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11:28 (수)
상하이에서 한국인 찾기
상하이에서 한국인 찾기
  • 신은희
  • 승인 2015.02.16 2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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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은희 경영학박사/인경연구소장/가야대학교 겸임교수
 ‘셀카봉을 들고, 손가락 브이자를 하며 사진 찍기’, ‘브랜드 아웃도어를 화려하게 입은 단체’, ‘식당에서 고추장 팩을 꺼내 음식에 끼얹어 먹기’등은 해외여행 중 말하지 않아도 한국인임을 가늠케 하는 특징들이라고 한다. 쉽게 공감되는 장면들이다.

 한국을 떠나 외국으로 여행을 하다 보면 “실례지만, 한국인이세요?”라고 물어보고 싶을 때가 많다. 기대감과 설렘만큼이나 불안감과 두려움도 함께 갖게 되는 해외여행지에서는 스쳐 지나가는 이가 우리말만 해도 괜히 미소가 지어지고, 얼굴 한 번 더 쳐다보게 되는 것도 자연스럽다. 그곳에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 왠지 든든해지고 마음이 편안해지기 때문이다.

 물론 때때로 해외에서 좋지 않은 이미지를 남긴다거나 추태를 보이기도 해 이마를 찌푸리게 만들거나 창피한 경우도 있지만, 여전히 외국에서 한국인을 만난다는 건 반가운 일이다.

 필자는 이번 겨울, 중국 상하이에 며칠 머물면서 자유여행을 했었다. 세계 G2라고 불리는 2대 강국으로서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글로벌 비즈니스금융도시의 현주소를 체감해보고 싶었다. 더불어 대학입학을 앞둔 아들의 진로에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선택한 여행이었다. 중국의 전통문화를 잘 간직하면서도 발전된 현대의 문명까지 동시에 만나볼 수 있으며 치안과 대중교통이 잘 돼 있는 편이어서 세계 각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 그런데 그곳에서도 단번에 한국인임을 알 수 있었던 몇 가지 에피소드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상하이의 명동이라는 남경동로로 가던 길, 횡단보도 앞에서의 일이다. 한 그룹의 동양인 젊은이들이 아들에게 중국어로 질문을 해온다. 아들 역시 중국어로 대답하다가, “혹시 한국에서 오셨어요?”라고 묻자 동시에 서로 박장대소한다. 그들이 남경동로로 가는 길을 묻는 동안 아들은 바로 알아차렸다고 한다. 바로 성조(억양) 없는 중국어 발음, 한국인이 중국어를 구사할 때 가장 큰 장애물이다. 낯선 곳에서 자국민을 알아보니 지인을 만난 듯 반갑다.

 다음은 일본식 퓨전음식점에서 만난 중년의 남자 한 분과 젊은이들이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선명히 눈에 띄는데, 참으로 부자연스러워 보이는 우리의 흔한 모습이다. 테이블에 양쪽으로 줄지어 앉아, 교수로 보이는 그분이 식사 내내, 그리고 마치고도 한참 동안 계속 혼자서 열심히 말한다. 그러는 동안 대학졸업생 즈음이거나 대학원생쯤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은 어색한 자세로 음식을 먹고, 소위 각을 잡은 부동자세다. 자리에서 일어설 때 젊은이들끼리 주고받는 눈빛과 표정에서 지루함이 역력히 보인다. 주입식 강의와 일방적 소통문화가 여행이나 연수에서도 그대로 이어지는 것 같다. 안타깝고 아쉽다.

 또 관광지에서는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 보면, 무리 지어 지나가는 단체여행객들을 쉽게 만난다. 그런데 상하이에서도 한국인 단체관광객들은 멀리서도 곧 알아볼 수 있다. 그 모습은 지난해 유럽 패키지여행 때 가이더에게서 들은바, 서양인들이 동양인 단체관광객의 행동만 봐도 국적을 안다는 우스갯소리 그대로다. 여행사의 작은 삼각형 깃발이 빠른 속도로 이리저리 움직이고 통제하며 무리를 재촉해 목적지에 도착 후, 자유시간에도 그곳을 벗어나지 않고, 사진 촬영 후 잠시 서성거리다 곧 바삐 떠난다면 그들은 한국인이라는 것이다. 여유로운 여행이라기보다 조급한 관광, 필자도 그랬었기에 혼자 조용히 웃음이 나온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며 백 권의 책보다 한 번의 여행이 낫다고도 한다. 그렇게 우리는 또 여행을 떠나게 될 것이다. 이제 좀 더 편안하게 즐기며 오감을 통해 체험하는 한국인의 모습이 세계 곳곳에서 점점 더 많아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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