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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와 소통(5). 감성과 감정
관계와 소통(5). 감성과 감정
  • 신은희
  • 승인 2015.05.28 2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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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은희 경영학박사ㆍ인경연구소장 가야대학교 겸임교수
 “아름다운 경치를 보고 있으니 마음이 즐겁다”거나 “두통이 지속되니 기분까지 우울하다” 등의 표현은 감성(感性)과 감정(感情)을 구분하기에 좋은 예다. 어떤 상황이 오감(五感)을 통해 수용되고 감지하는 능력인 감성과 그 감성에 따라 달라지는 희노애락(喜怒哀樂)같은 기분이나 정서 등의 느낌을 감정이라 하는데 이 둘은 서로 불가분의 관계다.

 그런데 감성은 개인차가 커서 똑같은 상황이나 자극이라도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감정의 상태도 달라진다. 그리고 원활한 인간관계와 적극적인 의사소통이 필요할수록 감성과 감정은 세트처럼 함께 작용해야 더 효과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즉, 시각ㆍ청각ㆍ후각ㆍ미각ㆍ촉각ㆍ압각ㆍ통각 등의 감각수용기를 통해 감성이라는 통로로 유입된 내, 외부의 여러 자극들이 감정을 생산하고, 그 감정에서 일어나는 반응은 다시 감성이라는 출구를 통해 걸러주고 순화시켜 표출하게 될 때 원만한 관계와 소통을 이룰 수 있다. 그래서 ‘감성이 예민하다’, ‘감성이 풍부하다’ 등의 표현은 감수성이 높다는 의미로 그만큼 감정의 폭이나 깊이도 더 넓어지고 깊어지기 마련이다.

 물론 여기에는 감성과 상반된 이성(理性)의 합리적이고 냉철한 통제와 균형, 그리고 지식과 정보를 바탕으로 깨닫는 힘인 지성(知性)이 더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감정의 상태가 극에 달했을 경우에는 그런 이성과 지성의 작용이 채 미치지 못할 때가 많은데, 감성이라는 완충대가 없이 민낯의 감정적 코드가 상대방과 맞닿아버리면 서로 충돌하고 폭발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래서 감성적 코드로 안전하게 연결돼야 한다. 너무 뜨거워 화상을 입히거나 너무 차가워 얼어버리지 않게 해야 한다. 인간은 객관적 사고의 이성이나 절제 가능한 지성보다는 본능이나 욕구 같은 감정에 더 가까이 있으므로 쉽게 감정을 드러내게 되는데, 이때 감정이라는 알맹이를 보호하듯 에워싸고 있는 포장지 같은 감성을 통해 전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감성이 풍부한 사람은 그렇지 못한 이들이 보고 듣고 느끼지 못하는 부분이나 영역들까지도 발견하고, 거기서 새로움을 창조해내는 창의성이나 기획력, 실천력도 더 발달 된다. 그것은 이성과 지성으로는 다다를 수 없는 인간의 본성과 본능의 영역으로부터 얻는 탁월한 감각적 능력에서 기인한다. 이것은 새로운 관계와 소통의 근원이 된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꽤 오랫동안 기계적이고 과학적인 환경 속에서 숨 가쁘게 돌아가는 속도전쟁을 해 오면서 감성대가 상당히 손상됐거나 아예 제거되기도 했다. 단조롭고 반복되는 기계적인 활동, 억압된 사고체계 속에서 감성의 통로는 닫혀버렸고, 감성은 거추장스럽고 번거로우며 심지어 쓸모없고 비효율적이라고 천대받아 무시되기 일쑤였다. 그래서 아예 감정이 생산되지 못해 메말라 버렸거나 극한 상황에서 급조된 감정은 감성이라는 옷도 입지 못한 채 그대로 타인에게 노출됐다. 그러니 얼마나 어리석고 난처하며 삭막하고 민망하겠는가? 서로 얼굴을 붉히며 불편해하거나 반대로 목석처럼 굳어져 아무 감동도 없는 관계나 부서지고 삐걱거리는 소통으로 시간과 노력만 낭비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감성역량을 키워야 한다. 잠자는 감성을 깨우고, 무뎌진 감각을 되살려야 한다. 여기에는 다양한 감각적 자극을 접하고, 받아들이는 경험적 노력이 꾸준히 요구된다.

 자, 오늘은 오감을 열어 풍성한 감성으로 우리의 감정을 아름답게 어루만져보자. 어제보다 더 편안하고 즐거운 만남의 관계와 유쾌하고 상쾌한 소통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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