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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총리인준 서둘러야
국회 총리인준 서둘러야
  • 이태균
  • 승인 2015.06.11 2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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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균 칼럼니스트
 사흘간의 국회 청문회에서 황교안 후보자가 총리가 되는 데 결정적 하자가 될 만한 불법이나 도덕성 문제가 새로 불거진 것은 없었다. 따라서 여야는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총리 인준 절차를 밟아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는 게 순리다. 이완구 전 총리가 지난 4월 27일 사퇴 이후 총리 부재는 국정에 주름살을 깊게 드리우고 있다. 총리공백 기간 중에 터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사태가 장기전에 접어들고 있지만 아직까지 누가 컨트롤타워냐는 논란이 일 정도로 우왕좌왕하고 있는 것도 총리 공백이 한몫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14∼18일로 예정됐던 미국 방문을 연기하기로 결정한 것도 총리공백이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었다고 본다. 청와대는“ 메르스로 인해 국민들이 불안해 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국민 안전을 챙기기 위해”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동안 야권은 방미 연기를 주장했고, 여론도 그다지 좋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방미 연기는 정상외교도 중요하지만 국민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메르스 사태 조기 종식에 국정의 모든 역량을 투입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의 방미 연기는 메르스가 확산됐을 경우 방미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커질 가능성도 고려됐을 것이다. 작년에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발생 한 달여 만인 5월 19일 국익 차원임을 강조하며 원전 관련 행사 참석차 아랍에미리트(UAE)에 갔을 때 여론은 우호적이지 않았다. 또 세월호 1주기인 지난 4월 16일 당일 중남미 방문길에 오른 것도 일부에서는 비판적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메르스 사태 초기에 보여준 정부의 무능함과 정권의 상황관리 능력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대통령의 방미를 연기시켰다고 봐야 한다. 이 같은 상황을 자초한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총리공백도 한 이유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대통령의 방미 연기 결정이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부정적 견해가 없지는 않다. 미일 신밀월 등에 따른 우리의 외교적 고립 우려 고조, 북한의 도발위협과 체제불안이 증대되는 상황에서 이를 논의할 한미정상회담 연기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갑작스런 방미 연기로 한미관계에 금이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평소 한미 당국 간에 긴밀한 협의채널이 유지되고 있는 점에 비춰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미국도 우리 국민의 안전에 관련된 비상 상황에 따른 결정인 만큼 충분히 이해할 것으로 본다. 무엇보다 양국이 상호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로 방미일정을 재조정하기로 했다고 한다. 외교당국은 대통령의 방미 연기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함으로써 또 다른 국민불안이 커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되돌아보면 정상 간 약속을 못 지키는 데 대한 부담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급박하고 불가피한 국내 사정 때문에 해외 순방을 연기한 사례가 없지는 않다. 2013년 오바마 미 대통령도 정부 기능이 정지되는 셧다운의 여파로 아시아 순방을 연기한 바 있다. 그보다는 대통령의 출국 취소가 메르스 사태의 심각성을 국제사회에 각인시키는 부정적 효과가 사실은 더 걱정이다. 대통령이 국내에 있고 없고가 사태 해결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닌 만큼 집권여당에서도 컨트롤타워에 권한과 책임을 확실하게 맡기고 최대한 신속하게 다녀오는 것이 낫다고 봤던 것이다. 처음부터 대응을 잘했더라면 이런 고민을 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란 사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청문회를 마친 야당과 인사청문회 특별위원들은 황 후보자가 총리로서 부적합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황 후보자가 자료를 충실히 제출하면 다시 검증한 후 법정기한을 지키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것은 사실상 채택 불가 방침이나 다름없는것이다.

 하지만 여당은 결정적인 결격 사유가 없다면서 11일까지 청문회 보고서를 채택 12일 본회에서 임명동의안 표결이 이뤄질수 있도록 야당의 협조를 촉구하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의 국무총리 직무대행 체제는 하루라도 빨리 종식시키는 것이 옳다. 주요 정책은 여당 대표와 총리, 대통령 비서실장이 참석하는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논의하고 결정하는데 한 축이 없으니 원활한 의견 조율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번 메르스 사태와 대통령의 방미 연기에도 총리공백이 영향을 미친것은 부인할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선 각 부처 간 업무를 조정하고 총괄하는 총리실 기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없고, 총리실 영(令)이 서지 않는 게 당연하다.

 국정동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도 조속한 총리인준이 절실하다. 총리 공백이 길어질수록 국정 운영에 차질을 빚는 기간이 늘어나는 것은 불문가지다. 비정상은 정상으로 속히 되돌려야 한다. 국회가 총리인준을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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