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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직업, 사랑하는 일
좋아하는 직업, 사랑하는 일
  • 정창훈
  • 승인 2015.04.19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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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훈 시인ㆍ칼럼니스트
 내가 좋아하는 직업과 사랑하는 일은 아마 다른 사람들도 모두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쩔 수 없이 좋아하지는 않지만 사랑하지는 않지만 선택해야 하는 것이 세상일이다. 세상은 내가 원하는 직업과 사랑하는 일들을 너그럽게 뭐든지 줄 만큼 한가한 곳이 아닌 것 같다.

 우리나라 교사의 직업 만족도가 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권인 걸로 조사됐다. 10명 가운데 4명은 교사가 된 걸 후회한다고 말해 사회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교수학습 국제조사 기구가 OECD 34개 나라, 중학교 교사 10만 5천여 명의 직업 만족도를 조사한 가운데, 다시 직업을 선택한다면 교사가 되는 것을 선택하겠냐고 질문했다. 우리나라 교사 응답자의 36.6%, 10명 중 4명 가까이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으며 이는 OECD 34개 국가의 평균은 14%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스웨덴과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교사들의 직업 만족도가 낮은 셈이다.

 특히 1년 차 교사의 18%가, 2년 차 교사의 41%가 다시 교사가 되고 싶지 않다고 응답해 경력이 짧아도 교직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했다.

 수많은 청년 취업준비생이나 교육대학교, 사범대 재학생, 시간 선택제, 기간제 교사들에게는 행복한 투정이겠지만 교사들의 불만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OECD 최고수준의 급여에 하계, 동계, 봄방학이라는 장기 유급휴가까지 보장된 대한민국 교사들의 직업 만족도가 왜 이 지경인지 의문이 생긴다. 교사가 되기 전의 기대감과 교사로서 보람과 만족도에는 심각한 괴리가 있음어 충격이다.

 니체는 직업은 생활의 척추라고 했다. 직업 중 교직은 국가의 백년대계인 차세대를 양성하는 척추다. 그런데 척추가 흔들린다. 교사가 교직을 후회하는 나라, 불행한 나라다. 2011년 7월 드림클래스 기획단이 미국의 대표적인 공교육 지원 프로그램인 ‘TFA(Teach For America : 아이비리그 졸업생들이 만든 교사봉사단)’와 ‘BELL(Building Educated Leaders for Life : 하버드대 법대의 유색인종 학생들이 도심 빈민지역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프로그램)’ 현장을 직접 방문했다. 미국은 교사에 대한 처우가 상대적으로 낮아 특히 저소득층 밀집지역 학교는 교사가 많이 부족하다. 이런 지역에 기본적으로 2년간 교사로 근무하게 하는 제도가 TFA이다. TFA에 아이비리그 등 명문대 졸업생이 특히 많이 지원해 화제가 됐다. 2년의 의무 근무 후에도 계속 교탁에 서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들이 박봉과 격무에도 불구하고 TFA를 선택한 이유는 ‘미국을 가르친다’는 보람이 아니었을까 싶다.

 시진핑 총서기는 베이징사범대학 교직자 대표 및 학생 대표와의 간담회에서 인생에서 좋은 교사를 만나는 일은 행운이고 늘 좋은 교사들이 배출되는 것은 한 민족의 희망이라며 좋은 교사란 이상적 신념과 도덕적 정서 그리고 탄탄한 지식과 인애의 마음을 겸비해야 하는 동시에 자기의 열정을 모든 학생들에게 쏟아 부으며 학생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또 신뢰로 학생들의 자존감을 높이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들을 돌보고 지식을 가르치고 기술을 익히게 하고 심신을 건강하게 하고 사회생활을 원만하게 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교사의 역할은 단연 돋보일 것이다. 가르친다는 것, 사람을 지도 한다는 것. 그것은 지식도 중요하지만 먼저 사람을 다루는 기술과 지혜 그리고 학생을 사랑하는 덕이 앞서야 한다. 학생들이 교육을 통해 자신의 일생을 보람 있게 살고자 하는 결심을 하게 된다면 인격의 성장, 타인에 대한 배려, 성취의 기쁨 등이 따라올 것이다.

 생명의 환희를 깨닫고, 공감의식과, 올곧은 역사의 주체로 살아가도록 가르치는 교육은 밝고 건강한 내일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다. 교사는 흙처럼 품어야 하고 태양처럼 뜨거워야 하며 단비처럼 풀어야 하며, 바람처럼 자유로워야 한다.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내가 좋아하기도 하지만 내가 잘 하는 직업이라면 최고일 것이다. 가장 좋아하는 직업과 사랑하는 일이 학생들에게는 ‘공신’이다. 여기서 공신은 공부를 신나게 하는 것이다. 교사들에게는 가르치는 것을 신나게 하는 ‘가신’이다. 학부모에게는 일을 신나게 하는 ‘일신’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바라는 좋아하는 직업이고 사랑하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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