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8:42 (금)
“내 탓 네 덕분”
“내 탓 네 덕분”
  • 김은아
  • 승인 2015.04.20 2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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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아 김해여성복지회관 관장
 지난 금요일 새벽 진영 폐드럼통 재활용 공장에서 불이 났다. 3월 중순에는 주촌면의 한 세제 공장에서 불이 났다. 신문에는 불이 난 공장과 피해액, 그리고 소방차 22대와 포클레인, 소방대원 250여 명이 투입됐다는 간략한 내용만 담겨있다. 김해시민은 알고 있을까? 그 불을 진압하기 위해 소방서장이 앞에서 진두지휘했으며 모든 소방대원들이 화재진압을 위해 출동한 것이라는 걸… 그리고 그들은 화재를 진압하고도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 듣지 못하고 돌아왔다는 것을….

 지난 연말에 소방대원 몇 분과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다. 내가 몇 숟가락을 뜨기 전에 그들은 식사를 마쳤다. 습관이라고 했다. 그렇게 빨리 먹어야 몇 숟갈이라도 먹을 수 있다고도 했다. 언제나 출동 준비 상태를 취하는 그들에게 느긋한 식사시간은 호사라고도 했다. 밥숟가락을 들고 있다가도 출동사이렌에 보호구 들고 뛰어가야 하는 그들에게 정해진 식사시간은 없다.

 김해의 인구가 53만여 명에 달하는데도 소방기관은 김해소방서 한 곳에 불과한 데다 인원도 257명에 그친다. 소방대원 1명이 시민 2천명을 넘게 담당하고 있다고들 하는데 사실일까? 그렇지 않다. 그들은 한 번에 70여 명씩 3교대로 24시간 근무하고 있다. 즉 소방대원 1명이 6천명이 넘는 김해시민의 안전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소방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그들은 언제나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이 사실을 아는 김해시민이 과연 몇 사람이나 될까?

 그나마 반가운 소식은 지난해 경남도소방본부에서 김해서부소방서를 신설키로 하고 안전행정부와 소방인력 확충 방안 협의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김해 서부지역에 소방서를 신설하겠다는 약속을 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부지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 그것이 실현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중소기업이 많은 김해의 특성상 화재가 나면 큰 불인 경우가 많다. 그럴 때는 퇴근했던 소방대원들까지 전부 비상 동원돼 화재진압에 나서야 한다. 그사이 다른 지역은 무방비 상태가 된다. 한 소방대원이 이런 말을 했다. 소방대원이 하는 일이 화재진압만이면 그나마도 괜찮다. 응급환자 수송도 괜찮다. 하지만 열쇠 잃어버렸다고 현관문 열어 달라고 하는 전화는 긴급화재가 있을 때에는 정말 난감하다고 했다.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김해소방서 입구를 들어서면 “내 탓 네 덕분”이라는 글이 써 있다. 이 글을 과연 누가 말해야 할까. 소방대원들은 화재진압을 하고 나면 당사자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보다는 좀 더 일찍 오지 않았느냐는 책망을 듣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소방대원은 자신들의 생명을 내어놓고 시민의 재산을 조금이라도 지키기 위해 악전고투를 하며 불과 싸움을 한다. 화재현장을 다녀오면 모든 대원들은 초죽음이 된다. 여름에는 방화복을 벗으면 땀이 물처럼 흘러내린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재현장에서 돌아오면 언제나 조금만 더 많은 인력이 있었으면, 조금 더 나은 장비가 있었으면 화재로부터 시민의 안전과 재산을 더 많이 지킬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가진다고 한다. 화재로 인해 많은 것을 잃은 분들의 아픔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를 위해 애써 준 그들에게 ‘고생했다. 수고했다’ 한마디쯤 해 주는 것이 예의가 아닐까 한다.

 매년 화재현장과 재난현장에서 소방대원의 안타까운 사망과 부상 소식을 접하게 된다. 하지만 이 또한 소방가족과 몇몇 분들만 알고 있는 아픔인 경우가 많다. 이제 우리가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 함께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 탓 네 덕분”이 소방서 입구가 아닌 우리 마음의 입구에 걸어놓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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