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21:49 (토)
관계와 소통(6). 자칼언어와 기린언어
관계와 소통(6). 자칼언어와 기린언어
  • 신은희
  • 승인 2015.06.11 20: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신은희 경영학박사ㆍ인경연구소장 가야대학교 겸임교수
 ‘날카로운 칼보다 부드러운 혀가 더 무섭다’거나 ‘말로 입힌 마음의 상처가 돌에 맞은 육체의 상처보다 더 깊다’고도 한다. 이런 경우 ‘말’은 폭력을 자아내는 일종의 흉기라 할 수 있으며, 겉으로 드러나는 상처는 없지만 육체적 통증보다 더 극심한 고통스러움을 겪을 수도 있다. 이른바 사람을 ‘죽이는 말’이 되는데, 그렇다면 ‘살리는 말’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특히 화가 난 상황에서도 상대방을 비난하지 않고, 자신을 잃지도 않으면서 관계와 소통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말할 수 있는 방법, 그런 매뉴얼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사람사이에서는 아무리 서로를 이해하고, 감정을 컨트롤하면서 술술 대화를 풀어나가고 싶어도 상대방에 대한 불만으로 자신의 입장에서 ‘평가’하고 ‘생각’하며 자신의 ‘기대’를 ‘강요’의 형태로 말하기 쉽다. 그래서 상대방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고, 공감은커녕 오히려 심리적 저항감을 불러일으켜 마음의 문을 닫게 되므로 소통에 장벽만 더 쌓는다.

 이런 유형의 대화를 ‘폭력 대화’라고 한다면 마셜 로젠버그 박사가 주장한 대화법인 ‘비폭력대화’는 공감의 언어로 매끄러운 소통과 관계증진을 촉진시킬 수 있다. 즉, 자신의 기준으로 평가하는 대신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판단에 의한 생각보다는 상황에 대한 ‘느낌’만을 말한다. 또 상대가 어떻게 해주길 기대하기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욕구’를 표현하므로 강요와 처벌의 언어가 아니라 ‘부탁’하는 입장에서 말하게 된다. 그는 이런 폭력대화와 비폭력대화에 사용되는 언어유형의 상징을 각각 ‘자칼언어’와 ‘기린언어‘라고 했다.

 자칼은 이집트에서는 죽음의 신으로 불리며 죽은 고기를 먹고 살면서 서열사회에서 치열한 생존경쟁을 통해 살아남는다. 그러므로 자칼언어는 부정적, 분석적, 비판적이며 조급한 충고나 공격적인 회유, 처벌이나 응징도 불사하지 않는 표현을 사용한다. 그래서 상대방으로 해금 상황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하기 보다는 분노와 수치심, 죄책감을 유발하고 자존감을 떨어뜨려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게 만든다. 관계와 소통은 점점 더 갈등 속에 놓여진다.

 반면 큰 심장을 가졌다는 기린은 큰 키와 긴 목으로 주변상황이 어떤지 늘 파악하고, 소리를 내지 않고도 동족끼리 소통을 잘하는 동물로서 온순하며 좋은 유대관계를 이룬다고 한다. 이런 기린이 상징하는 기린언어는 상황에 대한 자신의 관찰, 느낌, 욕구, 부탁으로 이루어진 4단계 대화로 서로 존중하고 인정하면서 타협해가는 의사소통 방식이다. 그러면서 상대방을 자극하지 않고, 굳이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명령하지도 않는다. 그러면 상대방도 편안하게 의견을 말할 수 있고, 이때 서로 진심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헤아릴 수 있다.

 예를 들면, 약속시간을 지키지 않은 상대방에게 전화를 걸어 “게으른 당신은 또 늦는군요! 완전히 날 무시하네요. 이번에는 꼭 약속을 지킬 줄 알았습니다. 지금 당장 오세요. 그렇지 않으면 당신과는 이제 끝입니다!”이런 식의 말이 자칼언어, 즉 폭력대화다.

 이를 기린언어, 비폭력대화로 바꿔보면, “당신은 오늘도 늦는군요! 그래서 나는 기분이 나쁩니다. 나는 약속된 시간을 지키고, 존중받고 싶습니다. 시간을 지켜주실 수 있을까요?”다.

 때때로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대화로 인한 소통의 부재와 관계의 단절은 여러 가지 면에서 원치 않는 손실을 가져오게 된다. 자칼의 날카로운 이빨에 찔린 것처럼 상처주고 상처받는 공격적, 방어적 관계보다는 기린의 따뜻한 심장처럼 온기를 불어넣어 주는 대화는 서로의 느낌을 공감하는 소통으로 긍정적인 관계를 지속적으로 열어나갈 수 있게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