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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夫人(죽부인)
竹夫人(죽부인)
  • 송종복
  • 승인 2015.06.24 22: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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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종복 문학박사(사학전공)ㆍ(사)경남향토사연구회 회장
 竹:죽 - 대나무 夫:부 - 지아비 人:인 - 사람

 죽부인은 구멍이 뻥뻥 뚫려 시원함이 그지없을 뿐 아니라 대나무의 촉감이 또한 시원함을 더해준다. 여름에 효도하는 길은 부모님께 죽부인을 선물하는 것을 최고로 친다.

 ‘죽부인전(竹夫人傳)’은 고려 이곡ㆍ宋의 장뢰ㆍ元의 양유정 등이 지은 소설로서 죽제품을 의인화한 것이다. 그 중 이곡의 ‘竹夫人傳’은 고려 말 당시 음란한 궁중과 퇴폐한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점차 절개를 지키는 여인이 없어져 가는 것을 한탄해 지은 것이다. 여성의 절개를 대나무(竹)에 비유해 부인의 높은 절개를 표해 반증한 것이다. ‘삼국유사’에 ‘미추왕과 죽엽군’은 이러한 것을 뒷받침하고 있다.

 ‘죽부인’은 잘 마른 대나무를 참숯에 지지면서 엮어 만든 것으로 구멍이 나도록 성글게 짜서 만든 원통형으로 가시에 찔리는 일이 없게 잔손질을 많이 한다. 조선 시대 이유원의 ‘임하필기’에 ‘무더운 여름 평상에서 죽부인을 두고 수족을 쉰다. 그 가볍고 시원함을 취하기 위해서다’라고 칭송했다. 이를 唐나라는 죽뢰술, 宋나라는 죽부인 또는 죽희(竹姬)라고 했다.

 죽부인! ‘바람에 취하신 듯 소리에 취하신 듯/ 세워도 휘청휘청 눕혀도 낭창낭창/ 얽히고 설키어 가만가만 계시네’란 시편이 생각난다. 대나무의 속성은 곧고 안은 텅 비어 있어 겸손하며, 또 마디가 있어 휠지언정 꺾이지 않기 때문에 정숙하고 절개 있는 여인을 비유한다. 또한 사시사철 같은 빛깔을 띠고 있기 때문에 소나무와 동일시해, 송족(松竹)이라는 단어로 부를 만큼 뭇 사람의 입에 회자한다.

 한여름 삼베 홑이불로 죽부인에 씌워 가슴에 품고, 한 다리를 척 걸치고 자면 시원하게 잠을 이룰 수 있다. 구멍이 숭숭 뚫리고 안이 텅 비었기 때문에 시원함이 그지없다. 지금은 에어컨이나 선풍기에 밀려 사라지고 있지만 여름철 최고의 피서법이다. 그 무더운 한여름 모시옷 또는 삼베옷을 입고 대청마루에서 죽부인을 안고 자면 서늘한 기운이 감돌아 잠 맛이 한층 더 즐겁게 하는 선조들의 지혜를 읽을 수 있다.

 효도가 따로 없다. 하선동력(夏扇冬曆)이란 말이 있다. 자식 된 도리로서 여름에는 부모에게 ‘죽부인’을 선물하는 것이 최고의 효도라고 한다. 최근에는 효도의 선물로 꼽히어, 전남 담양에는 구입자가 북새통을 이루며, 더구나 죽림의 고장으로 현대인의 휴양과 힐링처로 각광을 받고 있다. 반면에 아버지가 사용한 ‘죽부인’은 자식이나 남이 껴안아서는 안 되며 불에 태워야 한다. 이유는 부모님과 동침한 ‘죽부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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