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3 20:59 (화)
주민소환, 그 대상은 누가될까
주민소환, 그 대상은 누가될까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5.06.28 2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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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본사 전무이사
 ‘더 이상 못 참아요.’

 주민소환이 그들만의 전유물이냐며 진보단체의 홍준표 도지사 소환에 맞서 박종훈 교육감 소환에 나섰다. 한 보수단체의 기자회견은 보수와 진보의 충돌이란 오해를 불러올 수 있기에 극히 우려된다.

 하지만 혼란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전국의 관심이 더욱 집중되며 주민소환 정국으로 빨려들고 있다. 내년부터 3년 동안 한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총선-대선-지방선거가 잇따라 치러지며 이른바 ‘선거 골든 시즌’인 중요한 시기에 앞서 진보와 보수의 대결이란 점에서다.

 3년에 걸친 선택의 결과는 향후 한국의 30년, 100년을 담보할 수 있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이런 시점에 진보와 보수 양쪽이 동시에 추진하는 도지사와 교육감을 상대로 한 주민소환운동은 결과에 따라 후폭풍 또한 엄청난 파괴력을 낼 것을 감안하면 여태까지의 주민소환과는 비교될 수 없다.

 전국에서 처음 갖는 교육감 소환, 두 번째인 도지사 등 동시소환이 이뤄진다면 2007년 주민소환제가 시행된 후, 군수 시장 도지사를 상대로 한 6건의 소환은 투표권자 3분의 1 이상인 투표율 미달로 뚜껑도 열지 못한 채 엄포에 그친 것과는 그 판이 다르다. 임기 도중 직에서 물러나는 첫 기관장이란 것에다 향후 3년에 걸쳐 치러질 정치판도의 가늠자 역할 등 때문이다.

 단초는 경남교육청이 도의 감사를 거부하면서다. 경남도와 도내 시군은 지난 4년간 3천40억 원의 급식비를 지원했을 뿐 교육청이 단독으로 운영해왔고 그 결과에 대한 도는 지난해 10월, 감사를 요청했으나 교육청은 거부했다. 이어 10월 27일 학부모를 향한 손짓에 우선하려는 듯 교육감 서신도 보냈다. 또 학교마다 홈페이지를 통해 도와 시군에서 급식비를 지원하지 않아 유상으로 전환한다고 게시, 도와 시ㆍ군을 압박하는 모양새도 취했다. 이에 경남도는 개천에서도 용이 날 수 있는 사다리인 ‘서민자녀 교육지원 사업’을 지난 3월 발표, 간극은 더욱 벌어졌다. 이 기간 동안 교육청이 무상급식 해법 찾기에 적극 나섰다면 실타래처럼 꼬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감사는 안 된다’면서 ‘급식예산은 달라’는 교육청의 셈법이 불신과 갈등을 증폭시켰다. 진보단체는 홍 지사를 상대로 주민소환에 나섰고 이에 보수단체도 교육감소환에 나서는 전례 없는 일이 벌어지게 됐다.

 교육감 소환에 나서기로 한 보수단체는 교육부가 전국 시 도교육청을 대상으로 한 ‘2015년 평가’ 결과 중ㆍ하위권의 초라한 성적, 협상결과를 개인자격으로 뒤엎는 모습, 비선 조직의 전횡, 무상급식 찬반에 대한 학부모 설문조사 중 중도폐기를 지시하는 등 신뢰성 문제와 연이은 학생 자살사건 등 무상급식에 매몰된 경남교육을 위해 소환운동에 나섰다는 것이다.

 결과는 두고 볼 일이지만 성향을 달리하는 단체가 하나의 현안을 두고 도지사와 교육감을 상대로 제 각각 주민소환에 나선 전례가 없고 보수와 진보, 무상복지와 선별복지가 맞물린 정치현장의 바로미터여서 사활을 건 ‘소환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교육감은 ‘홍 지사 주민소환은 자신과는 관계없이 이뤄지는 일이다’면서도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에서는 정치적인 의미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홍 지사 소환을 추진하는 단체의 한 대표자는 교육감 선거 때 박 교육감을 적극 지지했으며 인수위에서 핵심 분야를 맡은 바 있다. 또 지난 4월에는 이 단체 후원 기금 1억 원을 마련하기 위해 ‘1일 찻집 행사’행사 참여를 독려하고 직원에게 할당까지 해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한 사실을 도민들은 알고 있다.

 이에다 홍 지사에 대한 주민소환이 보수안보단체의 결집을 몰고 왔고 박 교육감에 대한 주민소환으로 이어지는 등 동시소환이란 것에서 되레 부메랑이 될 수도 있기에 그 결과는 더욱 가늠할 수 없다. 진보단체에 맞서 교육감 소환에 나선 보수단체는 갈등과 반복의 악순환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민소환제가 도입된 지 8년, 제도의 취지와는 달리 이념적 갈등을 부추기고 정쟁(政爭)의 도구로 변질된 게 대부분이다. 도 단위 기관장의 동시소환은 경남도와 도교육청의 행정공백, 예산낭비, 주민분열에 따른 폐해 등 도민이 설 땅을 뺏고 있다.

 누가 이 같은 사태를 몰고 왔는지, 후안무치한 경남정치권을 두고 도민들은 배신의 정치란 비판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내 탓이오’란 반성의 소리는 없다. 만약, 전국 최초로 단체장에 대한 소환의 투표함이 열린다면, 지사와 교육감 중 누가 배신의 올가미를 뒤집어쓸지,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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