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5:59 (금)
김밥의 진화
김밥의 진화
  • 정창훈
  • 승인 2015.06.07 19:5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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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훈 시인ㆍ칼럼니스트
 같은 이름으로 이만큼 종류가 많은 음식이 또 있을까? 김밥을 두고 하는 말이다. 김밥의 재료, 크기, 지역에 따라 접두어만 붙여주면 셀 수 없이 많다. 산업화ㆍ도시화와 함께 한국형 패스트푸드 김밥은 국민의 연중 메뉴로 성장했다. 질적으로도 끊임없이 진화 중이다.

 김밥천국, 김밥나라 등 분식점 스타일의 전문점이 등장하면서 김밥은 한국형 패스트푸드로 탄생했다. 1천~2천원대의 저렴한 비용으로 손쉽게 끼니를 때울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자주 찾는다. 하지만 최근에는 친환경 식재료를 사용하는 등 이른바 프리미엄 김밥 전문점인 가마솥 김밥, 바르다김선생, 고봉민김밥, 로봇김밥과 같은 고급 김밥체인이 등장해 창립 수년 만에 가맹점이 수백 개씩 늘어나고 있다. 이러다가 미국스타일의 햄버거점 이상으로 보급될지 모르겠다. 맥도날드 매장은 미국에만 1만 4천여 개이니 김밥시장도 달리기 나름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김밥은 그야말로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서 수십 가지의 이름과 특성을 가지게 된다. 보통 김밥은 다양한 재료를 구성해 많은 메뉴아이템을 가지고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 그 기본적인 구성에는 큰 차이가 없고 특별한 한가지의 재료에 따라 그 이름을 달리한다. 그 기본적인 구성 중 밥, 김, 단무지, 맛살, 오이, 당근, 계란, 시금치, 참기름 등이 아마 제일 전통적인 기본구성이고 통칭해 줄 김밥이라고 한다.

 충무김밥은 꼬마 김밥과 비슷한 크기이지만 속 재료가 없고, 밥만 가지고 김을 싼 김밥이다. 오징어무침이나 김치 등 반찬을 곁들여 먹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밥 자체에도 간이 돼 있어 그냥 먹기도 한다.

 단순히 야채김밥, 김치김밥, 소고기김밥, 참치김밥, 치즈김밥, 치킨김밥, 피클김밥 외에도 고추김밥, 버섯김밥, 샐러드김밥, 멸치김밥, 유부김밥, 콩나물 김밥 등과 같이 속 재료에 의해 구분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싸는 방법에 의해서도 누드김밥ㆍ폭탄김밥이니 못난이김밥 등으로 불리고 지방의 특산품으로 돼 있는 김밥도 있고, 최근에는 치장을 새롭게 해 캘리포니아 김밥, 금가루김밥, 황제김밥, 옛날김밥 등으로 불리며 다양한 형태로 고객을 유혹하고 있다.

 김밥은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재료이기도 하겠지만 나름대로 영양학적인 접근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김밥 재료인 계란은 칼슘과 단백질이 풍부하고 밥은 탄수화물, 참기름은 지방, 시금치, 단무지, 김은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해 3대 영양소인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뿐만 아니라 칼슘까지 균형 있게 들어있고 또한 저열량(약 450Kcal)의 우리나라 대표적인 다이어트 식품이라 할 수 있다.

 바쁜 아침 출근길에 간편하게 먹기 좋으며, 등산이나 나들이용 도시락으로도 인기가 있는 김밥은 휴대하기도 용이하고, 특별한 도구 없이 손에 들고 먹을 수 있는 국민간편식이지만, 어린 시절 김밥은 별식이요, 특식이었다. 소금 간한 밥에 시금치, 단무지가 팀을 이룬 김밥은 언제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니었다. 초등학교 시절 소풍은 행복한 나들이였다. 김밥, 삶은 계란, 환타는 기본이고 평소에 먹고 싶었던 과자도 준비했다.

 1960년대 이후 소풍을 가거나 운동회가 열리는 날이면 김밥은 단골 점심 메뉴로 등장했다. 소풍 가는 날 새벽부터 김밥을 싸는 어머니 옆에서 집어먹던 김밥 꼬다리의 맛은 잊을 수가 없다. 즐겁고 유쾌한 추억으로 대중과 함께 해온 엄마표 김밥이다. 지금처럼 김발을 이용해 길고 둥글게 만 김밥이 유행한 것은 1960년대 이후로 추정된다.

 나에게도 김밥의 추억이 있다. 앞만 보고 바쁘게 살아온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 중반까지 김밥에 대한 기억은 바쁜 일상을 대변하는 한 끼의 간편식이었다. 30대 초반에 외국어학원에 근무하면서 함께 수업을 했던 원어민 선생님들은 하루에 한 끼를 김밥으로 해결했다. 창원공단에 있는 여러 기업체에서 강의를 하다 보면 특별히 식사시간을 마련하지 못해 회사에서 회사로 이동할 때 김밥을 챙겨야 했다. 주로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학원 시간도 출퇴근 전후에 주로 수업시간이 몰려 있어서 쉬는 시간 10분이 김밥으로 식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최근에 신세대의 구미는 더욱 다양함을 찾게 됐으며 또한 선진 외식문화를 경험한 젊은이들은 더욱 깨끗하고 위생적이며 신선하고 친절한 식당, 다양한 종류의 식당을 요구하면서 업계는 그 흐름에 발맞춰 선진화된 ‘즉석김밥전문점’의 형태를 갖추게 됐다.

 김밥은 단순히 하나의 먹거리 이전에 어머니의 자식사랑을 대변하는 음식이며, 어머니의 추억과 냄새를 기억케 하는 향수이고, 어머니를 그리는 추억이다.

 그래서 우리는 김밥을 보면 자연스럽게 어머니의 모습, 어머니의 손맛을 떠올리게 된다. 따라서 최고의 김밥은 어머니의 향수와 맛을 느낄 수 있어야 김밥 중의 김밥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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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주 2015-06-16 10:47:12
여러 김밥집체인점이 다양하게 생겨나고있지만 그래도 집김밥이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