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10:57 (수)
“김해 살면 김해 사람이지”
“김해 살면 김해 사람이지”
  • 박춘국
  • 승인 2015.04.23 21: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박춘국 논설위원
 필자는 4년 전 이맘때 본란을 통해 김태호 국회의원의 보궐선거를 도왔던 일부 정치인이 100여 년 전 침략자들을 도왔던 친일파와 닮아있다고 비판한 적이 있다.

 거창 출신으로 거창군수와 경남도지사를 지낸 김 의원이 뜬금없이 김해에서 빈자리를 메우는 국회의원 보선에 출마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 아니라 그의 출마가 거론될 당시 한나라당 공천 신청자들이 공동기자회견과 논평 등을 통해 ‘낙하산공천 반대, 지역자존심 사수, 집단탈당 결행’을 외쳤지만 정작 공천자 결정이 난 그 순간 한 사람만 빼놓고 줄줄이 김태호 지지를 선언했다. 탈당한 사람은 아무도 없는 이율배반(二律背反)을 지적한 것이었다.

 이제 또 돌아오는 정치의 계절이라 삼삼오오 모인 대폿집에는 철새와 낙하산 이야기들이 오간다. 내년 총선 출마 의지를 밝힌 한 정치인은 “김해에서 시ㆍ도의원도 하지 않은 사람이 국회의원에 출마하려 해서 내가 나간다”는 말을 한다. 도의원을 지낸 이 정치인은 처음 출마할 당시 주소지와 직장이 창원이었고 김해와의 연고는 전혀 없었다. 하지만 지역구민들은 그가 일을 더 잘할 수 있는 인물이라 여겨 도의회로 보내줬고 두 번째 도전에서는 더 낳은 인물이라 판단해 다른 후보를 뽑아줬다. 그런 그가 상대의 정치 이력을 비난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100년 이전에 말 타고 그은 행정구역이 우리를 분할 짓기에는 교통과 첨단기술이 많이 발전했다. 반나절이면 어디든지 갈 수 있는 좁은 대한민국에서 출신지를 따지는 일이 더 이상 의미 없어 보이지만 정치의 계절에만 유독 불거지는 출신지. 고향 이야기는 무슨 영문일까.

 2004년 12월 42만 7천432명이던 김해시 주민등록인구는 2015년 3월 말 52만 7천098명으로 10만 명가량이 늘었다. 10년 사이에 김해시 안에 밀양시만 한 도시가 하나 생겨난 셈이다.

 이처럼 대한민국 곳곳 세계 각지에서 살기 좋은 도시 김해로 이사를 오고 있다. 이에 따라 시ㆍ도의원, 시장ㆍ국회의원 등 정치인들과 정치지망생들도 출신지가 다양하다.

 필자의 지인 중 “김해 살면 김해 사람이지 김해서 태어나야 김해 사람이가”라는 말을 자주 하는 이가 있다.

 정작 김해 출신 인사들보다 타지에서 김해로 살러온 이가 텃세를 더 부린다는 것을 비난하는 뜻이리라. 몇 년 먼저 김해로 이사 온 것이 큰 벼슬인양 처지가 같은 이를 핍박하는 우둔한 자 가운데 정치인들이 더 많은 이유는 표를 좀 더 얻어볼까 하는 속셈으로 풀이된다.

 50만을 넘어 100만을 향해 달리는 김해시에서 출신지역과 정치의 역학관계는 미묘하게 나타난다. 정작 출신지를 따져서 뭐하냐는 이들도 향우회를 중심으로 지지 후보를 위해 뭉치기도 하고 이런 가짜 애향심을 이용해 재미를 보는 정치인들도 있다. 표를 조금 더 얻기 위한 이런 패 나누기가 갈등을 만들고 나아가 지역발전의 걸림돌이 돼 돌아온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돌아오는 선거에서는 이 같은 이율배반적 움직임이 사라지길 기대해 본다. 이와 함께 인구 급증 도시 김해시를 화합으로 이끌 몫은 정치지도자들에게 더 많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새겨달라고 주문한다. 표를 찍는 이들은 표를 받는 이의 출신지를 따지기보다 인물 됨됨이를 살피고 일할 수 있는 능력과 각오가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