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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메르켈 충고 귀 기울여야
아베, 메르켈 충고 귀 기울여야
  • 이태균
  • 승인 2015.03.11 22: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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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균 칼럼니스트
 과거사 문제를 회피하는 아베 신조 일본 정부를 향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준엄한 충고를 했다. 그는 오카다 가쓰야 민주당 대표와 만나 “한ㆍ일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며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말도 했다. 아베 신조 총리와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는 “과거사 정리는 화해의 전제”라며 독일은 과오를 인정했기에 유럽의 통합을 이룰 수 있었다는 독일의 경험담도 밝혔다.

 이러한 메르켈 총리의 충고에 일본 정부는 부끄러움과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그리고 군대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과거사 현안의 해결에 적극 나서는 것이 맞다. 그의 말이 큰 울림을 갖는 것은 똑같은 2차 대전 전범국인 독일과 일본의 자세가 크게 대비되기 때문이다. 독일은 일관된 노력으로 과거사 문제를 풀기 위해 힘쓴 결과 유럽 전체의 화해와 통합의 밑거름이 됐다.

 독일은 종전 이후 줄곧 피해 당사국에 대해 끊임없이 역사적 반성을 이어가고 있다. 유대인에게 고개를 숙이고, 지금도 스스로 전쟁 피해자와 전범을 찾아 보상하고 벌한다. 아울러 메르켈 총리는 기회가 날 때마다 과거사 반성의 중요성과 자국의 책임을 강조해 오고 있다.

 메르켈의 고언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의 태도는 여전히 가증스럽다. 이번에도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은 10일 ‘일본과 독일의 전후 처리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고 발을 뺐다. 나아가 지구촌의 공분을 사고 있는 위안부 문제에서는 문제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몰역사적 태도를 나타낸다. 일본은 최근 외무성 누리집에서 “한국과 일본은 자유와 민주주의, 시장경제 등의 기본적 가치를 공유한다”는 표현을 삭제하는 몰지각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가해국인 일본이 이런 태도를 고수하는 한 한국ㆍ중국 등 피해국과의 진정한 화해는 있을 수가 없다.

 일본의 이런 행태에 대해 국제사회의 걱정은 크다. 한국과 중국뿐만이 아니다. 미국에서도 우려가 이어진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의 데니스 핼핀 연구원은 외교전문지 기고에서 “아베 내각의 역사 수정주의를 방관하면 2차 대전 때 미ㆍ일 전쟁의 원인을 뒤집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베 내각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홀로코스트 가해자 추모와 마찬가지”라고도 덧붙였다.

 일본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전쟁범죄를 은폐하려고 해서는 일본의 미래를 열 수 없다. 도덕성을 의심받는 일본이 경제력을 앞세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 될 수 있겠는가. 메르켈 총리의 말을 제대로 들었다면 아베 총리는 역사의 진실을 바로 깨달아야 한다. 일본의 미래와 동북아의 화해 협력은 그 깨달음이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 때문이다.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일본이 나아가야 할 길은 오직 하나뿐이다. 역사를 직시하고 자신의 책임을 분명히 인정하는 것이 순리다. 그 가운데에서도 위안부 문제는 해결이 시급하다. 올해는 2차 대전 종전 70돌이 되는 해다. 일본이 올해마저 역사인식의 변화 없이 그냥 흘려보낸다면 화해는 더욱 멀어질 것이다.

 미국이 아무리 중국의 부상을 우려해 일본과의 협력을 중시하더라도 군대위안부나 난징대학살을 부정하는 일본에 침묵한다면 미국 또한 전쟁범죄자가 될 것이기 때문에 미국이 일본의 입장만 지지하는 선택을 하리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 미국도 일본의 과거사 정리는 화해를 위한 조건임을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을 방문한 메르켈 총리의 충고는 과거사를 속죄하고 도덕성을 확보한 독일 총리가 일본의 자성을 촉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과거 침략 역사의 잘못에 대해 퇴행적 행보를 보이는 아베 총리는 어찌 들었는지 궁금하다. 결자해지라고 했다. 아베 총리와 일본정부의 과거사 인식에 대한 변화와 새로운 시각이 절실하다. 아베 총리는 일본군위안부의 강제동원을 인정한 고노담화와 침략전쟁의 잘못을 인정한 무라야마 담화를 훼손하려 하지 말고 오히려 한걸음 더 나아가는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한일 양국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과거사와 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가치관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과거사와 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이 진정한 반성과 사과로 해결하는 것이 한일 양국과 동북아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지름길이다. 아베 총리와 일본 정부의 미온적 태도는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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