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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찻집 티켓 강제할당 아니라면…
1일 찻집 티켓 강제할당 아니라면…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5.04.26 2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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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본사 전무이사
 1억 원대 기금마련 관련 ‘1일 찻집’운영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경남교육청이 시ㆍ군교육지원청 등 산하 기관과 직원들에게 한 장당 1만 원인 티켓을 강제 할당한 게 그 단초다.

 ‘1일 찻집’은 경남도교육청 공무원노조 등 4개 단체가 ‘친환경무상급식지키기 경남운동본부’의 기금 마련을 위해 열린 행사다. 문제는 기금(돈)마련에 경남교육청이 직접 나섰다는 것에 있다.

 이를 두고 기부금품 또는 선거법 위반여부 등 논쟁이 점입가경인 가운데 한 보수단체 학부모가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을 선관위에 고발한데서 그 파장은 확산됐다.

 1일 찻집이란 게 따뜻한 성금 성품을 모아 격려하는 뜻의 온정을 전하는 것인데 기금규모도 1억 원대인 데다 경남교육청이 나서 티켓의 절대량을 각급 기관과 직원들에 구매하도록 강제한 것에 있다. 그렇잖아도 우리 사회는 구린내 나는 돈 때문에 국정이 흔들릴 지경인데 경남교육을 책임진 기관이 그 중심이란 것에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심지어 교육청과 연관 있는 금융권까지 티켓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고 행사에 앞서 교육감이 참석을 독려했다는 KBS 보도 등 제반 상황을 감안할 경우, 강제할당이란 지적을 비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경남교육청의 해명도 먹혀들지 않게 된 모양새다.

 문제는 행사 1주일 전인 지난 10일, 도교육청 총무과에서 의령교육청에 18개 시ㆍ군교육지원청 담당과장을 불러모아 ‘1일 찻집 티켓 배부표’를 전달했다는 것 자체가 모든 걸 말해주고 있다. 본청 900매, 창원교육지원청 1천322매, 진주교육지원청 543매 등 총 7천62매로 18개 시군교육지원청별로 각각 할당량이 배정됐다. 배부표에는 교육지원청 및 직속기관 분담 배부 수와 학교당 배부 수(교당 5매) 등 기관별, 직급별, 학교별로 구분, 사실상의 강제할당이며 이는 박 교육감의 지시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게 고발한 단체의 주장이다.

 창원교육지원청의 경우 분담 티켓 수는 217매이며, 산하 학교 수가 221개교로 학교당 5매씩 1천105매로 돼 있다. 게다가 7급 1매, 6급 2매, 5급 3매, 4급 5매 등의 식으로 배분한 것을 미뤄 사실상 할당에 의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특히 행사는 오후 3시부터 시작, 원거리 소재 학교 등 관계자는 참석이 여의치 않았지만 일부 교육장 등은 ‘눈도장’을 찍기 위한 참석 등 구설수도 잦았다. 한 직원은 1만 원짜리 차를 마시러 근무시간에 올 수 있겠느냐며, 출장(출장비 4만 원)이었다면 더 큰 문제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교육청의 한 직원은 “1일 찻집 행사계획은 내부통신망을 통해 전 직원에게 통지됐고 부서별로 할당된 금액을 총무과에 전달하는 등 불우 이웃돕기도 아니고 특정 단체 기금을 마련을 위한 것인데 왜 우리가 티켓을 구매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박 교육감은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지만 KBS는 최근 1일 찻집 행사가 있기 전인 지난 13일 교육청 간부회의에서 박종훈 교육감이 한 말을 영상으로 방송했다. “이번 주에 공무원 노조에서 하는 일일찻집이 있죠, 그 일일찻집에 모두가 같이 관심을 가져 주시고…”라고 말했다. 이 대목이 교육감의 지시, 권유, 요구에 해당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 문제가 되는 부분은 경남교육청 관계자가 언급한 ‘가이드라인’을 정해줬을 뿐이란 해명이다. 가이드라인은 ‘지침’, 또는 ‘방침’을 뜻하는 것으로 티켓 배부표가 답이란 의미다. ‘소가 들어도 웃을 일’을 해명이라니, 경남도민을 제자리로 돌려달라 주문하고 싶다. 특히 교육감이 직접 기부하지 않았다 해도 도교육청 과장이 관련 회의를 열고 행정력을 동원해 표를 할당한 것이라면 교육감의 지시나 권유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에 사안의 중대함이 있다. 만약 고발 건이 별 볼일 없다면 막강한 권한을 가진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자신의 선거와 관련 있는 민간단체를 위해 내부 조직을 동원해 암암리에 지원할 수 있다는 것에 기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관 내부의 조직을 이용, 각종 행사를 통해 지원된 자금을 특정 단체에 전달할 수 있는 통로가 허용된다면 자칫 신종 관권 선거운동으로 번질 수 있기에 문제의 심각함이 있다. 그래서 진실규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징비록’은 서애 유성룡이 임진왜란 후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을 없도록 해야 한다며 아픈 기억을 되새겨 써내려간 기록으로 후세가 교훈으로 삼아야 할 지침서다. 잘못된 관행과 비리를 경계해 이를 막아야 한다는 ‘징비’의 의미처럼 ‘1일 찻집’의 경우도 행사 측의 취지와 달리, 할당 등 나쁜 선례가 간과될 수 있기에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공직선거법에서는 기부할 수 있는 단체를 구호 또는 자선적 단체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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