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單瓢子(단표자)
單瓢子(단표자)
  • 송종복
  • 승인 2015.06.17 1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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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종복 문학박사(사학전공)ㆍ(사)경남향토사연구회 회장
 單:단 - 하나 瓢:표 - 바가지 子: 자 - 그릇

 ‘마누라가 바가지를 긁는다’고 한 것은 한말에 괴질(콜레라)이 유행할 때 귀신을 쫓기 위해 바가지를 득득 긁던 행위가 있었다. 이 소리가 시끄럽고 짜증스러운 것이 와전된 말이다.

 ‘상춘곡’에 ‘때 좋다. 벗님네야 산천경계 구경가자. 죽장망혜(竹杖芒鞋) 단표자(單瓢子)로 천리강산 들어가니’의 ‘단표자’는 표주박에 먹을 것을 넣는 일종의 바가지(도시락)이다. ‘동국이상국집’에는 물을 퍼내는데, 술독에 띄워 술을 펴는데, 간장독에 간장을 떠는데 사용했다고 한다. 또 ‘동국세시기’에는 수부희(水缶戱)로, ‘경도잡지’에는 수고(水鼓)로 물장구 놀이에 사용했다. 한편, 딸이 시집갈 때가 되면 애박을 심는 풍속이 있었고, 조백바가지에 목화와 찹쌀을 담아 시집가는 가마에 넣는 풍속도 있었다.

 가정필수품이었던 ‘바가지’는 크기와 종류도 다양하다. 용도에 따라서 쌀을 퍼는 쌀바가지, 쌀을 씻고 돌을 골라내는 이남바가지, 통나무의 속을 파서 함지바가지, 장독에 두고 쓰는 장조랑바가지, 물을 퍼내는 물바가지, 소의 먹이를 떠내는 쇠죽바가지, 거름을 퍼 나르는 똥바가지, 거지들이 차고 다니는 쪽 바가지 등이 있다.

 흔히 ‘바가지를 씌우다/쓰다’는 말은 갑오경장(1894) 때 중국에서 들어 온 오락 십인계(十人契)가 있는데 이 놀이에 바가지를 엎어놓고 하는 놀음에서 따 온 것이라 한다. 1925년 10월 13일 동아일보 4면 기사에 ‘나에게 똥바가지를 씌웠는데 이것은 자네가 씻어 주어야 하네’, 1961년 3월 31일 동아일보 2면 정치기사에 ‘육천환(원) 바가지를 쓴 일, 달라는 대로 다 주었지만’, 1958년 12월 30일 경향신문 2면 기사 ‘바가지를 씌운’, 1961년 11월 4일 경향신문 3면에 ‘바가지를 씌운’, 1964년 10월 30일 경향신문 2면에 ‘바가지를 끓다’라는 기사가 나오고 있다.

 특히 ‘마누라가 바가지를 긁는다’의 뜻은 너무 많이 와전됐다. 본래의 뜻은 괴질(콜레라)이 유행할 때 귀신을 쫓기 위해 바가지를 득득 긁던 행위가 있었다. 이 때 바가지 긁는 소리가 너무 시끄럽고 짜증스러웠다. 이게 왜곡돼 아내가 남편에게 잔소리를 짜증스럽게 한다는 뜻으로 변해 쓰이고 있는 것이다. 반면 바가지 소리도 적당히 내는 것이 좋다.

 요즘에는 ‘바가지’의 뜻도 많이 변하고 있다. 물질의 분량을 헤아리는 물 한 바가지, 요금이나 물건 값을 내는데 억울하게 손해를 볼 때 요금 바가지가 있다. 또한 화투 놀이인 ‘고스톱’에서 덤터기를 쓰는 피박, 빠찡꼬ㆍ증권ㆍ노름 등에서 크게 횡재하면 대박, 재산을 탕진해 거지신세가 되면 쪽박 등으로 사용한다. 이 외에도 명사어미에 붙여 쓰는 고생바가지, 주책바가지 등 원래의 뜻이 변색돼 쓰고 있다. 이같이 바가지 타령이 결국에는 남을 기만하는 행위임을 알아야 하며 바가지 같은 바가지 소리는 삼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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