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18:10 (목)
안전 시작은 위험을 보는 눈
안전 시작은 위험을 보는 눈
  • 김증호
  • 승인 2015.04.14 2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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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증호 안전보건공단 경남동부지사장
위기는 검은 보자기에 쌓인 선물
화학공장 노후화로 사고 위험 多
안전실천 습관화 산업 현장 소통

 흔히, 위기를 검은 보자기에 쌓인 선물이라고 한다. 막상 받고 보면 겁나고 두렵지만, 펼쳐서 극복하면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우리가 항상 마주하고 있는 일터에서의 위험도 마찬가지다. 평소 위험을 인지하고, 잘 관리하고 있다면, 위급한 상황이나 긴박한 위기에 처했을 때 기지(Wit)나 대처능력(Ability to react), 행동(Behavior)으로 표출될 수 있다.

 몇 해 전부터 화학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와 불안의 목소리가 높은 실정이다.

 화학사고는 사업장과 근로자 뿐 아니라 지역주민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사회적 관심이 매우 크다.

 우리나라 화학공장은 대부분이 대형화, 복잡화, 노후화의 특징이 있다. 공장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도 4만 천 여종 이상이고, 연간 400여종 이상이 신규화학물질로 취급되고 있다. 화학공장의 특성과 화학물질, 취급업체의 증가에 따라 그만큼 사고의 위험도 커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울산지역은 6~70년대에 석유화학단지에 공장이 설립됐다. 우리나라의 성장동력으로 경제발전의 순기능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오랜 기간 24시간 가동으로 설비나 시설이 점점 노후화되고, 작업공정이 대형화, 복잡화되며 유지ㆍ보수 과정에서 화재ㆍ폭발ㆍ질식ㆍ중독ㆍ누출 등으로 중대화학사고가 이따금씩 발생하고 있다.

 최근 화학사고는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선, 사고 발생이 화학공장의 정상 가동운영이 아닌 유지ㆍ보수 과정에서 주로 발생한다는 점이다. 둘째는 표준안전작업절차를 준수하지 않거나 개인 보호구를 미 착용하는 등 현장에서의 안전조치 소홀 때문이다. 셋째 설비 관리와 정비보수 작업을 담당하는 도급업체에서 다발한다는 특징이 있다. 실제로 공장 자체 정비보수 조직의 아웃소싱으로 인해 현장 전문 인력 부족현상이 발생하고 생산성과 효율성을 우선한 연차적 보수공사를 추진해 동시에 현장 투입되는 인력이 많고 야간에 돌관작업이 증가하면서 위험성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 넷째는 전문 기술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숙련된 현장 경험 기술자인 베이비 부머 세대(55년생~63년생. 약 715만 명)가 상당수 퇴직하면서 긴박한 상황에 대응과 조치를 할 수 있는 현장 경험이 많고 숙련된 전문가가 부족하다. 마지막으로는 안전관리 조직의 축소 등 안전경영시스템의 운영 미흡과 안전투자 소홀 등 기업경영 및 경영환경의 변화가 사고 발생 요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화학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화학공장 설립과 지역개발 등에 있어 안전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둘째, 사업장의 유해위험 정보에 대해 주민과 근로자에게 공유해야 한다. 셋째, 안전작업 절차와 안전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넷째, 발주자 하청업체의 안전보건관리지원을 강화하고, 현장의 유해위험정보 공유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현장에 안전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노ㆍ사ㆍ정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위험을 보는 것이 안전의 시작이며 사고예방을 위한 해답은 현장에 있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업주와 근로자가 우리 현장의 문제와 해결책을 가장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안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요즘, 산업현장의 소통을 바탕으로 안전문화가 확산돼야 한다. 근로자가 안전해야 국민이 안전할 수 있다.

 다가오는 4월 16일은 세월호 1주기다. 안타깝게도 세월호 사고의 상처는 아직도 치유되지 않고 있다. 우리가 다시는 세월호 사고의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와 일터에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안전실천을 습관화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세월호 사고로 고통받는 유가족에게 심심한 위로를 드리며, 일터와 우리 사회가 보다 건강하고, 안전한 사회로 거듭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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