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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강물 사기친 봉이 김선달
대동강물 사기친 봉이 김선달
  • 송종복
  • 승인 2015.05.25 1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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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종복 문학박사(사학전공) (사)경남향토사연구회ㆍ회장
 봉이 김선달의 본명은 김인홍이다. 그럼 왜 봉과 선달이 됐는가. 봉(鳳)이란 수컷을 말하고 황(凰)은 암컷을 말하는데, 이 두 암수를 합쳐서 봉황새라고 부른다.

 이 새는 하늘로 오르내리며 인간들의 소원을 하늘에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태평성세나 성인군자가 등장할 때 나타난다는 상상의 새다. 그리고 선달(先達)이란 과거 무과에 급제했으나 아직 벼슬(보직)을 받지 못한 사람을 말한다. 김인홍은 선달로서 시장의 닭을 비싼 봉의 값으로 싸가지고는 상인들의 위계(사기)를 처벌케 하는 정의의 사나이다. 반면에 위계로서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희대의 사기극을 벌인 인물이다.

 그의 행적을 보면 조선후기 평양출신의 재사로서 자신의 경륜을 펼치기 위해 서울(한양)에 왔다가 평안도민의 차별대우와 낮은 문벌 때문에 뜻을 얻지 못할 것을 알았다. 이에 울분이 넘쳐 세상을 휘젓고 다니며 권세의 양반, 부유한 상인, 위선적인 종교인 등을 익살과 재치로 골탕먹이는 여러 일화를 남겼다.

 그는 시장구경 중에 닭 전 옆을 지나다가 마침 좋은 닭 한 마리가 있어 주인을 불러 그 닭을 ‘봉’이냐고 물었다. 자신을 모자라는 체하고 계속 묻자 ‘아니다’라고 하던 닭 장수는 그냥 봉이라고 대답했다. 이때 비싼 값을 주고 산 김선달은 원님에게 ‘봉’이라고 받치자, 봉이 아님을 알아차린 원님은 김선달의 볼기를 쳤다. 그는 닭장수가 ‘봉’이라 해 속았다고 하자, 수령은 닭장수를 호령했다. 그 결과 김선달은 닭 장수에게 닭값과 볼기 맞은 값으로 많은 배상을 받았다. 이 때 닭을 ‘봉’이라 속여 이득을 보았다 해 그 뒤 ‘봉이 김선달’이라고 불렸다.

 그럼 대동강 물은 어떻게 팔아먹었을까. 대동강가 나루터에서 사대부 집에 물을 길어다 주는 물장수를 보고는 이들에게 접근해 술을 많이 권했다. 그 후 엽전 얼마씩 주고는 내일부터 물을 지고 갈 때마다 나에게 엽전 한 닢씩 던져주고 가면 후한 대접한다고 약속했다. 다음날부터 의관을 정제하고 평양동문의 길목에 의젓하게 앉아 던져주는 엽전을 점잖게 받고 있었다. 이때 엽전을 내지 못한 물장수는 선달로부터 호되게 야단을 맞았다.

 이를 본 한양의 허풍선이 김선달을 꾀어 대동강 물을 헐값에 사면 대박이 난다는 것을 알고는 선달과 흥정하게 된다. 이때 선달은 못 팔겠다고 버티면서, 한편 물려줄 자식이 없음을 한탄까지 한다. 한양 허풍선은 집요하게 흥정을 강요해 계약서를 작성했다. 계약서에 품명은 대동강 물, 소유자는 봉이 김선달, 인수자는 한양 허풍선, 인수금은 4천냥(쌀 60가마)을 5월 16일자로 체결했다.

 이를 보고 유쾌, 상쾌, 통쾌한 사내로만 아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구비문학대계’, ‘한국구전설화’ 등을 보면 야한 짓도 많다. 더구나 조선후기 부정부패가 심해, 돈과 권세를 가진 사람은 온갖 부정과 비리로, 힘없고 가난한 사람은 생계가 힘들었다. 요즘은 어떤가. 자살한 성모 씨의 메모지에 정승ㆍ도승지ㆍ판서ㆍ감사 등이 부정과 비리에 줄줄이 엮어지고 있다. 때는 왔다. 이때 임꺽정이, 홍길동이, 봉이 김선달이 출현해 이런 세파를 휘저어 살맛 나는 희망의 나라로 만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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