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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어디에 있는가
마음은 어디에 있는가
  • 조성돈
  • 승인 2015.04.23 2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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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돈 전 언론인
 며칠 전 지인이 두통과 불면으로 보건소에 들렀단다. 이혼을 앞두고 받고 있는 스트레스가 주된 원인이었다. 전문적인 치료를 위해 더 큰 병원에 가 볼 것을 권유해, 그는 마산삼성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의사를 만나기 위해 8월 말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듣고, 그는 힘없이 돌아왔다.

 요즘 들어 신경정신과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는 모양이다. 여기서 필자는 하나의 중요한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 그것은 정신질환의 경우, 정신과 의사들은 환자의 진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증상을 지극히 주관적으로 호소하는데다, 정신질환의 증상들은 수치화가 불가능하다. 물론 영상으로도 증상을 보여주지 못한다. 혈액검사나 MRI촬영에서 불안이나 스트레스의 요소들이 나타날 리가 없다. 결국 정신과의사들은, 환자들처럼 역시 주관적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모종의 정신활동이 불면이나 행동이상으로 나아간다거나, 인지 혹은 기억력의 저하 ㆍ 의기소침 ㆍ 환각 ㆍ 망상 등을 호소해 와도, 배나 머리가 아프다면 모를까, 의사는 그 뜻을 이해할 수가 없다. 환각이나 망상 등을 겪어보지 못한 의사들이 당연히 알 리가 없다. 그럼에도 정신과의사는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 둘러댄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처방전을 건네준다. 물론 그 내용은 뻔하다. 처방전에 적힌 약들은 악명 높은 항우울제나 수면제가 고작일 것이다.

 수많은 질병들이 마음에서 비롯됨이 계속 밝혀지고 있다. 그러나 마음이 무엇인지에 대해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일반적으로 마음이 ‘정신’이라는 말과 비슷한 뜻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마음은 정신에 비해 훨씬 광범한 개념이다. 개인적이고 주관적이며, 관찰 혹은 조절이 복잡하기 그지없다. 그렇다고 마음이 심리학에서 말하는 ‘의식’ 또한 아니다. 마음이나 정신은 사실 너무나 막연한 개념인 것이다.

 마음이 어디에 소재하는지, 어떤 구조를 이루며, 어떤 원칙으로 작동하는 것인지에 대해 밝혀진 것이 없다. 현대의학은 뇌에 마음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측하지만, 거기에 동의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마음이 아프다’는 것은 ‘두통’과는 당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음이 뇌에 담겨있지도 않다. 뇌의 작용이 중지된 경우에도 마음이 작동하는 증거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한편 현대의학은 마음을 호르몬의 작용으로 설명해 보려 하지만 어림없다. 사랑을 느꼈을 때, 엔도르핀ㆍ 옥시토신ㆍ 페닐 에틸아민 등 여러 호르몬들이 분비되는 것이 관찰되지만, 반대로 그러한 호르몬들을 투여할 경우, 사랑하는 마음 혹은 설레는 감정은 생겨나지 않는다. 아마 심장박동은 조금 증가할 것이다.

 이처럼 정신현상이나 마음을 다루는 학문은 지극히 초보적인 단계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정신과 뇌가 동등하며 정신상태와 뇌의 물리적 상태가 대응한다는 의학자들의 소위 ‘정신물리적 병행론’은 단순 기계론적인 사고에서 비롯된 황당한 이론에 불과하다. 신경 ㆍ 정신 ㆍ 의식 ㆍ 마음 ㆍ 영혼 등이 서로 관련이 있어 보이지만, 거기에 의사들이 개입할 여지는 별로 없다. 그러므로 마음에서 생긴 병을 정신과에서 다루고 있음은 난센스다.

 옛사람들은 심장이나 폐가 마음을 관장한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마음이 구조적으로 어떤 특정한 기관만의 단독작용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인체의 모든 기관 혹은 모든 세포 상호 간에 형성되는, 기능(구조가 아닌)이거나 현상 혹은 관계로 이해된다. 뇌 혹은 기관이 하드웨어적이라면 마음은 소프트웨어일 것으로 추측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의료현장에서 마음은 치료 외적 요소에 불과하다. 불안ㆍ 슬픔ㆍ 고통을 중추신경계, 혹은 화학물질의 분비로 설명하려는 노력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을 항우울제로 치료하려는 노력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 우울 증세를 보이는 수많은 질병들을 정신과 의사가 해결하려는 노력은 장차도 실패를 계속할 것이다.

 최근 이런 문제에 새롭게 접근하기위해 다양한 방법들이 시도되고 있다. 미술과 음악, 문학등 인문학적 요소들을 이용해 사람의 심리를 치료하거나 동물들을 이용해 교감을 적극 활용하는 방법 등이 활용되고 있다. 이런 방법들은 항우울제와 수면제에서 벗어나 조금더 사람의 본질과 심적인 부분에 집중한 것으로 방법의 전환이란 것에서 큰 의미를 둔다.

 이외에도 여러 방안들이 있겠으나 필자는 우울증 환자들에게 음악을 권하고 싶다. 음악, 심지어는 단순한 북소리에도 생명력이 있고 치유력도 있다. 베토벤의 고상한 음악도 좋고 남행열차도 좋다. 마음 맞는 친구와 함께 18번 한곡 소리껏 부르는 것이, 정신과 의사를 찾는 것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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