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01:38 (목)
관계와 소통(7) 사과와 용서
관계와 소통(7) 사과와 용서
  • 신은희
  • 승인 2015.06.25 2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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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은희 경영학박사ㆍ인경연구소장 가야대학교 겸임교수
 “병원이 여기밖에 없는 줄 알아? 원장이 누구야? 원장 나와!”라고 소리치면서 대기 의자를 발로 한 번 걷어차기라도 하면 병원 로비는 순식간에 긴장상태로 변한다. 그러면 원무과 창구직원은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게 되고 이때 곧 원무팀장이나 고객관리담당자가 나와 정중하게 사과하고, 문제 해결에 대한 책임을 약속하며 화난 고객을 진정시킨다. 그러나 상황이 심각한 경우, 필요하다면 기관의 최고 책임자인 원장이 직접 사과하고 대책을 약속한다. 그런 ‘사과’와 ‘용서’는 병원과 고객의 관계를 회복하고 증진시키는 ‘치료제’며 ‘영양제’다.

 하지만 시쳇말로 ‘진상 고객’일 수도 있고, 별것 아닌 문제를 확대해석해 악의적으로 불만을 제기할 수도 있는데, 굳이 그렇게 해야 하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그래야 한다. 조금만 역지사지(易地思之)해보면 병원이 존속하기 위해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모니터링해 준 것과 다름없다. 또한 그들도 병원의 고객이기 때문이고, 고객이 없다면 병원은 존재할 이유가 없으며, 고객은 병원의 수단이 아니라, 목적 그 자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어디 병원에서만 일어나겠는가? 개인 간 대인관계뿐 만 아니라, 여느 조직이나 기업을 막론하고 그 구성원 간이나 고객과의 사이에서 비일비재 한 일이며, 국가와 국민 사이에서도 꽤 자주 발생한다. 더구나 최근 우리 사회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겪으면서 너나 할 것 없이 우리는 이를 몸소 체험해오고 있지 않은가?

 불만을 가진 사람 중 96%는 그 불만을 표현하지 않는다고 한다. 조용히 떠나거나 기회를 기다리거나 불이익을 당할까 봐 억지로 참는 경우다. 반대로 불만을 표출했을 때 빠르고 효과적으로 해결해 만족시킨다면 오히려 기존보다 더 나은 긍정적 인식을 갖게 된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제품이나 서비스에 클레임이 발생했을 때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하며 과감하게 책임지는 발 빠른 대처로 다시 생존하거나 성장의 기회로 삼는 경우다.

 불만고객에 대해 서비스 현장에서는 진실 된 경청과 신속한 사과, 대안 제시 및 거듭 사과, 그리고 사후관리라는 응대 매뉴얼이 사용되는데, 이는 어떤 잘못으로 불만 발생된 상황이라면 어디서나 적용 가능하다. 메르스사태에 대해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이 직접 나선 대국민사과 내용도 그 예다. 사과는 너무 늦지 않도록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하며, 사과해야 할 당사자나 조직, 기업, 국가를 막론하고 최고 책임자가 나서야 한다면 피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동안 무수히 많은 상황과 사건을 통해 ‘사과 코스프레’를 경험해왔다. 감언이설로 임기응변식 ‘말 때우기’에 그치고, 사후관리는 실망을 넘어 절망을 안겨줬다.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발뺌하고, 책임전가나 회피를 일삼으며, 불만의 아우성마저 못 들은 척 무시하거나 핑곗거리를 찾기 급급하고, 적반하장으로 공격하거나 처벌로 다스리려 해왔다.

 불만 정도를 ‘불편하다’는 1도, ‘어이없고 불쾌하다’는 2도, ‘폭발할 것 같은 분노를 느낀다’는 3도라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각자의 상황에서 느끼는 불만은 어느 정도일까? 불만요소를 미리 예방했거나 같은 상황이라도 불만을 느끼지 않는다거나, 불만이 잘 해결되면 다행이다. 그러나 불평하지 못하도록 강제로 입막음하고, 불이익을 주거나 핑계만 대는 꼼수를 부려 소통을 포기하고 관계를 단절한다면 개인이든 조직이든 국가든 발전 가능성이 낮다.

 ‘불만고객을 충성고객으로’라고 한다. 그러려면 불만을 자유롭게 표출하도록 하고, 불평에 대해 적대시하지 않아야 한다. 불만을 녹여내고 상처를 어루만져 줄 진심 어린 ‘사과’로 감동을 줄 때 상대방은 이내 ‘용서’로 화답할 것이다. 그렇게 서로 소통할 때 관계는 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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