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복도를 지나다가 보면 여학생들이 선생님의 눈을 피해 책상 밑에 거울을 숨겨놓고 들여다보거나 아예 책상 위에 교과서 크기의 사각거울을 올려놓고 나르시시즘에 빠진 아이들을 종종 본다. 청소년기에 외모에 신경을 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어서 필자도 그 나이에 여드름 때문에 고민도 하고 똑같은 단발인데도 멋 내느라 시간깨나 쏟았다. 하지만 인간의 매력이 어떻게 타인을 설득하는가를 일찍 깨달았더라면 조금 더 풍요롭고 여유로운 청소년기를 보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클레오파트라의 진정한 매력은 외모가 아니라 그녀의 뛰어난 화술이었다고 한다. 대화를 하면 그녀의 매력에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였다는데, 그런 대화술은 엄청난 독서력 덕분이었다. 무려 70만 권 가량의 두루마리 책을 보유하고 있었던 당시 세계 최고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유럽 전체가 보유하고 있던 전체 도서량의 무려 10배)이 그녀의 놀이터였던 것이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는 물론, 유클리드, 아르키메데스, 에라토스테네스의 저서까지 섭렵해, 철학과 과학은 물론 문학, 예술에 이르기까지 당대의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지식을 갖췄던 것이다. 그녀는 여러나라 말을 능란하게 구사할 수 있었고 세련된 매너와 화술로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설득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당시 세력 확장을 위해 이집트를 여러 차례 정복하려 했던 로마의 영향권 아래서도 카이사르나 안토니우스 같은 로마의 영웅을 설득하고 조정해 자국의 안위를 지킨 이집트의 제왕이었던 것이다.
외모에 대한 지나친 집착으로 공부에 집중을 하지 못하거나 충분히 아름다운데도 스스로 외모 콤플렉스에 빠지는 아이가 있다면 제대로 독서하는 방법을 가르쳐 클레오파트라와 같은 매력을 일깨워주었으면 한다. 본교는 그런 취지로 학생들에게 매일 아침 20분의 독서시간을 운영하고 있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앞으로 긴 삶을 살아가는데 값진 자양분을 공급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그 독서시간에 얻는 지식도 지식이지만 무엇보다 규칙적으로 독서하는 습관을 지니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독서능력은 사람을 매력적으로 만들 뿐만 아니라 청소년에게는 곧 학습능력으로 이어진다. 어휘력을 풍부하게 하고 상상력과 비판력, 추리력과 판단력, 그리고 창의력을 포함한 종합적인 사고력을 높이면서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아는 아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서습관을 들이지 않은 아이들은 기억력에 의지해 공부하기 때문에 선생님에게 배운 내용 외에는 알지 못한다.
본교에서는 매년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독서모임 ‘마루맘’을 운영하고 있다. 아이들의 독서력을 높여주기 위해서는 책 읽는 부모가 우선돼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동아리 모임 첫날,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가입 동기를 나누게 됐다. 아이와 소통력을 높이고 싶어서, 감성이 풍부한 자녀로 키우고 싶어서, 스마트폰과 컴퓨터에서 놓여나지 못하는 아들에게 새로운 생활습관을 만들어주고 싶어서, 외모에 지나치게 관심을 보이는 사춘기 딸에게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라고 했다. 앞으로 우리 아이들은 독서하는 부모의 뒷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도 점점 부모를 닮아가게 될 것이다. 게다가 클레오파트라의 매력은 젊고 건강한 청소년뿐만 아니라 부모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도리어 더 강력하게 뿜어낼 아름다움과 매력의 비법이 여기에 있는 듯하다. 아무래도 이 글을 끝내면, 봄에 읽을 책들을 사러 서점에 나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