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20:45 (금)
초원 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초원 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 정창훈
  • 승인 2015.03.29 2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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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훈 시인/칼럼니스트
 예전에는 농사가 우리 국민의 주된 일이었지만 산업화와 동시에 농사는 중장년층의 몫이 돼버렸다. 하지만 산업화 이후 현대에서는 경기 불황에 따른 도시의 일자리 부족과 실직 불안,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전원생활에 대한 동경 등 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귀농과 귀촌의 붐이 일어나고 있다.

 당신은 지금 행복한가? 각자의 마음속에 있는 행복 중에서 언제 어디에서 살아야 행복하다고 일방적인 잣대를 댈 수는 없지만 나이가 들면서 많은 사람들이 전원생활에 대한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여러 방송에서 농촌관련 프로그램이 나오면 하던 일을 멈추고 고향의 푸근함 속으로 빠져든다. ’6시 내 고향’은 고향을 떠난 도시인들의 각박한 삶에 위안을 주는 동시에 자기 고향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한다. 다양한 문화를 접하게 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적 삶의 중요성도 일깨워주고 있다.

 ‘네트워크 현장! 고향이 보인다’는 고향을 떠난 도시인들에게는 고향의 풋풋함과 각 지역의 미담이나 특산품, 자랑거리를 소개하며 고향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나는 자연인이다’는 돈 한 푼 없어도 가진 것 하나 없어도 여유와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조명한다.

 그런데 도시에 사는 우리 도시인들의 삶은 그리 녹녹 치가 않다. 직장에서의 하루 일과는 동료와 부딪치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 위로부터의 지시와 압박, 자기에게 주어진 일에 대한 완성과 책임 등으로 직장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는 생활할 수 없는 환경이다. 수많은 시간들을 회색빛 건물 속에서 모니터만 바라본 사람들은 막연한 전원생활에 대한 그리움을 갖게 됐다.

 10여 년 전 아내가 진주시 대곡면에 있는 정병규 통나무 학교를 다닌 적이 있다. 언제일지 모르지만 귀촌을 하겠다는 막연한 생각보다는 뭔가 준비를 하겠다는 의지였을 것이다. 그때는 주말에 강좌가 열렸는데 둘째 아들과 소풍을 가는 기분으로 그곳을 따라갔다. 학교 안에 있는 실습장을 기웃거리거나 학교 앞 남강에서 놀기도 하고 주변의 시골 길을 걷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온전한 농부가 되는 귀농은 도시에서의 일을 그만두고 농작물과 가축을 기르는 등 농업 경제활동을 영위하기 위해 농촌으로 돌아가는 것을 말한다. 이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실질적인 도시민 유치사업의 목적이기도 하다.

 반면, 귀촌은 직업을 도시에 둔 사람들이 도시로 출퇴근하거나, 주말마다 농촌으로 내려와 한가롭게 텃밭을 가꾸는 등 농촌에서 경제활동을 하진 않지만 가끔씩 농촌에서 전원생활을 만끽하는 모습을 말한다.

 우리 사회의 귀농 현상은 인구구조의 변화, 웰빙 트렌드, 농업에서 블루오션을 찾고자 하는 젊은이들의 흐름이 합세한 현상이라 한다. 하지만 귀농귀촌은 단순한 이주가 아니라 생활양식, 일, 환경적인 측면 등 모든 면에서 큰 변화를 동반하는 결정이므로 철저한 고민과 준비가 필요하다.

 귀농ㆍ귀촌이라면 누구든지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중압감에서 벗어나서 도시에서 쌓은 지식과 노하우를 농업비즈니스에 접목해 새로운 비즈니스와 문화를 창조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농사를 짓든 전원생활을 하던 스스로 가치 있고 보람 있는 일을 지역사회와 함께 만들어간다면 성공적인 귀농과 귀촌이 될 것이다.

 우선 경제활동을 도시에서 하면서 주말을 이용해 도시활동형 귀촌부터 시작하면서 내가 살고 싶은 지역의 지형지물과 인간관계, 계절과 날씨 변화, 지역 특산물 등을 관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본의 한 호스피스가 임종을 맞는 환자에게 삶을 되돌아보며 가장 후회스러운 일이 무엇이냐 했더니, 첫째가 ‘너무 일만 하면서 살았다’고 두 번째가 ‘남이 원하는 삶을 살았다’는 것이다.

 귀농과 귀촌을 추천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농촌에서 맑은 공기, 깨끗한 물, 산과 들에 넘치는 싱싱한 먹거리로 바쁘게 살아간다면 건강한 삶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에는 시골집 문화가 대중적이다. 아주 부유한 사람들이 아니어도 웬만한 사람들은 근교에 작은 정원이 딸린 집이 한 채씩은 있다. 주로 주말에 휴식을 취하기 위한 용도이고, 바캉스 시즌이면 노인들이 자식들 내외가 여행을 가면서 맡긴 손주들을 돌보는 곳이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손주들의 방학 내내 함께 지내면서 공부도 봐주고 주변 여행도 하며 세대 간의 격차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각박한 현실 환경에 지친 사람들은 도시보다는 시골에서 심적으로 편안함과 자기만의 삶을 찾기 위해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농촌에서 맑은 공기, 깨끗한 물, 산과 들에 넘치는 싱싱한 먹거리로 바쁘게 살아간다면 이 또한 건강한 삶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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