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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자립 재활로 건강 찾아요
생활 속 자립 재활로 건강 찾아요
  • 김용구 기자
  • 승인 2015.05.14 1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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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진영읍 한서재활요양병원 김상진 이사장
▲ 한서재활요양병원은 식사에 앞서 전 직원과 어르신들이 각 층 홀에 모여 체조를 실시한다.

5년 연속 ‘1등급’ 획득 미용 공간 운영 ‘인기’
환자복 금지 사복 권유 286개 병상ㆍ6개 진료과

 보건복지부 평가에서 5년 연속 1등급을 획득한 김해의 한 요양병원이 어르신들을 위한 미용 공간을 마련하는 등 꾸준한 노력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12일 오전 10시 김해시 진영읍 내룡리에 위치한 한서재활요양병원(이사장 김상진) 5층 한서 헤어라운지가 문이 열리자 어르신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파마를 해보는 것이 어떠냐는 김 이사장의 권유에 소녀마냥 수줍어하며 손사래 치는 김모(76) 할머니였지만 어느새 자리에 앉아 차례를 기다린다.

 이곳을 찾은 어르신들은 자리에 누워서 잠을 청하기도 하고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기도 하는 등 제각각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미용 봉사를 받을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것에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것은 똑같았다.

 자신을 꾸미고 스스로 개성을 내보이는 것은 나이가 많든 적든 상관없어 보였다.

 김 이사장은 미용 공간을 만든 이유가 어르신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어르신들은 대부분 심신이 쇠약해진 터라 자존감만 높일 수 있다면 재활이 빨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김 이사장의 설명이다.

 이날 파마를 한 이모(71) 할머니는 “오전까지 비가 와 기분이 우울했는데 머리를 하고 나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며 “오랜만에 머리를 한 탓인지 10년은 마음이 젊어진 느낌이다”고 말했다.

 이 병원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어르신들의 자존감을 높이고 있다.

▲ 생활 속의 재활을 강조하는 한서재활요양병원 김상진(왼쪽) 이사장이 입원 중인 할머니와 상담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어르신들이 환자복을 입는 것을 금지하고 사복을 입도록 권유하고 있다.

 환자복을 입고 간병인의 지시에 따라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취향에 맞는 옷을 입고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모습으로 생활하게 되는 것이다.

 3층에서 생활하는 박모(78) 씨는 “다른 병원에 있을 때는 많이 답답했는데 이곳에서는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가 있는 탓에 전혀 그렇지 않다”며 “옷 하나로 인해 병원이 아닌 가정에서 생활하는 기분마저 든다”고 말했다.

 어르신들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한 장치는 휠체어를 탄 어르신들이 엘리베이터를 타는 모습에도 존재한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절대 안쪽 방향을 보게 하지 않는다. 비좁은 공간을 비집고서라도 항상 문 쪽을 보게 휠체어를 돌려놓는다.

 몇 초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지만 그 시간마저도 어르신들을 배려하고 존중하기 위해서다.

 이재규 총무이사는 “작은 부분의 배려가 어르신들에게는 크게 작용하는 것을 알고 있다”며 “우리 병원은 어떻게 하면 어르신들의 재활을 도울 수 있을까 항상 고민하고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병원 곳곳에는 재활을 돕기 위한 시스템이 가득하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자립을 돕는 것이다.

 대부분의 요양병원에서는 식판을 이용해 각 병식에서 각자 식사를 하지만 이곳에서는 각 층에 중앙에 있는 큰 홀에서 모두 모여서 식사를 한다.

 거동이 불편하다고 해서 예외는 없다. 간호사들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를 타고서라도 어르신이 직접 홀에 가야만 식사를 할 수 있다.

 식사하는 하루 세 번만이라도 병실을 벗어나 스스로 움직이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또 함께 모여 식사함으로써 소속감을 가지게 해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는 장점도 있다.

 최모(81) 씨는 식사 시간만 되면 홀에서 밥 짓는 냄새가 풍겨오는 탓에 식욕이 돋고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고 말했다.

▲ 지난 12일 한서재활요양병원 헤어라운지가 문을 연 가운데 할머니들이 머리를 하고 있는 중이다.
 다른 병원이라면 휠체어를 끌어주는 간병인 많이 보이지만 이 병원에서는 웬만하면 휠체어를 끌어주지 않는다.

 이곳을 처음 찾은 환자 가족들이나 외부 손님들은 이 모습을 보고 간혹 간호사들이 업무를 소흘히 하는 곳이 아니냐며 오해를 하지만 사실은 자립을 돕기 위한 규칙일 뿐이다.

 처음에는 온몸에 땀을 흘리며 1m 가기도 힘든 어르신들이 시간이 지나면 팔에 힘이 붙어 스스로 이동하는데 불편함이 없다고 한다.

 황보익 홍보과장은 “병원에서는 어르신들의 생활을 도울 뿐 절대 대신해서 무엇인가를 해드리지는 않는다”며 “어르신들이 스스로 모든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드리는 것이 병원의 역할이다”고 말했다.

 이 병원은 생활 속의 재활도 강조하고 있다.

 어르신들의 일상생활을 돕기 위해 방송 시스템을 이용한다. 2시간마다 흘러나오는 방송에 따라 규칙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또 식사에 앞서 모든 환자와 직원들이 각층 홀로 나와 소화촉진을 돕고 식욕 증진을 위한 체조를 실시한다.

 복도 벽면에 설치된 높이 1m의 안전봉을 잡고 앉았다 일어서는 기립 훈련도 수시로 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어르신 스스로가 재활 훈련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생활 속의 재활을 녹여 넣는 것이 우리 병원의 목표다”며 “이곳에서 생활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몸과 마음이 건강해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286개의 병상을 갖춘 이곳은 훌륭한 재활 시스템 못지않게 원내 시설물 또한 눈에 띄는 부분이 많다.

 먼저 병원 내 모든 사무실을 1층 중앙 홀로 통합했다. 원무부, 총무부, 심사과 등 모든 사무 인력이 한곳에 모여 근무를 한다.

 일 처리를 할 때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환자들이 도움이 필요할 때 헤맬 필요가 없이 이곳을 찾으면 된다는 장점이 있다.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내과, 신경과, 가정의학과, 한방과 등 총 6개의 진료과, 9명의 의료진이 전문적인 맞춤진료를 실시하고 있다.

 이곳은 휠체어에 앉은 상태에서 목욕할 수 있는 최첨단 장비도 구비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통목욕을 하기 힘든 거동불편자들을 위해 일본에서 직접 공수해왔다.

 재활요양 병원답게 환자들을 위한 위생에서도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

 먼저 건물 내 모든 곳에서는 신발을 신을 수 없다. 다만 어르신들에게는 본인이 원하는 실내화를 신을 수 있다.

 각 층별로 3대씩 로봇청소기를 가동해 바닥 청결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또 건물 자체가 양방향으로 바람이 통할 수 있는 구조라 환기에 유리하게 설계돼 있다. 실제로 이곳은 냄새가 거의 없어 쾌적함을 느낄 수 있다.

 이런 노력이 인정받아서일까 이 병원은 5년 연속 보건복지부 의료기관 인증평가에서 1등급을 받고 있다.

 순위를 매겼던 지난 2013년 평가에는 전국 1천여 개 요양원 중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김 이사장은 “한서재활요양병원은 사람들이 요양병원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을 깨기 위해 노력 중이다”며 “편안하면서도 발전적인 재활을 원한다면 우리 병원만한 곳이 없다”고 말했다.

 주위에 재활이 필요한 어르신이 있다면 한서재활요양병원에 한 번이라도 방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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