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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잔인한 달
4월은 잔인한 달
  • 박태홍
  • 승인 2015.04.13 2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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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태홍 본사 회장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흔히들 말한다. 이는 미국의 시인 토머스 스턴스 엘리엇(1888~1965)이 발표한 ‘황무지’란 시가 발표되면서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기억과 욕망을 뒤섞고 봄비로 잠든 뿌리를 뒤흔든다. 겨울은 따뜻했다. 대지를 망각의 눈으로 덮어주고 가냘픈 목숨을 마른 구근으로 먹여 살려줬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로 시작되는 이 시의 시평을 “4월은 진정한 봄의 시작이다. 그러므로 모든 것이 희망을 품고 살아간다. 그런데도 세상은 녹녹지 않아 그 희망을 유지하기가 힘든 것이다. 그래서 겨울처럼 힘들고 절망스러움을 황무지란 시제를 붙여 창작한 것 아닌가”라고 평론가들은 말한다. 황무지란 손을 대지 않고 버려둬 거칠어진 땅을 말하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세상 사람들은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이 시의 구절을 인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로 엘리엇은 194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게다가 한국의 현대사에서도 4월에 가장 많은 정치적 변수와 혁명ㆍ변고ㆍ사망ㆍ정치인들의 구속ㆍ경제적 침체 현상들이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황무지의 첫 구절 4월은 가장 잔인한 달로 인용되고 있는 것 같다.

 국내에서는 1948년 제주도의 4ㆍ3항쟁, 1960년 4ㆍ19의거, 1970년 서울 마포 와우아파트 붕괴 사건, 1979년 강원도 정선 함백탄광 폭발 사건, 2014년 윤 일병 사망하고 2014년 세월호 침몰사고 등이 있으며 국외에서는 1912년 타이타닉호 침몰사고, 1920년 블라디보스토크의 한인 학살사건, 1986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에 의한 방사선 누출 사고 등이 모두 4월에 일어난 사건ㆍ사고들이다. 이 중에서도 지난해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사고는 아직도 우리들의 뇌리에 남아있다.

 오는 16일이면 1주기를 맞는다. 이날을 잊지 않기 위한 각종 추모 행사를 비롯 치유와 회복을 위한 강좌도 치러진다. 그러나 침몰된 세월호 선체는 아직도 바닷속에 그대로 있다. 이를 인양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그 흉측한 모습 그대로를 전시, 먼 훗날까지 안전의식을 고취시켜야 한다는 여론이다. 이처럼 세월호 1주기를 며칠 앞두고 국내 정세는 추모 기운이 감돌고 있는 지난 9일 성완종 경남기업 전 회장이 하오 3시 30분께 북한산 형제봉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 또 한 번 4월을 잔인한 달로 만들어 버렸다.

 국회의원을 역임한 고 성완종 전 회장은 충청도를 대표하는 자수성가 정치인이며 기업가다. 성 회장은 성공불 융자 및 자원개발 비리와 관련, 이날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두해야 함에도 이를 거부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때문에 도하신문은 물론 지상파를 비롯한 종편 등 각종 언론매체에서 실시간 생중계 됐다. 특히 육성과 메모 쪽지로 남겨진 정치권에 돈을 줬다는 소식이 보도되면서 온 나라가 벌집 쑤셔 놓은 듯 난리법석이다. 비리혐의를 받아 검찰 수사를 받아오던 한 개인이 죽으면서 남긴 알 수 없는 육성 녹음과 메모 쪽지 때문에…. 정부와 국회는 해외자원개발사업에 따른 전반적인 비리를 감사 또는 수사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는 시점이다.

 지난 7일 국회에서는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활동기한을 25일간 한 차례 연장하는 것을 여ㆍ야 합의를 통해 이뤄내기도 했다. 그리고 감사원에서도 해외자원개발사업에 대한 전면 감사에 들어가 김영호 사무총장을 비롯한 29명 5개 팀으로 실사단을 구성, 호주ㆍ캐나다ㆍ칠레ㆍ카자흐스탄 등 8개국 7개 사업 현장을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감사원은 산업부와 한국석유공사 등을 대상으로 성공불 융자금의 지원, 회수 실패에 대한 감사에도 착수할 예정이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 전 회장의 경남기업이 성공불 융자금 330억 원을 받아 100억 원대를 전용한 정황이 포착돼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 같은 국내 정세를 보면서 정말 4월이 잔인한 달로 여겨지지만 또 한 가지 아이러니는 자원 개발 비리를 수사하고 감사해야 하는 김진태 검찰총장(진주고 40회)과 김영호 감사원 사무총장(진주고 50회)이 모두 진주 출신이라는 사실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3월 31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부정부패 척결을 주문한 바 있다. 새롭고 청렴한 공직, 정치, 기업문화가 정착돼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이 잘살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당부하기도 했다. 성 전 회장의 정치권 리스트가 공개되고 난 후에도 성역 없는 수사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두 총장은 대통령의 주문대로 국익을 위한 나라가 바로 설 수 있는 안정 사회 구축에 혼신의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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