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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 얻어 나오는 병원
병 얻어 나오는 병원
  • 조성돈
  • 승인 2015.06.02 2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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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돈 전 언론인
 병원병(hospitalism)이란 병을 고치기 위해 병원을 찾아간 사람이 엉뚱하게도 병원에서 병을 얻게 돼 감염 또는 사망하는 경우를 일컫는다. 그 대책으로 큰 병원에서는 ‘병원 감염대책 위원회’란 걸 두고 있지만 신뢰하기 어렵다. 그 이유는 감염전문가들조차 전파의 경로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환자들뿐만 아니라 의료관계인도 포함된다.

 병원병 문제는 임산부의 감염사건으로 인해 이미 약 180년전부터 제기됐다. 병원에서의 감염위험은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미국의 경우, 병원 감염률이 3.5∼15.5 %에 이른다지만, 두 숫자의 커다란 편차가 말해주듯 매우 부정확한 통계이다. 미국 보건교육 복지부는 모든 환자의 7%정도가 입원 중 중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고 추산한다. 미국보다 훨씬 심각할 것으로 짐작될 뿐, 우리나라에서는 아예 병원감염에 대한 통계조차 없다.

 미국의 경우 매년 종합병원 입원환자 3천500만 명 중 5-10%가 병원 감염을 일으키고 이 중 6만여명이 숨진다는 통계가 있다. 영국의 경우 1만5천명이 개죽음을 당한다고 한다. 감염 전문가들은 국내 입원 환자 400여만 명 중 최소 1만 명이 각종 병원 감염으로 숨지는 것으로 추정한다지만, 그 수치는 미국과 우리나라의 인구수를 단순 대비한 것으로, 그보다는 훨씬 많을 것이다. 대한병원감염관리학회도‘병원 감염의 2/3가 환자가 면역력이 원인이지만 1/3은 병원에서 감염되는 것임’을 인정하고 있다. 손을 씻으면 대부분의 전염성 질병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선전되고 있다. 그러나 병원병의 실상을 알게된다면, 손을 씻는 것보다, 진단이든, 문병이든 우선 병원에 가지 않는 것이 훨씬 중요함을 알 수 있다.

 며칠 전 30대 남성이 메르스가 강력히 의심되는 상태에서, 보건 당국의 아무런 관리도 받지 않은 채 다른 병원 두 곳을 찾았던 것이 문제돼, 무방비 상태였던 의사와 간호사 등 수십 명의 의료진이 전격 격리되는 기이한 일이 우리나라에서 벌어졌다. 그 환자는 첫 번째 메르스환자와 같은 병실에 입원하지 않았지만, 의사들의 상식을 예상을 뒤엎고 감염됐던 것이다. 필자가 늘 주장해 오고 있거니와, 바이러스의 정체는 현재의 의학지식으로는 전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정부나 병원 측의 적극적인 대처가 지적되지만, 정체를 모르는데 의사인들 어떻게 대처한단 말인가. 그것은 의사의 잘못이라기보다 의학 내부에 존재하는 명백한 학문적 한계 때문이다.

 한 전문가는 질병의 변화와 의학의 진보라 사이에는 아무런 직접적인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새로운 질병들의 무서움은 상당 부분 의료가 개입한 결과이고 그 위험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즉 의사가 만드는 ‘새로운 질병’, 소위 ‘병원병’이라는 것이다.

 대학병원은 일반 병원과 비교해 더욱 빈번하게 질병을 발생시키며, 전형적인 연구병원에서는 5명 중 1명꼴로 병원병을 얻고, 10명 중 1명은 놀랍게도 치료가 아닌 진단하는 과정에서 이미 병을 얻어 걸친다. 병원에서 매일 수많은 환자들이 세균에 감염되며, 그중 적지 않은 숫자가 숨지고 있고, 정부도 병원도 쉬쉬하는 속에서 ‘병원 감염’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 모 대학병원에서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된 환자들이 국가와 병원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했음이 보도되자, 해당 병원이 혹시 자기 병원은 아닌지 묻는 전화가 빗발쳤다고 하는데, 그만큼 병원 감염은 흔하다는 반증이 아닐 수 없다.

 “병원에서 환자들이 세균에 감염돼 숨지고 있다. 응급실에서는 병실이 비기를 기다리던 환자가 숨지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위급한 환자들이 중환자실 여유가 있는 병원을 찾아 헤매다 살릴 수 있는 목숨을 잃기도 한다” 언젠가 동아일보에 실렸던 기사다.

 서울대병원 내과의 양심적인 모 교수는 병원 감염이 많을수록 수익이 많아진다’고 실토하기도 한다. 환자가 병원에서 감염되면, 이전 치료비는 물론, 병원탓으로 새로 감염된 질병에 대한 치료비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니 아연할 수밖에 없다. 병원에 간 이유만으로 재수 없게 병을 얻어 걸치는 상황이, 이제는 의학연구의 중요주제가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병주고 약주는데 그치지 않고, 이번에는 약의 부작용 때문에 다시 다른 약을 주는 것이 현대의학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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