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00:54 (금)
가정의 달 5월 출산 제안한다
가정의 달 5월 출산 제안한다
  • 박춘국
  • 승인 2015.05.07 2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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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춘국 논설위원
 얼마 전 처와 함께 오랜만에 극장을 찾았다. 역대 한국영화 관객수 2위를 기록한 ‘국제시장’을 보면서 하염없이 눈물만 훔치는 필자를 아내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필자는 “저렇게 가슴시린 스토리에도 감명받지 않는 예술인이 있냐”고 음악을 하는 그녀에게 되물었다.

 60년대 섬에서 태어나 70년대에 초등학교를 다녔고 동생 셋을 거두느라 고생한 이야기를 지인들에게 하노라면 두 가지 핀잔이 돌아온다. “무슨 그런 소리를 하느냐”, “참 좋은 시절에 태어났다” 전자는 어린 시절 가난과는 거리가 있었던 분류고, 뒤는 더 많은 고생을 하면서 자란 세대들이다.

 반응은 다르지만 세대를 아울러 우리 사회가 급격히 부유해진 데는 대체로 공감한다. 영화 국제시장의 배경이 된 시절을 살지 않은 사람들도 아련한 추억들을 간직하고 있을 터이지만 힘들었던 시절을 보낸 이들이 대체로 가슴 한편에 무언가를 묻어두고 살아가는 듯하다.

 지난 3월 막둥이 초등학교 입학식 날 교장 선생님과 나눈 대화가 뇌리에 오래 남아있다. 큰아이들이 둘이나 졸업한 학교라 관심이 많았다. “전에는 6~7학급 되더니 오늘은 3학급에 84명밖에 입학을 안했네요”라는 질문에 교장 선생님은 “요즘 젊은 사람들이 아이들을 많이 안 낳아요”라고 대답하신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출산장려를 위해 갖가지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핵심을 피해가고 있다. 집값도 비싸지고 교육비가 부담이라 자식 낳기를 꺼린다는 이야기는 저출산 문제의 정답이 아니다. 가난하고 힘들었던 시절에도 많이들 낳지 않았는가.

 세상이 갈수록 각박해진다고 푸념하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 요즘 사람들이 아이를 많이 낳지 않는다고까지 비약하는 이들도 있다. 부모세대들이 자식을 많이 낳고 힘들게 키우고 그에 대한 별다른 보상을 받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 실망한 탓이 크다는 의견들도 많다.

 여성들의 사회활동 보폭이 길어지면서 아이들을 맡길 때가 없다는 이유도 있고 하나만 낳아 잘 키우고 싶은 욕심도 있다. 부부끼리 여유 있게 즐기면서 살기 위해 아이를 낳지 않는 이들도 심심찮게 보인다. 아예 결혼을 포기하는 이들도 점점 늘고 있다.

 단일민족 국가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산업현장이 외국인 노동자로 채워져 가고 있고 다문화 가정도 갈수록 증가추세다. 이렇게 우리 사회 미래문제로 점점 우리 곁을 조여 오고 있는 저출산 문제는 사라진 가족애에 기인한다는 분석을 내는 이들도 있다.

 형제끼리, 부모 자식 간에 돈독했던 사랑들이 점점 사라지면서 재산문제로 다투고 심지어 남보다 못한 원수가 되기도 하는 일들을 지켜본 젊은 세대들의 실망이 저출산에 큰 몫을 차지했으리라.

 저출산은 노동인구 감소뿐만 아니라 또 다른 문제들을 만들고 있다. 귀하게 자란 아이들이 남에 대한 배려를 배우지 못하면서 “내가 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개인주의에 빠진다. 또 나이가 들어도 부모 곁을 벗어나지 못하고 경제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하면서 살아가는 이른바 캥거루족도 늘고 있다.

 자식이 부모 재산을 노리고 살해 음모를 꾸민 이도 있고 유흥비 마련을 위해 아버지가 숨겨둔 돈을 훔친 아들에 대한 이야기도 화제다.

 돈이 모든 것이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사회가 이런 병폐들을 만들었으리라. 물질 만능의 시대를 살고 있지만 돈이 가족보다 소중한 존재이지는 못하다. 우리가 힘들고 아플 때 진정으로 안아줄 수 있는 이는 가족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라 어린이날, 어버이날이 이어지면서 ‘가족’을 많이 생각하는 달이기도 하다. 가족을 깊이 돌아보고 서로 안부를 묻고 찾아가는 5월이 되자. 가족애가 무르익는 사랑의 5월이다. 2015년 5월, 사랑애로 뭉칠 가족을 늘리자. 출산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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