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아직까지 봉건 잔재를 버리지 못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은 이 사회에서 퇴출하는 방법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데이트 폭력을 당하는 사람에게도 문제는 있다. 사소한 폭력은 큰 화로 발전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한번 폭력을 사용하는 사람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는 점을 주지하고 폭력을 행사하거나 이별을 결정한 순간 뒤도 돌아보지 말아야 한다. 그 순간 그는 남이고 가해자다. 미련을 두지 말고 경찰에 신고해서 폭력을 행사할 때마다 자신이 더 힘들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해야 한다. 데이트 폭력은 사랑싸움이 아닌 용서 해서는 안 되는 중대한 범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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