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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왜 즐겁지 않을까?
학교는 왜 즐겁지 않을까?
  • 김금옥
  • 승인 2015.06.10 2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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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금옥 김해삼계중학교 교장
 경주 양동마을 옥산서원 입구에는 역락문(亦樂門)이라는 현판이 붙어 있는데, 즐거움으로 들어가는 문이라는 뜻이다. 이는 논어의 학이편 1장에서 따온 것으로 그 첫머리가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면 不亦說乎아) ‘배우고 또한 그것을 때때로 익히면 기쁘지 않겠는가’라는 학문의 즐거움에 관한 글이다. 서양에서도 학문의 목적 중의 하나를 즐거움이라고 여겼고, 인간의 본성을 회복하는 르네상스 시대에 공부는 놀이었고 그것도 귀족들이 아주 즐기는 놀이 중 하나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 학생들은 설렘이나 기쁨을 가지고 교문을 들어서고 있을까? 아마 대부분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공부를 지긋지긋하고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중노동 혹은 고통으로 여기고 있을 것이다. 이는 교육의 지향점이 대학 입시를 목표로 하고 있을 뿐, 평생 살아가야 할 학생의 인생의 행복이나 꿈과 연관돼 있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 2015학년도 2학기에 김해에서는 80% 이상의 중학교가 자유학기제를 운영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제도가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한 가지는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어 보인다. 그것은 “자유학기제가 시행되면 학력이 저하되지 않을까”하는 학부모들의 우려이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학 입시만을 목표로 하는 우리의 교육 제도에서는 산적한 과제도 많은데 시험도 치르지 않고 한 학기를 보낸다니 학력이 저하될까 우려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유학기제는 국ㆍ영ㆍ수 등 기본 교과 수업을 토론, 문제해결, 프로젝트 학습 등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활동 중심의 수업으로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자율과정은 학교마다 기본 교과의 교과목 시수를 감축해서 운영하는데 수업시수 감축 교과의 경우 교과내용을 재구성 해 교사와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도록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오전에는 기본교과목을 공부하고 오후에는 다양한 자율과정 프로그램(진로탐색, 동아리활동, 예술ㆍ체육, 선택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교사는 기존의 교과 지식 전달자로서의 역할의 한계에서 벗어나 학생과의 소통을 통한 삶의 멘토가 돼 기본교과 및 자율과정의 전체 프로그램에 걸쳐 학생 적성에 맞는 진로 탐색을 유도한다.

 자유학기제의 본질은 학생들이 자신의 소질과 적성에 적합한 진로를 탐색해 인생의 목표와 진로 비전을 수립하도록 격려하고, 자신의 학습 동기를 점검해 ‘왜, 무엇 때문에 공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얻도록 하기 위함이다.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기획할 줄 아는 열정을 가진 아이로 만들어가기 위한 작은 움직임 이것이 목표이다.

 자유학기제를 정규과정을 포기한 느슨한 학기로 이해하면 다시 사교육을 찾아 헤매는 악영향을 낳는 나쁜 기회가 될 것이다. 하지만 진정으로 내 아이가 미래에 무엇을 하면 행복해할지를 고민하는 학부모라면 내 자녀가 어떤 적성을 가졌는지 탐색하는 기회로 이해하고 자율적인 생각과 열정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무엇보다 학교에 가는 즐거움을 가진 자녀로 바꾸어 놓을 수 있는 것이다.

 120세까지 살 아이들의 미래를 지금의 잣대로 재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코앞의 시험이나 대학 입시를 위해 타인과 경쟁하기보다 자신의 열정과 싸우는 삶을 선택하게 해 주는 것이 어른들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학생 스스로의 선택에 힘을 실어 주는 교사와 학부모가 그의 미래를 행복하게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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