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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髮歌(백발가)
白髮歌(백발가)
  • 송종복
  • 승인 2015.04.01 2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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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종복 문학박사(사학전공)ㆍ(사)경남향토사연구회 회장
 조선 시대 가사집인 ‘경세설(警世說)’을 ‘초당문답가(草堂問答歌)’라고도 한다. 이 경세설에는 오륜ㆍ백발ㆍ사군(事君)ㆍ부부ㆍ가족ㆍ장유ㆍ붕우ㆍ개몽ㆍ우부(愚夫)ㆍ용부(庸婦)ㆍ경신(敬愼)ㆍ치산(治産)ㆍ낙지(樂只) 등 13편의 가사로 이뤄져 있다. 그중에 ‘백발가’는 인생의 허무함을 개탄한 것이다. 젊은 시절을 값있고 보람 있게 보내라는 교훈적 주제를 드러낸 교육적 성격의 가사이다. 즉 어떤 걸인 행색의 노인을 만나 그로부터 젊은 시절의 행적과 백발의 한스러움을 자탄하는 이야기를 듣는 문답식으로 이뤄진 내용이 대부분이다.

 백발가 중의 한 구절을 보면 ‘어찌하여 슬프는고 이 세월이 견고한 줄 태산같이 바랐더니, 백년광음 못 다가서 백발 되니 슬프도다. 어와 청춘소년들아 백발보고 웃지 마소, 듯 없이 가는 세월 낸들 아니 늙을 소냐’ 이를 보면 이제는 볼품없이 늙어버린 자신의 현재 모습을 한탄한다. 그리고 세월을 돌이킬 수 없으니, 늙어 후회하지 말고 젊은 날을 값있게 보내야 한다는 것으로 돼 있다.

 또한 함안지방의 구전민요를 열거하면 ‘슬프고 슬프도다. 가는 세상 슬프도다. 백 년이 다 못 가서 백발 됨이 슬프도다. 장대에 소부들아 백발보고 웃지 마소, 귀밑에 오는 백발 털끝마다 점고하네’ (중략) ‘만고미인 양귀비를 앞세우면 아니 올까, 오는 백발 어이 하리 웃어 봐도 소용없고 울어 봐도 쓸데없다’ 이는 노인이 그런 꼴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내용이다. 이는 젊은 시절 가무와 잡기 그리고 주색과 오락에 빠져 허랑방탕하게 보내고 말았다는 것을 탄식한다.

 ‘백발가’는 주로 조선 시대 불교가요의 한 곡명으로 대중에게 친밀감을 주는 불가(佛歌)로 많이 불렸다. ‘꽃같이 곱던 얼굴 금 버섯이 절로 나고, 백옥같이 희던 살이 황금같이 되었으며 삼단같이 검던 머리 다박솔이 되었으며 명월같이 밝던 눈이 반판수가 되었으며 청산유수 같던 말이 반벙어리 되었으며’ 하는 내용으로 보아 젊을 적 즐기던 일, 모두 다 허사이며 후회막급으로 뉘우친다. 이는 젊은 시절을 헛되이 보내지 말라는 교훈적 내용으로 백발이 쉬 오는 것을 한탄하며 세월을 헛되게 보내지 말고 후일을 대비하라는 내용이다.

 앞으로 고령사회에 들어가니 다시 백발가를 익혀보며 엊그제 청춘이 오늘따라 백발이 된다는 것을 생각해 촌음을 아끼고 미래를 설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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