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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축제 슬림화와 재정 건전화
경남 축제 슬림화와 재정 건전화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5.05.31 2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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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본사 전무이사
 우리나라는 축제 천국이다. 축제의 완성도가 떨어지고 낮은 호응도에도 개의치 않는다. 뒷골목 행사에도 못 미치는 지자체 행사에 세계란 명칭을 턱 하니 걸친 행사가 꼴불견이다. 지난해에는 세월호 참사로 인해 모든 축제가 취소 또는 축소됐다가 불과 채 1년 만에 언제 그랬냐는 듯 우후죽순식으로 개최 수가 두드러지게 늘어났다.

 최근 경남도는 부산시의 ‘2028 부산ㆍ울산ㆍ경남 하계 올림픽 공동 유치’ 제의를 단박에 거절했다. 들러리에 그치고 무분별한 국제행사 개최를 지양한다는 것에서다. 이는 ‘도의 재정 건전화 정책’의 연장 선상이라는데 의미가 있다. 또 2014년 개최된 인천 아시안 게임은 화려한 개막과는 달리, 개최 후 인천시 재정은 벼랑에 물린 게 반면교사다.

 도내 행사인 ‘2017 산청 세계전통의약 엑스포’와 ‘2017 대장경 세계축전’ 등 투자 대비 부정적 평가의 행사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무늬만 ‘세계행사’이지 외국인이라곤 눈 씻고도 찾을 수 없었다. 무분별한 국제행사로 인한 예산 낭비가 지방재정 악화의 원인이 되고 있어 이번 ‘경남도의 축제 슬림화 선언’이 시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타깃이 된 산청 세계전통의약 엑스포행사는 이전 행사 개최 때 입장권을 공무원 직급별로 배분, 강매 논란을 몰고 왔고 입장권 수익을 위해 향우회ㆍ일반기업체 등에까지 손을 벌리는가 하면 파견된 공무원의 인건비 등은 지출에서 제외, 성과가 과대 포장됐다는 지적이다.

 또, 2013년 열린 대장경 세계축전도 당초 계획보다 정부의 사업 지원예산이 대폭 줄어들어 행사가 축소됐다. 기재부에서 이 축제의 사업비에 비해 수익실적이 떨어지는 등 경제성을 이유로 들었다. 도는 앞으로 지속적인 구조개혁과 불필요한 재정수요를 손질, 빚을 다 갚고 난 후 서민복지와 미래성장 등에 투자하도록 하겠다고 밝혀 그 의미를 더했다. 우리나라는 연간 1천300여 개의 축제가 곳곳에서 개최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문체부 자료에 따르면 가요제, 경연대회, 연극제 등 특정계층만 참여하는 행사라든지 음악회 전시회 등 순수 예술행사를 제외하더라도 전국에 664개나 된다. 지역 축제라 하더라도 3일 이내 개최되는 축제는 뺀 숫자라 하니 과히 그 수가 엄청나다. 지난해에는 555개였으나 1년 만에 무려 20%에 해당하는 109개가 늘어난 숫자다. 지난해 지방자치단체장이 바뀌면서 치적용으로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새 축제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났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대한민국은 ‘축제 공화국’이다. 서울이 119개, 전남 86, 강원 69개, 경기 60개이며 경남은 43개나 된다, 올해 경남에서만 축제에 들어가는 세금이 238억 원이다. 이것도 기업 회계방식과 달리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 등은 포함되지 않은 금액이다.

 매년 창원시가 7개, 진주시가 4개, 사천시가 4개, 거제ㆍ창녕ㆍ하동ㆍ합천이 각각 3개 그 외 시군이 2개 정도다. 시기도 4, 5월과 9, 10월에 집중된 데가 테마가 비슷한 축제가 난립, 지역 특성을 살리지 못하고 외지 잡상인과 바가지요금 등으로 얼룩져 혈세만 낭비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 예로 이순신 장군 전적지를 중심으로 한 축제를 보면 남ㆍ서해안 일대에 유사 축제가 전국에 10개가 넘는다. 이 중 경남에서만 이순신 장군과 관련 시군이 주관하는 대표적인 축제만 해도 통영 한산대첩축제, 거제 옥포대첩 기념제전, 고성 당항포 대첩축제, 남해 이순신 순국제전 등 4개나 된다. 또 각종 농수산물이나 특산품을 대상으로 전국에 동시 다발적으로 열리고 동일 시군에서도 유사한 성격의 축제가 시기만 다를 뿐이다. 창원의 경우 5월에 마산 가고파 큰 잔치, 10월 말에는 마산 가고파 국화 축제, 사천의 경우 5월에 사천시 삼천포항 수산물 축제, 10월에 사천시 삼천포항 자연산 전어 축제 등이다. 이 같은 원인은 공무원들이 축제에 대한 전문성이 없고 급조한 후 막상 시간이 지나면서 축제에 대한 지역민의 공감대가 떨어져도 축제 이해 관계자들 눈치 본다고 없애지는 못하고 끌려다니기 일쑤다. 또 전문가용역도 사람들을 많이 모으는데 집중, 노래자랑 등 연예인 초청이 대부분이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따르면 지역축제는 예산의 평균 75% 이상을 공공재원, 즉 국고나 지방비 지원에 의존한다. 경남발전연구원은 “지방축제의 문제는 재정자립도”라며 “아직 자립도가 5~10%에 불과하고 0%인 축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도의 축제 구조조정을 신호탄으로 해 시군의 통폐합과 함께 행사에 그친 축제는 폐지가 옳다. 축제의 예산과 성과를 공개, 부실한 축제는 탈락시키는 등 주민통제도 강화해야 한다. 이번 경남발(發) 축제 슬림화가 재정점검단을 신설, 세출구조 조정, 거가대로 등 MRG사업 재구조화, 진주의료원 폐업, 출자ㆍ출연기관 구조개혁, 복지누수 차단을 위한 사회복지분야 특정감사 등에 이어 다시 한 번 전국의 롤 모델이 되길 기대한다. 특히 줄줄 세는 혈세가 공짜가 아니란 사실에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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