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17:24 (수)
관계와 소통(4). 이성과 감성
관계와 소통(4). 이성과 감성
  • 신은희
  • 승인 2015.05.14 1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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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은희 경영학박사ㆍ인경연구소장 가야대학교 겸임교수
 ‘서류심사에는 항상 쉽게 통과하는데 면접만 보면 매번 탈락한다.’라고 고민을 호소하는 취업준비생을 종종 만난다. 이런 상황을 겪는 이들은 인간관계에도 점점 자신감을 잃고,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을 만나는 것조차도 두려워진다고 한다. 그러다 보면 소통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심각한 대인기피증 같은 관계능력결핍으로 이어져 사회생활이 곤란해지기도 한다.

 ‘인사담당자 81%가 직원채용 시 첫인상을 고려한다’거나 ‘84.2%가 외모, 복장 등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이 면접평가에 영향을 미친다’, ‘74.8%가 면접 시 태도 때문에 탈락시킨 경험이 있다’ 등은 여러 취업포털 사이트들이 발표한 기업의 직원채용이나 면접 등 인사를 담당하는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최근 면접컨설팅 열풍도 여기에서 기인한다.

 필자도 이런 경험이 있으며, 실제로 면접 시 태도를 상당히 중요시 여긴다. 잘 갖춰진 서류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 서류를 인증할 살아 움직이는 사람을 보고 결정한다는 얘기다. 왜냐하면 일은 서류가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하는 것이며, 조직 속에서 그 사람은 또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고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가야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스펙이나 자기소개서를 통한 서류심사가 이성적 측면에 좀 더 치우친 평가라고 한다면, 서류가 아닌 실제 조직에서 업무를 수행할 대상을 직접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면접심사야말로 감성적인 측면에 더 큰 비중을 둔 것이라고 하겠다. 그래서 어느 한 측면에 치우치기보다는 두 가지 측면이 다 중요하겠지만, 최종적으로 결정적인 순간에 작용하는 힘은 감성적인 부분이 점점 더 커져 가고 있는 것이 요즈음의 현실이다.

 이런 경향은 그동안 축적돼 온 사회적 경험의 누적된 결론에서 얻어진 필연적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급속하게 발달해 온 산업사회의 기계적 문명발달과정에서 지나치게 강조돼 온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측면에서 능률의 한계와 부작용을 낳게 되자, 인간의 본성과 행복감을 찾으려는 노력에서 비롯된 감성적 측면의 중요성이 점차 더 부각되는 것은 어쩌면 인간사회에서 일어나는 지극히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렇다면 개인의 역량이 사회 속에서 충분히 발휘되려면 어떤 요소가 필요할까? 그것은 아마 다양한 분야의 환경과 상황을 막론하고 누구든 반드시 관계능력을 갖춰야 할 것이다. 즉 직무수행능력은 함께 업무를 추진해나가는 사람들과의 지속적인 관계유지 및 향상을 통해 보다 효율적인 성과를 이뤄내게 된다. 그리고 그 관계능력을 증진시켜 주는 소통능력은 감성적 요소로 소구할 때 더 큰 효과를 가져 온다. 이는 부인할 수 없는 불가분의 함수다.

 물론 이성적인 면을 배제해야 된다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감성적인 면에 너무 치우치는 것도 경계해야 할 것이다. 다만 합리적ㆍ객관적ㆍ분석적ㆍ이론적ㆍ구체적ㆍ계획적인 좌뇌적 사고의 틀에 고정되지 말고, 정서적ㆍ직관적ㆍ본능적ㆍ통합적ㆍ이상적ㆍ충동적인 우뇌적 판단을 무시하거나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감성은 인간의 본성을 깨우는 촉매다.

 심리학자 다니엘 골먼도 인간은 이성에 호소하는 경우보다 감성에 호소할 때 20% : 80% 정도로 후자 쪽에 더 많이 의존한다고 했다. 인간이 무엇을 선택하고 결정하며 행동할 때 감성적으로 인지하고 판단하는 비율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이다.

 이제부터 ‘업무는 이성적으로, 소통은 감성적으로’라는 말을 기억하고 실천해보자. 어디에서 누구와 함께 무슨 일을 하든지 이성적 사고와 감성적 행동의 적절한 조화로 관계와 소통에 즐거움을 더해가자. 능력보다 호감으로 다가갈 때 마음의 문은 더 쉽게 활짝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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