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6 15:20 (화)
뇌물수수 진화와 대처 진보
뇌물수수 진화와 대처 진보
  • 박춘국
  • 승인 2015.04.30 1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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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춘국 논설위원
 부산도시공사 사장 재임 시 롯데몰 동부산점에 특혜를 주고 그 대가로 롯데몰에 가족 명의의 점포를 입점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종철 동부산관광단지 전 사장이 지난 27일 구속됐다. 사후수뢰 혐의 등으로 41일간 검찰의 조사를 받아왔던 이 전 사장은 가족 명의 점포 임차 혐의 외에도 퇴임 이후 푸드타운 민간사업자 송모(49ㆍ구속 기소) 씨로부터 사업시행을 위한 자금 조달을 도와달라는 청탁을 받고 이를 실행한 뒤 1천만 원 상당을 수수한 혐의(변호사법 위반)도 받고 있다. 이번 이 전 사장의 구속은 공직자들의 뇌물수수 방식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이다.

 필자는 이 전 사장의 구속을 바라보면서 최근 수년간 광범위 하게 확산된 사후뇌물 사건에 대한 소문들을 떠올리게 됐다. 김해시 전 현직 공무원들(특히 인ㆍ허가 부서)이 이 전 사장과 같이 사후에 뇌물을 받는 방식을 널리 애용(?)하고 있다는 소문은 수년 전부터 돌고 있었다. 하지만 소문의 주인공들이 사법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았거나 처벌을 받은 경우는 현재까지 없다. 소문의 진상을 알아보기 위해 수차례 사법기관 관계자와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지만 그때 마다 대화는 “수사 기간이 상당히 길고 증거확보에 어려움이 있다”는 결말로 끝이 나곤 했다.

 김해 가야골프장 인근에 임야를 개발한 업자가 인ㆍ허가 부서에 근무하는 공무원에게 편의를 대가로 해당 사업부지의 지분을 친인척 명의로 건네준 의심을 받는 사례는 널리 알려진 이야기로 이 공무원은 퇴직 후에 해당 지분을 처분해 수억 원의 이득을 챙겼다는 후문이다. 이 같은 방식으로 퇴임 후에 이른바 로또에 당첨된 전직 공직자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전언도 있다.

 관급공사 또는 관급공사 하도급을 수주해주는 대가로 편의와 이득을 챙긴 건설회사가 자신들을 도와준 공무원의 친인척을 서류상 임직원으로 등재해 급여를 지급해 오고 있다는 제보는 수년간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필자의 능력으로 내용을 확인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이야기들을 시내에서 듣는 횟수가 늘고 있어 실체에 대한 궁금증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김해시에 물품을 납품하는 관납업체를 주무 공무원이 타인의 명의로 설립해 직접 운영하고 있다는 제보도 있다. 또 관납 물량을 늘려주는 것을 도와준 공무원이 자신의 친인척을 납품 회사 주주로 등재해 이익을 배당받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공무원들의 뇌물수수 방식이 진화를 계속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는 또 있다. 상가를 짓는 업자들이 원활한 공사와 준공ㆍ분양을 위해 인ㆍ허가 부서 공무원들에게 점포 분양가를 낮춰주거나 아예 공짜로 주는 것으로 이 경우도 분양계약서 매수인란에는 공무원들의 친인척 또는 지인의 이름이 적힌다. 김해시 A 사무관은 진영읍 중심상업지 600평 상가부지를 부인 명의로 소유하고 있고 이 부지를 매입할 때 사용된 자금이 뇌물로 조달됐다는 소문은 관련 업계에 회자 된 지 오래다. A 과장과 같은 토목직 B 서기관은 진례면 중공업지 500여 평을 인ㆍ허가 편의를 봐준 대가로 받은 뒤 현재 차명으로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또 부동산 개발사업을 진행하면서 인ㆍ허가에 속도를 더 하기 위해 해당 공무원과 연관된 사람을 동업자로 참여시킨 뒤 이익을 나누는 방식도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다. 이 밖에 공무원이 근무하던 시절 자신이 관리 감독하던 기업에 퇴임 후 임원으로 채용되는 일도 자주 있다. 물론 이 경우를 사후 뇌물로 볼 것인지는 사법당국이 판단할 일이지만 좋지 않은 모습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문제는 공무원들의 뇌물수수 방식이 진화할수록 우리 사회는 썩어가고 있고 선량한 국민들이 피해를 당한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범죄의 진화 정도를 사법당국의 수사가 따라가지 못하는 데 있다. 이로 인해 공직자들의 비리와 범죄가 갈수록 늘고 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해 가고 있다. 진화일로에 있는 공직자 뇌물수수에 대한 사법당국의 진보된 대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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