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15:55 (수)
배려 없는 사회
배려 없는 사회
  • 김혜란
  • 승인 2015.04.29 20: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혜란 공명ㆍ소통과 힐링센터 소장
 우리 사회에 남의 아픔에 무감각한 말들이 넘쳐 난다.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사과했고 독설 개그맨이 tv프로그램에서 사라질 것 같다.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사과한 것은 4월 18일과 20일 집회ㆍ시위현장에서 종로경찰서 경비과장이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에 대해서였다. 이규환 경비과장은 지난 18일 세월호 추모 집회에서 유가족이 포함된 참가자들에게 “사랑하는 가족 품으로 돌아가라”는 발언에 이어, 20일 보신각에서 개최된 장애인의 날 관련 집회에서는 “장애인의 날은 장애인들에게 생일 같은 날”, “우리 경찰관도 장애인이 될 수 있다. 흥분하지 말고 차분하게 대처하라”는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추모 집회 중인 사람들에게 ‘사랑하는 가족 품으로 돌아가라’는 표현은 어떤 심정에서 가능할까. ‘장애인의 날은 장애인들에게 생일 같은 날’이라는 표현 역시, 철모르는 아이들도 쓸 수 없는 것이었다. 구 청장은 사과문을 통해 “당시 급박한 상황을 이유로 유가족과 장애인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고 마음을 아프게 한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여성혐오발언으로 말썽이 많았던 개그맨 장동민은 결국 모욕죄로 고소당했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의 생존자를 희화화하는 발언 때문이다. 장씨는 자신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옹달샘과 꿈꾸는 라디오’에서 건강 동호회에 관해 얘기하던 중 “오줌 먹는 사람들 동호회가 있어. 옛날에 삼풍백화점 무너졌을 때 뭐 21일 만에 구출된 이 여자도 다 오줌 먹고 살았잖아”라는 발언을 했다. 이 발언을 들은 개그맨 유세윤 씨가 “그거는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지”라며 장씨의 발언이 맥락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으나, 장씨는 “그 여자가 창시자야, 창시자”라면서 자신의 발언을 수정하지 않았다. 장씨의 이 같은 발언은 결국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생존자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됐고 고소로 이어졌다. 생존자의 변호인은 “어려운 역경 속에서 사경을 헤매고 나왔는데 그 과정 자체가 개그 소재로 쓰이는 것을 넘어서 허위 사실을 통해 너무도 희화화되고 모욕적으로 비춰지는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고소 이유를 밝혔다.

 왜 이렇게 남의 아픔은 아랑곳하지 않는 표현들이 난무하는 것일까.

 개인의 인성 탓으로 돌리기에도 어려운 공인들의 발언이라 보면, 남의 상처 따위는 전혀 생각의 범주에 넣지 않은 사고방식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있는 현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다. 그저 자신의 생각을 쏟아내기에 바쁜 것이지,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거나 다른 사람의 입장은 일체 생각하지 않는 소통방식이다. 아예 소통이라는 단어를 쓸 수 없는 배설물 같은 말이다.

 소통의 핵심은 자신이 아니라 상대방이다. 내 생각을 아무리 잘 표현했다 해도 상대방이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불통이다. 소통은 또한 배려이기도 하다. 늘 소통의 대상을 자신보다 먼저 생각하고 입장을 바꿔서 대입시켜봐야 한다. 이렇게 남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말 표현들이 우리 사회에 불통의 城을 쌓는다. 소통은 관계이기도 하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말, 말과 말의 관계가 소통의 뼈대이다.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의 말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다. 그래서 올바른 소통의 결과는 이해를 넘어 치유일지도 모른다.

 70일 만에 물러난 이완구 전 총리는 충청도 말투 표현으로 충청도 민심을 떠나보냈다. “충청도 말투가 그렇다, 곧바로 딱딱 얘기해야 하는데 충청도 말투가 이렇다 보니, 보통 ‘글쎄요’ 하는 것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자신의 실수를 충청도 말투 탓으로 돌린 것이다. 자신을 믿은 사람들을 배려하지도 않았고 관계를 맺은 사람들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혔을지도 모른다.

 상처 입은 사람들의 마음은 닫힌다. 또한 닫힌 사람들의 마음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고 관계를 생각하지 않은 불통의 城을 허무는 데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들어가야 할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