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03:54 (금)
따로 노는 당ㆍ정ㆍ청
따로 노는 당ㆍ정ㆍ청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5.02.22 2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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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본사 전무이사
 세월이 참 빠르다. 우리 사회의 어느 한구석 제대로 돌아가는 것이 없는 상황에서 맞은 설 연휴도 훌쩍 지났다. 또 한 살 더 먹고 늙음을 향해 나아갈 수밖에 없는 게 자연의 섭리지만 세월은 말도 없이 우리 인생을 어느새 젊음에서 늙음으로 변하게 했다.

 벌써 2월 말, 봄소식에도 설날의 ‘밥상머리 민심’은 잔뜩 화가 났다. 우리 사회 소외된 곳에서 외롭게 설을 보낸 분들을 생각해야 하고 국가가 국민을 행복하도록 해야 하는데도 허언의 깃발만 나부꼈기 때문에 울화통이 터진다는 게 ‘밥상머리 민심’이었다.

 담뱃세 인상, 연말정산 논란, 건강보험료 체계 개편 등 불거진 ‘증세 문제’, 즉 ‘돈(稅收)’이 화두였고 흠결에도 ‘국민을 무시’란 국무총리 인준도 한몫했다. 충청총리 안 되면, ‘대선 총선 두고 보자’는 현수막 게시 등은 또 다른 지역감정에 불을 지폈다. 이는 반쪽이 아닌, ‘충청총리’를 낳았고 국회에서 표결 처리됐다지만 낙마한 전례보다 더 옳지 않았다. 이는 ‘충청 민심’이 ‘대한민국 민심’을 뿔나게 만들어 충청의 이미지를 먹칠한 갑(甲)질과 다를 바 없다. 오죽하면 ‘완구점의 의혹’이란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회자되고 있을까.

 또 총리, 부총리 등 내각의 3분의 1이 국회의원이다. 마음은 콩밭인 총선에 출마하려면 내년 1월 사퇴해야 한다. 11개월짜리 시한부 내각으로 국정 개혁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도 우려된다.

 때문에 설을 맞아 ‘민생 보듬기’에 나섰지만 등 돌린 뿔난 민심잡기란 쉽지 않았다. 또 우리 사회는 부(富)의 대물림에다 이젠 신분 대물림으로 이어져 개천에서 용 나길 바라는 기회와 희망의 싹을 잘라버렸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민의 삶은 팍팍한데 우리 사회는 정치권을 비롯해 경제, 문화, 체육, 법조 등 사회 구석구석에서 구린내 풀풀 풍기는 것에 진절머리가 날 정도다. 특히, 국가안위가 걸린 방산비리에다 대통령을 핑계로 해 거액을 갈취하는 등 군(軍)의 갈 짓자 걸음이 여간 아니다. 박 대통령은 “방산 비리는 안보 누수를 가져오는 이적 행위”라 했지만 솜방망이 처벌로는 근절될 리 없다. 국회와 정부는 담배로 또 염장을 지른다. 건강을 핑계로 담뱃값 2천원을 인상, 재미를 봤지만 증세란 비난에 이젠 값싼 담배를 팔아 노인들과 저소득층의 비위를 맞추려 한다. 저가(低價) 담배라면 건강에 더 나쁜 탓에 애초부터 건강을 위한 금연정책은 허언임이 드러났다.

 뒤집어 보면 저소득층이나 노인들 건강 따위는 신경 쓰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들린다. 세월이 약(藥)이래도 국민을 너무 우습게 보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발상이다.

 경기 침체와 세수 부족에 따른 증세 요구에 대해 박 대통령은 “증세는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중요한 것은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복지를 공고히 할 방안을 찾는 것이고 경제 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고 세수가 부족하니 국민에게 세금을 더 거둬야 한다면 그게 정치 쪽에서 국민에게 할 소리냐”며 날을 세웠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재인 대표는 “(공약과 달리) 증세를 해서 배신이고 (부자 감세) 법인세 특혜를 바로잡는 방식이 아니라 가난한 봉급쟁이들의 지갑을 터는 이중의 배신”이란 것이다. 지금, 그들은 대통령과 야당의 대표다. 2년의 세월이 흘렸지만 지난 대선 TV토론 때 문재인 후보는 박근혜 후보에게 ‘증세 없는 복지가 가능한가’를 물었다. 이에 박 후보는 답을 내놓았다. “가능하다, 그러니까 제가 대통령을 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했고 대통령이 됐다.

 아무튼, 불편한 진실에도 돈(稅收)이 화두인 증세와 복지논쟁은 국민을 편안하게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국민들을 골탕먹이는 현안이 됐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복지가 정답인데도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는 정책들, 국민을 불안케 하는 당 정 청간의 불협화음, 광풍에도 건재한 문고리 권력 등 적폐척결은커녕 되레 부활이란 느낌이다. 술책이 진실을 이긴다 해서 진실이 아니듯, 오락가락인 정책은 명분과 속내가 다름을 경험토록 했다. 아무리 좋은 정책에도 또 속는 것 아니냐는 ‘국민의심병’을 안겨준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겨우내 불어대던 바람이야 봄바람에 밀려나겠지만 ‘민심’을 간과한 탓에 화난 ‘밥상머리 민심’은 더욱 거세게 휘몰아칠 조짐이다. 설과 더불어 한 살 더 먹었다. 애창곡 ‘가는 세월’의 ‘포크 1세대 가수 서유석(70)이 마음을 보듬고(노년) 세상 보는 시각(청년)을 심어주려고 만든 25년 만의 신곡 ‘너 늙어 봤냐? 나는 젊어 봤단다’란 노랫말이 경쾌한 선율이 힘을 돋운다. 국민을 뿔나게 한 그대들이여! 더 늦기 전에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참회와 반성에 나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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