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17:18 (토)
도의회 역할이 기대되는 이유
도의회 역할이 기대되는 이유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5.04.12 1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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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본사 전무이사
 홍준표 경남지사와 박종훈 교육감의 가치와 기준에 따라 급식의 잣대가 다를 수 있지만 경남발(發) 무상급식 논쟁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사태해결을 위한 금쪽같은 시간은 논쟁 속에 파묻혔지만 늦게나마 경남도의회가 중재안 마련에 나서기로 해 그나마 다행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복지제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을 각인시켰지만 골든타임(golden time)을 놓쳐 학교에 솥단지가 걸리고 도시락 지참운동이 일고 학생들이 피켓을 들고 거리에 나서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또 복지재원 주체가 국가인데 반해 무상급식만 지방자치단체여서 타 지역으로 확산되는 등에도 감정선에 의한 역풍을 우려, 정치권은 적극 나서려 하지 않았다.

 특히 경남도의회가 찍은 방점(傍點)이 무상급식 논쟁에 불을 지폈다. 물론 지난 4년간 급식비 3천40억 원의 지원에도 교육청이 감사를 거부한 게 발단이었지만 경남도의회가 예산(세입)도 없는데 지출을 승인한 게 문제였다. 지난해 12월 8일 경남도가 지원을 중단한 257억 원과 시ㆍ군 지원금 386억 원의 세입이 없는 것도 1천125억 원의 급식예산을 승인한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도의회는 예산에 관해 절대적이지만 무상급식 논쟁의 원인을 제공하고도 뒷짐 진 탓에 무상급식 사태는 갈지자였다. 특히 자체재원을 마련토록 하며 도교육청이 무상급식비를 재론할 경우, 책임을 묻겠다 호통친 경남도의회의 권능(權能)은 허언과 다를 바 없었다.

 솔로몬의 지혜도 아닌 것이 화를 자초한 결과였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도의회가 임시회 중 중재안을 마련한다는 점이다. 그 결과가 현안해결의 기폭제가 되길 기대한다.

 문제는 돈(예산)이었다. 지난해 말 기준, 국가채무는 530조 5천억 원으로 전년보다 40조 7천억 원 증가했다. 1인당 국가채무는 105만 원이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 43조 적자를 낸 이후 가장 크다. 문제는 지난 2005년 이후 2007년 한 해를 빼고 매년 적자 폭이 확대됐다는 점이다. 경남 상황도 마찬가지다. 경남도의 경우 2015년 재정자립도가 34.2%로 전국 17개 시ㆍ도 중 10번째를 기록하고 있다. 도내 18개 시군의 경우 재정자립도는 더 열악하다. 창원ㆍ김해ㆍ거제ㆍ양산시를 제외하면 전부가 20% 미만의 재정자립도를 기록하고 군의 경우는 한 자릿수에 그쳐 자체 수익으로는 공무원 월급도 줄 수 없는 구조여서 복지지출 확대로 적자 폭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매년 수천억 원씩 지방채를 발행해 온 경남도가 올해는 12년 만에 빚 없는 예산을 편성, 미래세대에 빚을 갚아야 하는 부담을 없앴다.

 괄목할 만 일이나 아직도 남은 빚이 많아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하는 처지다. 하지만 전면 무상급식을 주장하는 쪽은 경남의 무상급식비 예산이 전체 예산의 0.3%밖에 안 된다는 것이지만 전체 예산 중 복지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34%나 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무상급식이 절대 선(善)이 될 수 없는 이유란 게 도의 입장이다. 한정된 재원 하에선 무한정 복지를 늘릴 수 없으며 하나의 정책을 늘리면 하나를 줄여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선별적 복지는 소득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방식을 기본적으로 채택한 복지정책이지만 급식은 소득에 관계없이 일괄추진한 것이 사회적 합의나 정부의 로드맵에 의한 것이 아니라 선거 때 정치인의 ‘입’에 의해 결정된 게 화근이었다. 현행 선거법에는 지역구민에게 금품을 제공할 경우, 처벌을 받거나 당선 무효가 된다. 그런데 기초노령연금, 보육비, 급식비 등을 가득 준다고 외쳐도 처벌 받지 않는다.

 이를 뒤집으면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한 매표행위는 불법인데 반해 나랏돈(예산)의 융단폭격은 불법이 아니라는 점이다. 선거에서 선심성 공약은 ‘정치적 뇌물’이나 다를 바 없지만 규제대상이 아니란 것이다. 책임도 못 질 무리한 공약 남발은 국가나 지방정부의 재정 파탄을 초래할 수 있지만 남용되는 이유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무상복지는 달콤하지만 미래 세대에게는 큰 희생이 따른다. 무상복지가 현재를 위해 미래를 저당 잡힌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인을 제공한 정치권이 나서라는 게 경남도민들의 요구지만 새누리당 경남출신 의원들의 간담회도 기대난이었다. 특히 대책을 마련해야 할 국회의원이 지방 사무를 이유로 선 듯 나서려 하지 않으려는 게 읽혀 도민의 슬픔을 가중시킨다.

 경남도의회가 오는 21일까지 중재안을 마련, 꼬인 매듭을 풀기로 했지만 결과는 두고 볼 일이다. 경남도의회는 미래를 위한 담보를 전제로 한 중재안을 마련해야 하고 경남도와 교육청은 이를 적극 수용하는 자세여야 한다. 어설픔으로 사태를 악화시켰지만 경남도의회가 도민의 뜻에 부응할 수 있는 기회란 점에서 기대를 건다. 그 이유는 도의회가 매듭을 자초했지만 단박에 무상급식 사태를 풀라는 것이 경남도민의 주문이기 때문이다. 정부도 무상급식재원 부담의 주체가 현행처럼 지방자치단체나 교육청이 아닌, 국가가 돼야 한다는 점에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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