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05:19 (금)
질병의 명칭
질병의 명칭
  • 조성돈
  • 승인 2015.03.30 2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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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돈 전 언론인
 사전에서 감기를 찾아보면 ‘급성 바이러스형 비인두염 또는 급성비염으로 부르며 코ㆍ목구멍 등 상부 호흡계가 바이러스에 감염돼 발병하는 전염성 높은 병을 가리키며 재채기ㆍ두통ㆍ피로ㆍ 콧물ㆍ코막힘 등이 그 증상이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독감은 물론 일반적인 감기를 치료하는 항바이러스제는 없다’고 설명돼 있다.

 그런데 최근 감기약 제조회사들을 알려달라는 필자의 질의에 식약처로부터 “감기약으로 지칭되는 의약품은 ‘의약품 분류 명칭’이 아니기 때문에 감기약 제조사를 알려드릴 수 없음”으로 회신이 왔다. 그렇다면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돼 마트에 진열돼 있는 감기약은 무엇인란 말인가?

 ‘일반의약품’이란 안전성이 뛰어나 의사의 처방전 없이도 약국이 아닌 일반 소매점에서도 팔 수 있도록 허용된 약을 일컫는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감기약 ㆍ 소화제 등이다.

 초등학생들도 알고 있는 감기약을 정부부처 공무원들이 모른다고 탓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사전에 자세하게 설명돼 있음에도, 감기라는 질병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현실과 괴리된 요상한 회신을 비난하고 싶지 않다. 문제는 질병의 명칭에 관한 것이다. 잘못 명명된 질병명이 의학의 발전을 저해하고 잘못된 연구나 치료로 나아가게 되는 의학의 맹점을 지적코자 한다.

 질병의 명칭은 누가 정하는 것일까. 그 질병을 앓았던 유명한 사람이나, 최초로 발견한 학자의 이름을 따서 짓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해부학적 명칭과 생리학적 명칭을 합쳐 만든다.

 질병 명칭이 무엇이든 우리와는 직접 상관없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잘못된 질병명이 환자들은 물론, 의학연구가들로 해금 치료의 방법을 찾는데, 혼란을 줌으로써 잘못된 치료나 연구로 유도되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고혈압’이란 혈액이 혈관 벽에 가하는 힘이 높은 경우를 가리킨다. 그래서 ‘고혈압’은 우선 혈액의 ‘높은 압력’을 문제로 삼는다. 즉 혈액의 압력이 지나쳐 다른 기관이나 조직을 상하게 하기도 하고, 혈관까지 파열함으로써 심각한 2차 증상을 맞을 수 있으므로 ‘혈압’ 낮추는 것을 우선 목표로 설정하는 식이다. 그래서 ‘고혈압’에 대한 치료나 연구의 대부분은 거기에 몰려있다.

 혈압이 왜 높아지는지 밝혀지지 않고 있고 따라서 혈압이 올라가지 않게 하는 약물도 없다. 그래서 제약회사들은 단지 ‘혈압’을 낮추는 약의 개발에 매달리고 환자들은 ‘혈압’을 낮춰주는 약물이나 약초를 찾는다. ‘당뇨병’ 역시 동일하다. 당뇨의 정확한 원인을 모르는 까닭에 오로지 오줌이 달지 않도록 즉 혈당이 높아지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찾는데 진력한다. 당뇨의 원인을, 인슐린 분비량 부족 또는 인슐린의 기능 미흡이 아닐까 추측한다. 나아가 인슐린을 방출하는 기관인 췌장과 랑겔한스섬이라는 조직으로 다시 베타세포라고 부르는 세포단위로 대상을 바꿔간다. 물론 그러한 연구들이 당뇨를 개선시키는 경우도 간혹 있기는 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당뇨환자가 인슐린과 무관함이 밝혀져 있다. 인슐린에 영향을 받는 환자가 5% 이하임이 밝혀진 것이다. 그럼에도 미련을 떨치지 못한 의학자들은, 계속되는 실패에 개의치 않고, 인슐린 주위를 맴돈다. 이러한 잘못된 연구관행은 다분히 기계론적 질병명의 오류에서 비롯되는 경향이 크다. 당뇨를 단지 혈당의 문제로, 고혈압을 단지 혈압의 이상으로 간주하는 한, 의학의 발전은 더딜 수밖에 없다.

 감기는 바이러스나 감염이 아닌 기운이 쇠한 상태다. 몸을 따뜻이 하거나 푹 쉬는 것이 부작용 염려되는 감기약보다 훨씬 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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