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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와핑
스와핑
  • 조성돈
  • 승인 2015.03.17 1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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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돈 전 언론인
 일본이 필리핀을 침략하지 않겠다는 약속으로 미국은 일본의 한국지배를 묵인했다. 가쓰라-태프트밀약이다. 포츠머츠 회담에서, 미국은 일본의 한국 관리를 인정했다. 1905년 제2차 영일동맹으로 일본은 한국 지배권에 대해 영국의 양해까지도 얻어냈다. 미국과 소련과의 신탁통치가 바로 한반도의 비극적 분단이었음을 모르는 나라는 당시 없었다. 이처럼 약소국이 강대국의 먹잇감이 되는 일은 지금도 바뀐 게 없다. 무력에서 경제로, 다시 문화로, 그 방법만 바뀌었을 뿐이다.

 6.25가 소련의 사주를 받은 북한의 침략 야욕 산물이라지만, 거기에도 강대국 미국의 복잡한 계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1950년 미 정부는, 태평양 방위선을 알래스카-일본-오키나와-필리핀 선으로 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북한으로 해금 남침 성공을 오판하게끔 만들었던 것이다. 근대 한국사에서 미국의 역할은 이처럼 지대했으며, 일부 학자들은 이것을 두고 미국이 한국을 수차례에 걸쳐 배반했다고 적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해방은 연합국의 수장이었던 미국의 득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오바마가 다녀가더니 곧 시진핑도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시진핑 방한 시, 한 지인이 느닷없이 "우리가 미국보다 중국편에 서는 것이 더 유리하지 않을까?"라고 말한 적이 있다. 복잡한 국제관계의 역학을 이해하고 있지 않은, 비전문가적 사고이다. 그러나 만약 양자택일의 극단적 상황이 도래했을 경우를 생각하면 우문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 싶어 의견들이 분분했다.

 남북통일이 우리민족의 내부문제임에도, 그 향방은 중국 또는 미국과의 관계가 중요함을 모르는 이는 없다. 지금으로써는 미국이 빠진 남한의 미래는 상상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지정학적으로 본다면 미국보다 중국이 더 중요함도 부정할 수 없다. 가까운 이웃이 먼 친척보다 나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북한 제어가 쉬워지고, 따라서 국방비를 대폭 줄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 역시 병자호란 등 우리나라를 침략한 적이 수차례 있었고, 6ㆍ25때에는 전쟁에 직접 개입함으로써 북한을 도왔던 적국이었다.

 우리나라가 중국과의 `건설적인 관계`를 갖는 것은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미국은 가끔 심기가 불편하다. 그래서 기회 있을 적마다 줄을 똑바로 서라고 경고하는가 하면, 중국이 설립추진 중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한국 가입을 노골적으로 꺼려했었다. 우리가 보기에는 `건설적인 관계`이지만 미국 입장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요즘은 사드배치와 박 대통령의 모스크바방문을 놓고 목하 열심히 눈치를 보고 있는 중이다.

 미국이든 중국이든, 아니면 제3국이든 남북통일 혹은 북한 핵문제에 관해서는 해결 자체보다는 이를 자신들의 이익에 이용하고 있음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그것은 `가쓰라-태프트밀약`처럼 냉엄한 국제관계이다. 한국은 미국이나 중국의 정책에서 본다면, 상황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종속변수일 뿐이다.

 미국은 태평양의 전략적 요지로 한국과 필리핀을 놓고 일본과 `차가운 거래`를 했지만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과 적국이 됐다. 그런데 지금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친아우처럼 두둔하고 있다.

 북한과 중국은 군사동맹국이다. 만약 한미연합군이 북한을 공격한다면, 중국은 북한과 연합 한국을 공격하게 된다. 중국은 개방정책을 계속하기 위해서 한반도의 안정이 필수적이어서 남북을 함께 구스러겠지만, 군사적으로는 북한을 지원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우리는 그들과 체제가 다르다. 믿고 내맡길 친구로 여기기에는 무언가 불안한 느낌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시진핑의 미소를 외면할 수가 없다. 오히려 믿어보고 싶어하는 마음이 앞선다.

 한중의 급속한 밀착에 심사가 뒤틀린 일본은, 지금은 중단했지만 한 때 북한과 밀담을 나누기도 했다. 중국과 북한, 그리고 한국과 일본은 서로 파트너였음에도 이런저런 이유로 심사가 뒤틀렸다. 그래서 새 파트너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 스와핑이다. 미국과도 관계를 유지하되, 중국과도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한국으로선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모호한 원칙이 언제까지 통할까. 딴 놈에게 눈을 돌리지 말라고 으름장인데, 담 너머에는 누군가가 추파를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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