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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관제센터 활용과 경찰 능력
교통관제센터 활용과 경찰 능력
  • 한상균 기자
  • 승인 2015.06.25 2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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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균 제2 사회부 본부장
 거제시는 지난 2014년 12월 23일 시청별관 3층에 시전역의 교통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교통관제소를 설치해 운영에 들어갔다.

 관제센터는 주요도로 곳곳에 설치된 교통정보수집용 카메라를 통해 24시간 CCTV로 모니터링 가능하다.

 교통의 흐름 파악과 사고위치 포착 등 유사시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됐고, 주정차단속까지 가능케 했다.

 거제시는 교통관제센터를 설립하기 위해 88억 2천600만 원을 투입했고 최첨단 장비를 통해 시민들의 생활에 편의를 줄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100억 원대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혈세를 사용한 장비가 시민의 생활에 편의를 주지 못한다는 것은 국고의 낭비이고, 방만한 경영의 문제이다.

 지난 20일 오후 5시 50분경 거제사곡삼거리를 돌아 고현방향으로 국도 14호선으로 접어드는 길목에 극심한 차량정체가 나타났다. 장평고개를 통과할 때 시가지까지 차량들이 밀리는 한편 대우조선해양 쪽에서 오는 국지도 58호선까지 차량행렬이 정지됐다.

 차량정지의 원인은 차량사고였다. 하지만 이 사고는 시민이 경찰에게 신고하기 전까지 경찰은 상황을 알지 못했다. 심지어 차가 정체된 것은 물론이고 사고유무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다. 이후 경찰 확인 결과 그 시각 고현시내 전체찬선에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로 정체는 심각했다.

 이후 경찰은 사건 확인 후 중장비를 불러 처리했다. 경찰이 사고를 인지하고 조치를 취하기까지 어림잡아 한 시간 이상이 걸린 것이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차량 수백 대가 소모한 유류와 무더위에 고생한 운전자와 승객의 짜증, 사고처리를 기다리면서 허비한 시간까지 고려한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또한 수 백대의 차량이 정체돼 있는 동안 장비는 무용지물이고 근무하는 경찰까지 무신경했던 것을 생각한다면 시민의 안전을 누구에게 부탁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이날 사고는 국도상에서 승용차 4대가 추돌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거제 경찰은 혈세를 들여 최첨단 장비를 갖추고도 방만한 태도로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했음을 자각하고 반성해야 한다. 특히 그 시각 사고가 발생해 심각한 정체현상이 발생하고 있었음에도 사고유무조차 알지 못했던 담당 관계자들은 반성해야 할 것이다.

 거제시 교통행정과 관계자는 “관제소 개설 당시 교통경찰 5명을 상주시키기로 했으나 아직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생활안전과 직원 1명, 시주정차단속 2명, 용역업체 시설유지관리인 명 정도 수준에서 센터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첨단 장비를 가지고도 사고가 발생한지 알지 못했던 이유다.

 심지어 공휴일에는 근무인력 1명만 근무하기 때문에 모니터링과 정보공유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시민들을 경악 케하기 충분하다. 또한 교통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시주정차단속요원에게 처리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지 않아 조치를 취할 입장이 아니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비슷한 사례로 올 초에 신현파출소가 소재한 신현사거리에서 정차 중인 차량의 운전석 차문을 들이받고 도주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 역시 관제소에서는 확인치 못했고 사후 사고화면을 확인한 시관계자와 경찰은 사고가 경미해 확인하기 곤란했다며 가해차량의 번호도 확인하기 어려움을 시인했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다.

 거제시는 북쪽으로는 부산지역에서 거가대로로 유입되는 차량이 많고 서편으로는 거제대교를 통해 육지의 차량이 집중되며 주말과 공휴일만 되면 도로는 북새통을 이룬다.

 거제시는 100억 원대에 이르는 혈세를 투입한 관제센터를 제대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서로가 책임을 회피하는 옹졸한 모습을 보여선 안된다. 더 큰 사고가 발생하고 시민들이 불편을 겪기 전에 필요한 인력을 충원하고 가동되는 장비를 최상의 상태로 활용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곧 피서철이 다가온다. 관광의 명소로 꼽히는 거제인만큼 많은 인파들이 몰릴 것이다. 사람들이 몰리는 만큼 교통정체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거제시의 빠른 대처가 필요한 부분이다. 많은 곳에서 거제의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하기 위해 오는 관광객들은 거제의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될 사람들이다. 이런 소중한 이들이 휴가를 도로에서 보낸 기억에 두 번 다시 거제를 찾지 않는다면 이는 거제시의 발전에 크나큰 손실이고, 쇠퇴의 발판이 될 것이다. 또한 비싼 돈을 들여 지어놓은 관제센터를 제대로 활용치 못하는 것 또한 큰 사회적 손실을 불러일으킬 것은 분명하다.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지어진 관제센터인 만큼 더 이상 관상용으로 방치돼선 안 될 것이다.

 시민과 국민들을 위해 도입한 첨단장비를 제대로 활용하고 근무자들 역시 근무시간만큼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질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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