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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공포 호들갑
바이러스 공포 호들갑
  • 조성돈
  • 승인 2015.06.23 2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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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돈 전 언론인
 ‘세기의 공포, 바이러스’ 언젠가 KBS에 방영된 영화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살포한 천연두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두려운 상황을 다루었다. 실험실로부터 유출된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전 인류를 공포로 몰고 가는 소재의 소설이나 드라마는 지금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우리는 바이러스를 고약한 질병을 일으키는 무서운 미생물쯤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러한 상식은 일면 타당하다. 인플루엔자가 그렇고 에이즈ㆍ사스ㆍ조류독감ㆍ인플루엔자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 국민들이 겁에 질려있는 메르스 또한 원인 미생물은 바이러스다. 그러나 생태계 전체를 떠올리면, 박테리아와 마찬가지로 바이러스에 대한 그러한 인식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는 바이러스에 대한 지식이 매우 빈약하다. 그들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 어디로 떠돌아 다니는지, 그리고 왜 살아있는 세포 안에서만 증식을 고집하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그들이 하는 일을 모르는 까닭에 그것이 몸 안에서 우리를 해롭게 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롭게 하는 것인지조차도 도무지 알 수 없다. 동물ㆍ식물ㆍ세균 등 살아 있는 세포에 ‘기생’하면서 세포 내에서만 ‘증식’할 수 있다는 사실과 전자현미경으로만 관찰될 정도로 매우 작은 ‘입자’라는 사실 외에는 아는 게 별로 없다. 사전에서조차도 감염성 ‘입자’로 나와 있듯 ‘기생’이나 ‘증식’이라는 표현으로 바이러스가 마치 생명체인 것처럼 묘사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물질인양 ‘입자’로 표현되듯 아주 모호한 존재인 것이다.

 바이러스는 먹고 소화하고 배설하는 대사계(代謝系)가 없다. 단지 핵산을 주형으로 해 숙주 세포를 통해서만 필요한 단백질을 합성한다. 숙주세포를 죽이고 병원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보지만, 그것은 현재의 의학이 입각하고 있는 가장 기초적인 이론, 즉 미생물병인설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엄격하게 본다면 미생물병인설은 증명된 이론이 아니다. 바이러스에 대한 의학적 상식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살펴보자.

 첫째, 미생물병인설에 따르면, 결핵은 결핵균이 일으키며 콜레라는 콜레라균이 일으킨다. 그러나 이 주장은 초기부터 의견이 분분했다. 당시 파스퇴르만큼이나 유명했던 독일의 ‘페텐코퍼’나 프랑스의 ‘메치니코프’는 동료와 함께 콜레라로 죽은 사람에게서 분리한 배양균 한 잔을 가득 마셨다. 배양균 한 잔이라면 수백 명이 콜레라에 걸릴 정도의 엄청난 양이다. 그러나 실험자들의 대변 속에 많은 콜레라균이 나타나긴 했지만 콜레라에 감염자는 한 사람도 생겨나지 않았다.

 둘째, 병원 미생물은 오랫동안, 심지어는 일생동안 숙주의 몸 안에 살아가기도 한다. 어떤 사람에게서는 간혹 질병으로 나타나지만, 다른 보균자들은 질병에 잘 걸리지 않는다. 수두바이러스의 경우, 인체의 어딘가에 숨어있다, 수십년이 지난 뒤에야 대상포진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현재의 의학은, 어려서 수두에 걸릴 경우 면역력을 획득하기 때문에 수두 바이러스를 이겨낸다고 설명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대상포진의 경우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이다.

 셋째, 바이러스가 생명체인지 무생물인지조차 지금도 논란 중에 있다. 학자들은 바이러스를 점차 무생물로 인식해 가고 있다. 그렇다면 바이러스를 생물로 여기는 현재의 치료법 연구는 근본부터 잘못된 것이다.

 넷째, 현재로써는 바이러스를 공격하는 방법이 없다. 그것은 마치 느린 화살로 빠르게 움직이는 표적을 맞히는 것처럼 어렵다. 정확하게 맞췄다고 생각하는 순간, 바이러스는 이미 다른 곳으로 날아가 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의 구조는 매우 단순해 겨우 몇 가지 정도의 화학반응에 의지해 살아간다. 그래서 그 중 어느 하나라도 공격할 수가 없다.

 다섯째, 의학적 치료가 상황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존재한다. 슈퍼박테리아 등에서 지금까지 보아왔듯 공격적인 질병치료는 저항성문제로 인해 한결같이 표적 미생물들을 괴물로 진화시켰다. 그것은 대부분의 학자들이 우려하고 있는 항생물질의 비극이다. 바이러스의 변이가 자연방사능 등 자연의 정상적인 자극에서라기보다 현대의 과학문명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추측되는 대목이다.

 진화적으로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는 우리의 친근하고도 오랜 동반자이다. 결코 무섭고 혐오스러운 적이 아니다. 그들은 장구한 세월동안 지구를 지켜 온 지구의 주인들이다. 철새가 지구에서 사라져서는 안 되는 것처럼 바이러스도 사라져서는 안된다. 그리고 메르스를 일으키는 ‘어떤 원인’을 외부적 요인에서 찾아서는 안 된다. 그것은 대부분 내부적인 요인 때문이다. 불균형이다. 대규모 전염병은 대개 자연과 멀어질 때 우리를 찾아온다.

 모든 전염병이 언제나 그러했듯, 메르스는 어느 날 감쪽같이 사라질 것이다. 사스처럼 말이다. 그러나 메르스는 다시 다른 이름으로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물론 그 때에도 소란 끝에 일시에 물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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